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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멜로영화추천 세번째

영화가 끝나고, 한동안 그 이야기에 취하게 만들었던 분위기의 멜로영화들을 떠올려봤는데, 하나하나 되새기다보니 뜻하지 않게 한국영화가 많길래 한국영화, 해외영화로 나눠봤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최신작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옛날영화들. 앞의 두 글에 이어 한국멜로영화추천 세번째 글.





국화꽃향기


이 제목을 들으면 동시에 떠오르는 노래, ‘희재’ 우리나라 멜로영화 중 손에 꼽을만큼 훌륭한 영화음악이 아닐런지. 이렇게 펑펑 울리는 영화 꺼리는 편임에도 ‘국화꽃향기’만큼은 좋은영화로 기억한다. 짝사랑에 애가 닳는 모습도, 짧아서 더 행복해보였던 두 사람의 사랑도 좀처럼 잊혀지질 않는 영화.


초반의 대학시절 모습은 ‘건축학개론’보다 더 와닿는 첫사랑이야기.


 


 


너는 내 운명


황정민의 유명한 수상소감은 이 영화로 받은 상에서 였던가? 몇 년전부터 한국영화계에 ‘남자영화’바람이 불었다. 그 곳에서의 황정민도 물론 연기도 잘하고 멋지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에서 보여준 그 순박한 순애보가 잊혀지질 않아. 언제까지나 나에게 그는 폭풍같은 사랑을 했던 시골총각으로 남는다. 두 주연배우 모두 연기력으로는 흠잡을 곳이 없는 이들인지라 이 두 사람이 울면, 보는 사람들은 더 펑펑 눈물을 쏟아내게 된다.


엔딩즈음이 되면 어느샌가 눈물콧물 닦아낸 휴지들이 널부러져 있는 걸 알아차리게 되는 영화. 면회씬은 정말.. 본격 눈물촉진하는 명장면 되시겠다.


 


 


만추


마지막의 여운에서 헤어나질 못해 끙끙 앓다가 대본집까지 사버린, 나에게는 꽤 타격을 준 영화. 리메이크작이 이 정도라면 원작은 어떻단말인가 싶어 열심히 찾아봤는데 구하질 못했다. 블루레이같은 거 뒤져보면 있을런지도.


수감중 모친상으로 잠시 나온 살인 전과자. 돈많은 아줌마들 등쳐먹으며 살고있는 제비. 두 남녀가 같은 버스, 같은 도시, 같은 장소를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까지의 여정. 그 동안 보여주는 두 사람의 숨겨진 모습. 다시 만나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의 엔딩까지. 아직도 헤어나질 못하겠다.


 


 


은행나무침대


워낙 어릴 때, 정말이지 꼬꼬마일 때 본 영화라 줄거리도 장면들도 대사도 가물가물. 재밌는 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는 기억나지 않는데 신현준이 연기한 이 남자의 우직한, 시대극에서 자주 나오는 ‘지켜주려는’ 사랑만큼은 또렷하게 떠오른다. 사진 속 이 장면과 함께 말이지. 진희경을 지켜주는 호위무사 같은 거였나?


왜인지 지금은 코믹한 이미지가 강해진 신현준이지만, 이 영화에서의 모습을 떠올리면 ‘모래시계’에서의 이정재 못지 않게 멋져 보인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보고싶다. 안되면 원작소설이라도.


 


 


늑대소년


한 편의 동화같은 이야기. 순정만화의 실사판마냥 고운 두 남녀배우의 비주얼. 그림같은 배경들까지. 얼마나 유치하게 만들었을까하며 기대없이 보다가 영화의 팬이 되버렸다. 영화도 드라마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배우의 팬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늑대소년’만큼은 배우들보다 작품 자체가 더 좋다. 감독, 배우들, 조명이며 소품 등을 채웠을 스텝들의 모든 게 모여서 만들어진 온전한 결과물이 좋다.


‘회상’이라는 장치덕에 더 아련했고, ‘현실’로 돌아와 마무리한 엔딩이라 더 가슴아팠던. 시놉을 감독님이 쓰신 것같던데, 원망스러우면서도 역시 대단하구나 감탄하게 된다는.


 


 


번지점프를하다


동성애코드를 대중적으로 사용한 건 ‘커피 프린스’라고 손꼽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 이 영화에서도 아주 살짝, 남자들의 사랑이 나온다. 물론.. 남녀의 사랑을 더 빛나게 해주는 장치로 이용되지만.


누군가 그러더라. 남자든 여자든 선수가 되고 싶다면 – 마음에 드는 이성을 제대로 유혹하고 싶다면 – 이 영화를 보라고. 주인공들의 움직임 하나하나,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보고, 외우고, 익히라고. 물론,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전제로. 그만큼 영화 속의 두 남녀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그 매력적인 연인의 모습이 겨울날의 그 전철역에서 끝났다면 살짝 슬픈 옛사랑이야기정도로 남았을텐데, 영화는 그 사랑이 시간을 거스르고 공간과 관계와 성별까지 초월하게 만들어 놨다. 자세히 볼수록 감탄하게 만드는 한국멜로영화 중 수작.


 


 


우리집에 왜 왔니


하루엄마는 언제쯤 이런 영화를 다시 찍어주실런지. 이 영화가 흥행하지 못하는 걸 보고 확신했다. 내 취향은 마이너구나, 하고. 공포, 미스테리로 시작해서 슬픈 멜로를 차갑게 끝내버린다. 죽은 아내의 공간이었던 남자의 집에 불법침입한 거지같은 이 여자는 보는 이의 가슴에 사시미칼을 훅, 꽃고는 사라져 버린다.


보지 않은 사람이 본 사람보다 많기에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강추하는 영화다. 버려진 강아지 씻기듯 여주인공을 씻겨주는 이 장면과 강혜정이 비오는 날 삽질하는 장면이 묘하게 섹시하다. 아, 이 영화 보고나면 빅뱅의 승리가 미워진다.


 


 


파이란


태초에 최민식이 있었느니. 대세는 송강호라지만 나에게 최민식은 배우의 힘이 영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 지 확실히 가르쳐 준 조물주같은 존재다. 시작은 ‘올드보이’였으려나? 이후 쉬리나 해피엔드같은 전작들도 찾아보면서 더 빠져버렸던 명배우. 첩첩히 쌓인 필모 중 아주 드문 멜로영화 파이란.


험악하고 얄궃은 삶의 남자주인공, 민들레마냥 지고지순한 참한 여자. 인물설정부터 두 사람이 연결되는 두 가지 이유까지, 아주 영리하게 심금을 울리는 멜로영화. 극 자체도 훌륭하지만 최민식의 눈물, 그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


 


 


동감


14년 전, 유지태가 청춘스타로 이름을 날렸고 지금의 톱스타 하지원이 조연으로 출연하던 시절, 밀레니엄 탓인지 타임슬립 류의 작품들이 넘쳐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동감’과 ‘시월애’가 있었지. 아주 비슷하면서도 뜯어보면 꽤나 다른 영화. 그 중에서 ‘동감’은 스무살 남짓의 주인공들이기에 더 파릇한 맛이 있다. 사실 두 배우 모두 신인시절이라 연기할 때 살짝 몰입에 방해는 되지만, 이야기가 끝났을 때 느끼는 먹먹함만큼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그 해 여름


최대한 출연배우들이 겹치지 않게끔 골랐는데.. 어쩔 수 없었다. ‘번지점프를 하다’만큼이나 아련하게 남는 ‘그 해 여름’인지라. ‘순수한 사랑’의 전형, ‘회상’이라는 장치를 똑똑하게 사용한 영화 중 한 편이다. 영화에서 수애를 바라보는 이병헌의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와아..’ 하고 감탄어린 탄식(?)이 절로 나온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빛은 대한민국 남자배우 중 이병헌이 최고라고 단언한다.


어쩌면 남성관객들이 더 좋아했을 지도 모르겠다. 영화 내내 여주인공 수애는 정말이지 반짝반짝 빛이나서 모두의 첫사랑 그녀를 떠올리게 만들고, 영화의 결말을 만드는 그녀의 캐릭터도 남자들이 꿈꾸는 딱 그러한 모습이거든. ‘건축학개론’의 그녀보다 더 이상적인 첫사랑캐릭터, 더 오랫동안 아련해지는 이야기.


 


 


두번째사랑


영화를 보다보면 종종 생각하게 된다. ‘상실’이라는 키워드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두번째 사랑’의 주인공들은 서로 갖고 있는 것과 가지지 못한 것을 교환하기 위해 만난다. 아주 건조하게, 그리고 비참하게 만난다. 그러다 서로의 상처가 드러나고, 감정이 오가고, 사랑에 빠진다. 상투적이지만 금단의 사랑이라고 하는 게 가장 적절하겠지.


자칫 잘못하면 3류 싸구려 소설이 되버릴 이야기를 배우와 감독은 가슴 절절하게 만들어버렸다. 하정우가 아직 지금만큼의 유명세를 받기 전의 영화임에도 연기를 기똥차게 잘해서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이 되버리는 게 유일한 단점. 보는 내내 씁쓸하고 쓰라린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


이외에도 주제를 정한 후 ‘이 영화는 넣어야 해!’싶은 작품이 더 있었으나 일단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