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ST

타임리프소재의 멜로영화

타임머신이 있다면,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할까, 미래에 먼저 가 보고 싶어할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엔 단연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쪽이다. 흔히들 인생은 선택이라고 하고 그 선택에 따라서 미래가 바뀐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나도 과거의 어느 순간에 내렸던 결정을 한 번 바꿔보고 싶달까. 지금은 만날 수없는 누군가를 한 번 더 보고싶기도하고, 지금은 느낄 수없는 그 당시의 감정을 다시한 번 느껴보고싶기도하고. 아마 다른 사람들도 과거의 어느순간으로 돌아가보고 싶어하지 않을까?


의외로 사람들이 하는 몽상이랄까 상상의 범주는 엇비슷하다는걸 영화를 비롯한 소설, 드라마 등의 창조물을 보고 느끼곤한다. ‘언젠가 한 번쯤 이런 이야기를 꼭 써먹어봐야지’하고 벼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져버리거나 이미 누군가가 만들었거나. 그렇더라고.


얼핏 생각했을 때 가장 허무맹랑한 상상, 하지만 다들 한 번쯤은 꼭 해보는 상상.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지금이 아닌 언젠가로, 이 곳이 아닌 어딘가로 가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 속의 여러가지 설정에 놓인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껴볼 수는 있다.




이터널 선샤인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영화, 이터널 선샤인. 많은 이들이 명작으로 손꼽는 영화. 개인적으로는 그닥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듯했던 옛남친이 추천해줘서 절대 잊지못하는 영화.


애절한 멜로영화이면서, 환상적인 SF이면서, 어이없게도 순간순간 웃게되버리는 굉장한 영화다. 미셸 공드리라는 그 이름이 왜 그다지도 유명한 건지 절절히 와닿았던.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 상대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 상대와 함께 만들었던 ‘기억’에 대한 감정일지도 모른다. 감독은 필시, 연애를 많이 해봤을 것이라고 혼란스러워하는 짐캐리를 보며 혼자 생각했었지.


 


 


시월애


연기력은 매번 욕먹지만 필모만은 꽤나 괜찮다고 생각하는 배우 전지현과 도대체 요즘 뭐하느라 영화도 드라마도 출연을 안하는건지 궁금한 이정재의 영화 시월애. 당시의 한국영화치고는 꽤나 담백했던 영화로 기억한다. 영상에 너무 신경쓰느라 영화의 깊이가 얖아졌네 어쩌네하는 논평도 봤었지만 CF같은 영상은 둘째치고 나름 참신한 스토리설정과 잔잔한 분위기는 딱 내 취향이었던지라.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모습의 ‘일 마레’가 당시 화제였는데, 그 후로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꼭 가보리라 다짐만 하고 못가봤네. 지금은, 없어졌으려나? 어언 10년이 지났는지라 잊을법도 하건만 이정재가 스파게티 면을 벽에 착~!하고 던지던 모습은 잊혀지질 않는다.


‘도둑들’보면서는 잊고 있었는데, 이 영화 이후 전지현과 이정재가 다시 만난 거였구나.. 그 영화 보면서 ‘저런 천하의 나쁜놈!’했던 게 괜히 미안해진다.ㅎ


 


 


동감


시월애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영화 동감. 79년의 그녀와 00년의 그가 무선교신기로 연결된다는, 은근 흔해빠진 설정의 스토리,이지만 파릇파릇한 김하늘과 유지태의 매력은 그 상투적인 스토리도 살려내더라는.


예나지금이나 김하늘은 예쁘고 유지태는 부드럽고, 그리고! 신인시절의 하지원도 볼 수있다. 처음 이 영화가 개봉할 무렵, 영화의 내용은 모르지만 무조건 보고싶었던 이유는 김하늘과 유지태가 호흡을 맞춘 두번째 영화라서였다. 아찔하면서도 슬펐던 영화 ‘바이준’의 그 두사람이 다시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으로 나온다기에 말그대로 ‘무조건’봤었지. 한참 부드러운 남자 유지태의 매력에 푹 빠졌다가 ‘올드보이’보고 다시 반해야할 지 배신감을 느껴야할 지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새삼 나는구나.


 


 


너에게밖에 들리지 않아


훗, 이런 포스팅을 하다보면 정말 내가 국한적인 장르의 영화만 주구장창 보는구나하고 느낀다. 그래서 이렇게 겹치고 저렇게 겹치는 비슷한 영화들이 꽤 많다는 것도 알게되고. 그런 씁쓸한 기분을 가장 확연히 느끼게 해줬던 영화가 바로 ‘너에게밖에 들리지 않아’였다.


분명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거라고 하는데.. 그럼 문제는 이 소설가에게 있는 것일까나? 이 영화, 창작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심하게 섞여있어서.. 우선 ‘시월애’와 전체적인 설정이 똑같고 ‘러브레터’와 엔딩이 똑같다. 사실 언급할 가치도 없는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화면은 참 예뻤고 앞의 영화들 – 시월애와 러브레터 – 를 보지 않았다면 나름 ‘예쁜영화’라고 할 만한 정도는 되서.. 단지 배우들이 연기를 좀 못한다는 것만 감안한다면.ㅋ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월애’ + ‘러브레터’=’너에게밖에 들리지 않아’ 로 표현하자면 또 한 편의 영화도 이런 식으로 표현이 되는데.. ‘시월애’+’러브레터’+’너에게밖에 들리지 않아’= ‘시간을 달리는 소녀’다.


하지만 무조건 폄하할 수없는 이유는, 완전 유명한 인기애니메이션이 원작이라고하니.. 그리고 이 영화와 앞의 ‘너에게밖에 들리지않아’ 딱 두 편만 두고 본다면 이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쪽이 더 좋았다. 애니메이션다운 뻔한 설정이 깔려있는데도 나도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는 것이.. 나카 리이사의 독특한 연기색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도 꽤 마음에 들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른 비슷한 류의 영화들이 자꾸만 떠오르기는하나, 묘하게 설득력있는 스토리구성과 귀엽고 당돌한 여배우의 연기로 만족하며 볼만한 영화. 음. 딱 그 정도.ㅎ


 


 


미스터 노바디


어딘가에, 또 다른 내가 있다면..? 과거에 내가 했던 선택과 다른 선택을 한 삶을 살고있는 내가 있다면..? 살짝 무서우면서도 궁금해진다. 과연 어느 쪽의 내가 더 행복하게 살고있는걸까. 그리고 각각의 결말은 어떻게 되는걸까.이 영화가 리얼이라면, 소름돋을만큼 두려워지기도 한다.


초반의 부모님이야기부터 시작, 세 명의 여자와 살고있는 세 명의 나 자신, 그리고 왜인지 연구대상이 되어버린 노년의 나, 그리고 그런 노년의 나를 만나는 또 다른 나까지. 꽤나 복잡한 이야기지만 몰입도가 엄청난 영화. 나도 모르게 집중하고 보다가 영화가 끝나버리자 기진맥진한 상태가 될 지경이었다. 이런 스토리를 쓰는 사람은 상상력만 풍부한 게 아니라 筆力도 상당한 듯. ‘이터널 선샤인’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명작. 제어드 레토라는 배우가 살짝 짐 캐리와 닮아보이기도;;


 


 


+ 그 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이야기의 영화들




시간여행자의 아내 (2009)

The Time Traveler's Wife 
8.2
감독
로베르트 슈벤트케
출연
에릭 바나, 레이첼 맥아담스, 론 리빙스턴, 제인 맥린, 알리스 하워드
정보
판타지, 로맨스/멜로 | 미국 | 107 분 | 2009-10-28



이프 온리 (2004)

If Only 
9
감독
길 정거
출연
제니퍼 러브 휴잇, 폴 니콜스, 톰 윌킨슨, 다이아나 하드캐슬, 루시 데이븐포트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영국, 미국 | 96 분 | 2004-10-29



촌마게 푸딩

A Boy and His Samurai 
8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
출연
니시키도 료, 토모사카 리에, 스즈키 후쿠, 콘노 히로키, 호리베 케이스케
정보
드라마, 코미디 | 일본 | 108 분 | -



사랑과 영혼 (1990)

Ghost 
8.8
감독
제리 주커
출연
패트릭 스웨이지, 데미 무어, 우피 골드버그, 토니 골드윈, 수잔 브레슬로
정보
로맨스/멜로, 판타지 | 미국 | 120 분 | 1990-11-24


그런데 어째.. 날이 갈수록 멜로영화만 주구장창 보게 되는 것같다. 역시..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봐야할텐데말이지. 자꾸만 멜로영화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나를 어쩜좋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