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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멜로영화추천 두번째

천고마비의 계절, 독서의 계절.. 유난히도 수식어가 많은 가을이지만, 왠지 가을이면 다른 무엇보다 진한 멜로영화, 그것도 왠지 쓸쓸한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보고싶어진다. 그리고 그 영화들은 대부분, 고전영화라고 불릴만큼 오래전의 작품인 경우가 많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한국멜로영화추천.




가을로

가을산의 절경으로 눈이 즐겁고 슬프고 리얼한 상처로 가슴을 적시는 영화


‘가을로’라는 그 제목만으로도 충분한 영화. 런닝타임내내 운치있는 가을산의 절경이 펼쳐지고 그 화면의 바탕에는 삼풍백화점사고로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의 상처와, 사랑과, 인생이 담긴 영화.


인물들의 공통된 그 ‘상처’가 없었다면 그저 눈이 즐거운 가을영화로 끝났겠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 슬픈 이야기덕택에 이 영화는 좀 더 깊이있는 멜로영화로 기억된다. ‘동감’, ‘봄날은간다’ 등에 이어 유지태를 멜로영화의 대명사로 만들어준 명작 중 한 편이 아닐런지.


 


 


시월애

장편소설 속 삽화를 이어붙인듯한 시적인 영상이 압권


cf스타라는 이미지탓인지 전지현의 필모는 은근히 무시받는 경향이 있는듯. 하지만 한 편 한 편 되새기다보면 이 여배우가 꽤나 괜찮은 작품에 많이 출연했다는걸 알 수 있다. 물론,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긴하지만. 그 영화들 중에서 그나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영화는 아마도 ‘엽기적인 그녀’와 ‘시월애’ 정도일 듯.


최근 몇 년동안 주춤하고 있는듯한 이정재도 이 영화 ‘시월애’는 물론이고 다양한 영화, 특히 청춘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이며 기대주로 부각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태양은없다’와 ‘시월애’의 이정재를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그의 연기력에 혀를 휘두를지경. 빨리 이토록 괜찮은 남자주인공의 모습을 다시 연기해주면 좋으련만..


이 영화를 처음 볼 때는 ‘무슨 영화가 광고같잖아..?’싶었다. 내용보다도 그 영상이 더 눈에 들어와서였는지, 참으로 적은 대사로 채워지는 스토리여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 다시봤을 때는 크리넥스 반 통을 거덜내며 눈을 못 뜰 정도로 울어버린, 다시봐서 참 다행이었던 영화다.


‘동감’과 비슷한 설정이지만 계절로 보자면.. ‘동감’은 겨울영화, ‘시월애’는 가을영화랄까? 바닷가위에 둥둥 떠 있는 그 유명한 집도, 스산하게 바람이 불던 지하철 역도, 여주인공이 사고를 당하던 그 도로마저도 딱 시월의 느낌 그대로. 그리고 무엇보다, 두 남녀의 애틋하지만 슬픈 사랑이야기도 가을의 느낌 그대로.


 


 


미술관 옆 동물원

심은하의 매력이 절정으로 돋보였던 영화


가을,이라고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은 멜로니 드라마니 장르를 떠나서 하나같이 쓸쓸하고 가라앉는 분위기가 많은데에 반해 이 영화는 다르다. 조금은 명랑하다고 해야할까 위트있다고 해야할까. 보고나면 그저 미소가 씩~하고 떠오른다. 왠지 나도, 영화 속 그들처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야만 할 것처럼 조급해지기도 하고. 두 사람의 귀여운 모습이 자꾸 떠오르기도 하고. 한마디로, 사랑스러운 영화.


옛사랑과 짝사랑을 끝내지 못해 힘겨워하던 두 사람이 만나 티격태격 아웅다웅하다가 마침내 서로 사랑하게 되는 뻔~한 스토리임에도, 왠지 신선하고 귀엽다.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때’를 이런 류 영화의 모태라고 이야기들하던데.. 적어도 나에게는 ‘미술관 옆 동물원’이 원조격 ‘아웅다웅하다 사랑하다’류 영화다.


요즘 종종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누군가의 어머니가 된 심은하의 사진과 기사들이 올라오곤 하던데..이제는 포기할 때도 되었건만 나는 자꾸만 ‘나만의 여배우’로 다시 그녀가 돌아와주기를 기다리게 된다. 왜 내가 사랑하는 여배우들은 모두들 영화계를 떠나거나, 이 세상을 떠나거나, 그러는걸까.


+ 심은하와 이정재 주연의 영화 ‘인터뷰’는 어디에 가야 볼 수 있는것인가. 다음과 네이버는 속히 이 영화의 다운로드서비스를 제공하라! ㅠㅠ


 


 



연풍연가

연기력은 기대금지, 배우보다 배경에 더 눈이 가는


허허허… 설마하니 이 최고의 비쥬얼커플이 실제로 결혼해버릴줄이야! 그토록 새침해보였던 고소영도 이제는 한 아이의 어머니라는 사실에 또 한 번 세월을 절감하게 된다.


오래된 영화인만큼 세세한 스토리도, 배우들의 연기도 전~혀 기억나질 않지만 분명한건 당장이라도 짐싸서 여행을 떠나고싶게 만드는 멋진 배경을 자랑하는 영화 중 한 편이라는 것. 물론 제주도로 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여건이 안된다면 동네 뒷산이라도 가서 언덕 어딘가에 앉아 가을바람맞으며 단풍놀이 해야만 할 것처럼, 어떻게든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야 할 것처럼, 몽실~몽실~한 기분을 만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난 꽤나 만족스러웠다. 반면, 함께 본 지인은 ‘배우들의 비주얼과 가을제주도의 비주얼로 칠해버린 영화’라는 악평을 남겼지만.ㅎ


 


 



멋진하루

찌질해도, 치사해도 어쨌든 당신은 내 옛사랑


이 영화도 역시나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확 갈리는 구성과 스토리를 가진 한국멜로. 포스팅소재로 삼았다는건, 나는 이 영화를 완전 마음에 들어했다는 이야기.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들었다. 남자캐릭터의 리얼함과 여자캐릭터의 까칠함이 참, 좋더라고. 그리고.. 의외로 저런 경우 – 헤어진 전 애인에게 금전을 비롯한 무언가를 돌려받고 싶어지는 경우 – 는 우리주변에 널렸다는 말이다. 물론, 나에게도 무언가를 돌려받고 싶은 누군가가 있어서 더더 와닿는 영화이기도 했다.


불편한 관계의 전 애인 두 사람의 참 처절한 로드무비임에도 화면 속 두 사람은 참, 예뻤다. 저런 모습마저도 사랑의 일종이 아닐까, 미련과는 또 다른 사랑의 남은 그림자가 아닐까싶을만큼 예뻤다.

특히 마지막, 전도연이라는 배우 특유의 그 미소, 씨익~이라고 해야할지 씽~긋이라고 해야할지 모를 그 아주아주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표정으로 영화를 마무리하는 걸 보고 마음속으로 감독에게 박수를 보냈다.


 


 


ing

풋풋하고 싱그러움과 동시에 애잔하고 가슴시린 이야기


참으로 앳되어라 임수정.. 어쩜 저리도 맑은 느낌을 가진 여배우인지. 김래원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영화는 온전히 임수정이라는 여배우만으로 기억된다. 그녀 옆에 어떤 남자배우가 있었든 그닥, 관계치않는다. 그녀의 눈빛과 손짓과 대사들.. 오로지 그녀만의 이야기로 가득찬 영화.


요즘은 뜸하지만, 한 때 드라마도 영화도 죄다 시한부 여주인공만 등장하는 탓에 참으로 진절머리나던 시기가 있었다. 아마 이 영화도 그 무렵이거나 1,2년 정도 후에 개봉한 걸로 기억하는데… 썩 괜찮았다. 지금껏 그토록 지겨웠던 시한부이야기들은 작가의 한계였던건지 배우의 한계였던건지 하나같이 혀를 끌끌차게 만들었었는데 ing만큼은 진심으로, 주인공의 이야기가 슬프고 가슴아렸다. 여름과 겨울 사이, 아주 잠깐 서늘한 바람과 눈이 시릴만큼 아름다운 단풍과 하늘을 데리고 나타났다 사라지는 가을처럼, 저토록 누구보다 예쁘고 맑은 여자아이가 이제 곧 떠나게된다는 걸 믿고싶지 않을만큼. 영화라는걸, 픽션이라는 걸 잊고 슬퍼할만큼.


 


 


사랑한다,사랑하지않는다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라는 명제를 자꾸만 떠올리게 하는,


고백하자면, 남주인공이 손을 다친 그 즈음부터 나는, 두 사람이 키스라도 하길 바랬다. 그 긴 정적을 깨고 빨리 포옹을 하든 키스를 하든 말을 하든 해서 다시 사랑하는 두 사람이 되길 바랬다. 다른 수많은 영화들이 그러했듯이, 수많은 멜로영화의 정석 그대로.


아쉽게도 내 바램은 영화의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아마 그래서 이 영화를 더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이들은 두 남녀주인공의 캐릭터가 모두 비현실적이라 하지만 글쎄.. 내 경험으로는 그 어떤 멜로영화의 주인공들보다 리얼했다. 무조건 덤덤히 받아들이며 옆사람을 미치고 팔짝 뛰게 하는 남자도, 나쁜X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결국은 다른 남자에게로 마음을 옮겨가는 여자도, 우리주변엔 참 많은데. 그런데 왜 이토록 낯설었던걸까. 아마도… 관객인 우리들은 영화에서만큼은 현실과 다른 멋지고 예쁘고 쿨하면서도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고, 그 사실을 작가며 감독들이 훤히 꿰뚫어보고 있기에. 고의적으로 피해왔던 현실의 남자와 여자, 현실의 이별을 이 영화가 담아내서 그런건 아닐까?


한 영화잡지에서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영화 마지막의 그 화면들. 아무도 없는 빈 집에 밝지만 싸늘한 햇살이 들어오던 그 집 곳곳을 비추는 화면은 결국 여자가 떠났음을 의미하는 거라던데. 그래도 상투적이고 뻔한, 유치한 관객인 나는 필름 밖 어디에선가 함께이길 바란다. 두 사람중 누군가가 용기내어 “아직도 사랑한다”고 말했기를 바란다.


 


 



연애소설

떠나버린 그녀가, 떠나버리는 이야기이기에 가슴아픈 영화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어느 평온했던 저녁, 온갖 뉴스를 장식했던 그녀의 자살소식과 그 소식을 눈으로 보고있던 멍한 내 모습을. 놀랍지도 슬프지도 않고 그저 멍하기만했던 내 마음도.


이제는 정말 주인공들이 죽어나가는 이야기는 영화로도 드라마로도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어느 배우도 그런 역할을 연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은주도, 장진영도, 최진실도 모두.. 그런 역할을 맡았었고 참으로 훌륭히, 너무나도 리얼하게 흡수해버렸다. 지나치게 리얼하게…


어쩌면 이 영화에서 이은주의 그 선머슴같은 씩씩하고 밝게 웃던 캐릭터가 아닌, 연약하고 하늘거렸던 손예진의 캐릭터가 세상을 떠나는 스토리였다면… 아마 영화의 감동이랄까 슬픈감정이 절반이하로 뚝 떨어졌을거다. 똑똑한 작가와 똑똑한 감독은 더 슬픈 이야기를 만드는 요령을 알고 있었고, 똑똑하지 못했던 배우는 혼신을 다해 인물에 흡수되버렸다. 무식했던 관객인 나는, 미처 그 사실을 모른채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에 푹 빠져서는 이 영화를 찬양하고 있었다.


 


 


외출

슬프기보다 씁쓸한 그들의 사랑, 또는 불륜


최근에 장근석에게 왕좌를 내어준듯하지만, 아직도 배용준의 이미지는 ‘한류스타’겠지. 한 편의 드라마로 일본 아주머니들의 로망이 되어버린 배용준은 ‘이제 더이상 배우가 아니구나’싶었다. 그저 무작정 이미지 좋은 한류의 대명사로 변해버린 것만같아 실망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다행이다’라고 느꼈다.


한류스타가 되기 전의 배용준을, 나는 참 좋아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릴적이었지만 드라마 ‘파파’에 나왔던 젊은 이혼남아빠 역할도, 호텔리어에서의 깔끔하고 멋진 사업가 역할도 좋았다. 물론, ‘젊은이의 양지’는 말할 필요도 없고.


욘사마가 된 이후 그닥 작품활동이 없었고,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실제 영웅의 영웅이야기라는게 거부감이 들어 아예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 영화 ‘외출’은 달랐다.


내가 알던 예전의 배우 배용준이 화면 속에서 가슴아파하고 있었다. 상대역으로 손예진을 캐스팅한 것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씁쓸하고 안타까운 그 이야기에 배용준도 손예진도 참, 잘 어울렸으니.


흥행이 저조했던건 아쉽지만 욘사마보다는 배우 배용준이 좋은 나는, 앞으로도 이런 영화에 계속 출연해줬으면 좋겠다. 원톱으로 영웅을 연기하는 ‘태왕사신기’나 아이돌사이에서 마냥 멋지게 잠깐 나오는 ‘드림하이’같은 작품보다 조금은 쓸쓸해보이는, 하지만 순간순간 인간미가 흘러넘치는 역할을 연기해줬으면 참 좋겠는데..


 


 



편지

앞으로 몇 십년이 지나더라도 최고의 최루성명품멜로영화로 기억할.


위에서도 말했듯 한 때 이런 류의 최루성영화를 혐오했었다. 언제나 결론은 주인공의 죽음이고 눈물 펑펑 쏟아내게 만드는 영화들. 참, 싫었다. 그랬던 탓에 이 영화도 개봉하고 한참이나 지나 비디오라는 90년대의 매체를 통해 봤던걸로 기억한다.


그저 눈물이 뚝,하고 떨어지는 게 아니라 눈물콧물 범벅이 되어 형체를 알 수 없는 얼굴로 만들어준다는 점에서는 “역시나,”싶었지만 다른 최루성영화, 드라마보다는 좀 더 오랫동안 괜찮은 영화로 기억하고 있다.


가을단풍이 멋진 오솔길에 자전거를 타고 있던 두 주인공의 포스터때문인지, 떠나버린 여주인공에 대한 그리움때문인지, 아니면 이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영화인 탓인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뻔하지만 울어버릴 수밖에 없는 멜로영화를 뽑아보라고 한다면 언제든, 망설임없이 이 영화를 추천해 줄 것이라는 것.


가을은 이별의 계절이고, 그렇기에 새로운 사랑의 계절이기도 하다던데… 이별할 이가 없는 나는 그럼, 새로운 사랑도 못하는 건가.. 저 수많은 영화 속 이별하는 이들의 사연도 슬프지만, 이별할 연인마저도 없는 나의 사연이 오늘은 더 슬프구나. 나도 영화 ‘멋진하루’의 전도연처럼 옛 애인찾아가 내가 줬던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전집이며 브라운아이즈의 CD며 꿔줬던 몇 푼의 돈을 받으러 가볼까? 그러면, 다시 사랑하게 되지는 않더라도 마지막엔 씽긋 웃으면서 추억에 살짝 잠겨 헤어질 수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