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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로스트인베이징 Lost in Beijing,迷失北京

판빙빙이라는 여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미처 몰랐다. 정말 꿈에도 몰랐다. 황제의 딸에서 조미옆을 지키던 그녀가 톱스타가 되었다기에 조금 놀라긴했어도. 소피의 연애메뉴얼에서도 영화 자체가 코믹쪽으로 흐르는지라 그저 인기가 있긴있나보구나했었는데. 로스트인베이징이라는 영화를 보고났더니 그냥 인기배우가 아니라 실력파배우구나하는 실감이 온다.






젊은 부부는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서 돈을 모은다. 아내는 큰 안마소에서 손님을 받고, 남편은 그 안마소 빌딩의 창을 닦으며. 고된 하루하루지만 사이좋게, 열심히. 사장 부부는 돈이 넘쳐난다. 아이는 없지만 그래도 넉넉한 재산덕에 멋지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지도층. 부유층.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은 행복했던 그 네사람의 결혼생활이, 인생이, 점점 망가져간다. 11분도 되지않았던 그 찰나의 순간때문에 모든게 변한다. 젊은 부부도, 사장 부부도 애써 서로 타협하려 노력하지만 결국은 일그러진다. 돈때문이었을까, 혈육에 대한 집착때문이었을까, 서로에 대한 불신때문이었을까.


사랑, 돈, 혈육, 자존심… 정말 중요한 건 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쩌면 모두들 나에게 없는 그 무언가가, 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보다 더 중요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없는 무언가를 가지려고,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가볍게 여기다가 이 네 사람처럼 모든걸 잃어버리고 마는걸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부족한 뭔가를 맞바꾸면서 타협하려고 했던 네사람인데, 결국은 가지고 있던 것마저 잃는다는 그 설정이 슬프다. 처음부터 어딘가 부족한, 무언가가 결핍된 사람들이 그마저도 잃어버리는 과정이 아프다. 네 사람 모두가 불쌍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애처롭고 안타깝고 막막하다. 나도 모든 걸 잃은 것마냥 허무해진다.


 


 



중국영화들은 코믹이거나 액션이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던 내 선입견이 요즘 무너지고 있는데, 이 영화와 The Message라는 영화덕택이다. 굳이 장르를 한정짓는다면.. 아마도 휴먼드라마. 말그대로 사람 사는 이야기. 사람들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 중국영화도 이런 내용의 영화가 있다는 게 신선했고, 판빙빙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에 놀라웠고, 영화 속 인물들의 공허함에 씁쓸했다. 그런 로스트인베이징이지만, 언제고 다시 한 번 보고싶다. 결코 기분나쁘지않은 쓴 맛의 영화.



혹시 누군가가 이 영화를 볼 예정이라면, 꼭 마지막 엔딩크레딧이 전부 올라갈 때까지 보기를. 그냥 베이징풍경만 보여주는 건 줄알았는데, 그게 아니란걸 뒤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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