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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연애의온도

결국, 사람들이 경험하는 것과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은 모두 비슷한걸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마시던 커피컵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면서 떠올랐다.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구나.’라고.


달콤한 러브스토리만큼이나 씁쓸한 이별이야기도 영화니 소설이니 많이들 만들었고, 특히나 유행가 노래가사는 대부분 폴링인러브 아니면 세이굿바이. 그렇게 흔한 소재인데도 사람들은 자꾸만 만들어내고 자꾸만 찾는다. 왜인지 이유는 알 수없지만.




그 수많은 이별이야기 중에서도 영화 ‘연애의 온도’는 오래된 연인이 ‘다시 만났을 때’에 초점을 맞춘다. 연애 몇 번 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읊을만한 만남-헤어짐-만남- 그리고 헤어짐의 과정을 쭉 읊어준다.


정말이지 식상했지만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기억나질 않아” 라던 부분에서는 저절로 회상모드에 빠지게 되더라. 이별의 이유를 잊은 채 다시 만났다가 결국 같은 이유로 헤어지는 과정의 반복.


사실 썩 재밌거나 참신하거나 그런 영화가 아닌데도 꽤 괜찮은 평점과 관객 수를 받은 건 회상을 통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덕분인 것같다. 게다가 여주인공은 예쁘고 남주인공은 멋지니, 과거의 나와 내 애인을 투영시키면 내 추억까지 예뻐지는 기분이 조금 들기도 했고.


 


 


영화를 보기 전부터도 그랬지만 엔딩을 보면서 더 확연히 떠올랐던 영화가 있었다. 오래된 연인들이 등장하는 또 한 편의 한국영화 ‘6년째 연애중’. 판에 찍어낸 듯 똑같지는 않지만, 오래된 연인이 이렇게 헤어지고 이렇게 그리워하고 뭐 그런 큰 맥락이 닮은 영화.


이런 류의 영화는 꼭 저렇게 편해진 두 사람이 익숙한 길을 걷는 그런 마무리로 끝내야 하는건가? 오래 만났을수록, 깊게 사랑했을수록 헤어지고 나면 편하게 얼굴보는 일따위 절대 없기를 바라는 내가 이상한건가? 어떻게.. 편한 사이가 될 수 있는건지 부럽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하네.



 


관람평이 워낙 좋아서 기대가 컸던 탓인지 큰 감흥은 없었다. 특히 극 중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설정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오던데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설정이라.. 마지막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부분을 위해서 일부러 넣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저 장면 나올 때마다 인상을 찌푸렸다. 아, 연수원에서 신입사원이 흥에 겨운 표정으로 코믹하게 인터뷰했던 부분은 제외하고. 그 장면에서는 다른 사람들도 소리내서 웃더라.


장르를 막론하고 모든 영화는 최대한 사전정보 -평점이나 시놉은 특히- 없이, 아무런 기대없이 봐야한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네. ‘6년째 연애중’보다 리얼하지 못했고 ‘500일의 썸머’보다 참신하지 못했던 연애의온도. 모델출신의 훤칠한 미남미녀가 주연이라 비주얼만큼은 훈훈했으니 대충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