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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침드라마와 화려한 여배우들

일본에서는 인지도와 인기, 게다가 연기자로서의 신뢰도까지 한방에 가져다주는 게 아침드라마란다. NHK의 아침드라마가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데, 연속tv소설이라는 이름으로 50년이 넘게 방송되고 있다. 일명 '아사도라'에 지금껏 출연했던 여배우들을 찾아봤더니 정말 입이 떡 벌어질만큼 쟁쟁하더라. 드라마 출연 전 후의 입지도 확실히 달라진 것같고.




게게게의 여보 - 마츠시타 나오


호불호를 떠나 관심 자체가 없는 여배우. 일본에서도 크게 주목받는 위치는 아니었으나 일본의 유명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아내를 이 드라마에서 연기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이후 스마스마에도 단독으로 출연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니 확실히 그 해에 주목받긴 했었나 봄. 


'게게게의 여보'는 '게게게의 키타로'로 유명한 만화가 미즈키 시게루를 보필하고 격려했던 그의 아내 무라 누모에의 자전적 에세이가 원작이다.  책, 드라마, 영화 모두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는데 특히 영화에서는 쿠도 칸쿠로가 미즈키 시게루를 연기한다기에 꽤나 놀랐었다. 




해님 - 이노우에 마오


2015년을 일주일 앞두고 있는 지금, 또 한 번 마츠모토 준이랑 결혼발표 기사가 나온 이노우에 마오. 만화의 명성에 걸맞는 성공을 거둔 '꽃보다 남자'의 히로인이었으나 이후 남자배우들에 비해 큰 활약은 없다가 2011년에 영화 '8일째 매미'와 이 드라마 '해님'으로 연기파배우라는 이미지를 일본대중에게 각인시켰다고.


1900년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전쟁 전 후의 일본을 살아가는 여성상을 그리는 내용인데 안봐도 특유의 분위기를 알겠기에 보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서 이 드라마를 우익으로 넣기도, 넣지 않기도 하던데.. 판단은 각자의 몫.






순정반짝 - 미야자키 아오이


영화로 데뷔해서인지 드라마 출연작이 적은 배우 중 한 명.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미야자키 아오이가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일본 아침드라마의 격이 어느 정도인지 확 느껴졌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었지만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잃지 않고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주인공의 이야기. 위의 '해님'이랑 같은 시대적 배경, 비슷한 인물설정인데.. 그럼에도 반감이 들지 않는 건 주연 여배우가 밝혀 온 역사적 사건에 대한 소신때문이었을런지도.





아마짱 - 노넨 레나


2013년 일본을 사로잡은 드라마. 코이즈미 쿄코와 쿠도 칸쿠로의 재결합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였고, 이후 줄곧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연말에는 홍백까지 아마짱 콘서트장으로 만들어버린.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보장받은 작품답게 엄청난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캐스팅된 노넨 레나는 이후 일본의 국민 여동생이 되었다. 아직 눈에 띄는 후속작은 없지만 절대적인 호감을 얻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임. 


택시기사 아빠와 가정주부 엄마의 딸로 태어나 도쿄에서 평범하게 살던 도시소녀가 엄마의 손에 이끌려 한 번도 오지 않았던 엄마의 고향이자 외할머니가 물질하며 살고 계신 어촌에 오면서 성장해나가는 이야기를 쿠도칸 특유의 코믹함과 소소한 감동으로 그려나간다. 


유쾌하고 밝고 훈훈하고 정말 재밌는 드라마인데! 우리나라의 제주도의 해녀와 일본의 아마가 문화적 유사성으로 유네스코 등재에 문제가 생기면서 마냥 찬양할 수 없는 드라마가 되버렸다. 한창 관련 기사 열심히 찾아봤었는데,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네.ㅠ







우메짱 선생 - 호리키타 마키


그러고보니 시대적배경이 하나같이.. 역시나 전후의 일본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삶을 여의사를 중심으로 보여주는 뭐 그런 드라마. 


'노부타 프로듀스'와 '아름다운 그대에게' 등 남자배우들에게 인기를 가져다 준 드라마에서 빈번히 여주인공을 연기했음에도 존재감이 정말 없었던 호리키타 마키였는데, 이 드라마에 출연한 이후 인지도와 호감도가 껑충껑충 뛰었다고 한다. 그 해에 아라시랑 같이 홍백 진행한 걸 보면 정말인가보다.





카네이션 - 오노 마치코


혜성같이 나타나 어느샌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히로인을 마구 꿰차고 있는 오노 마치코도 NHK의 아침드라마 여주인공을 연기했다. 일본의 유명한 디자이너 자매가 있는데, 드라마는 그녀들의 어머니 코시노 아야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보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확 갈리나보다. 재밌다며 추천하는 사람도 있고 일본판 막장드라마라는 사람도 있더라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지라 캐스팅만 믿고서라도 한 번 보고 싶은 드라마 중 한 편.





잘 먹겠습니다 - 와타나베 안


큰 키에 이국적인 마스크를 가진, 유럽에서 실제 런웨이모델로 활약하다 일본으로 귀국해서 드라마 출연하는 탤런트라고만 알고 있었던 안. 그녀가 일본 영화계의 거물급 배우 와타나베 켄의 딸이라는 건 최근에야 알았다. 듣고보니 어딘가 닮은 것가기도 하고. 모델생활을 끝내고 일본으로 돌아가 이런저런 쇼프로에 한 번씩 나오고, 드라마에도 한 편씩 나왔지만 큰 인기를 얻지는 않았는데 2013년 '잘 먹었습니다'라는 이 드라마로 빵 떴다. 게다가 시청률이 보증되어 있었던 '하나사키 마이가 잠자코 있지않아'의 여주인공으로 낙점되면서 한숨에 거물급 여배우로 올라섰다. 





하나코와 앤 - 요시타카 유리코


'뱀에게 피어싱'에서 그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겨줬으면서 이런저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특유의 백치미와 털털한 성격을 여과없이 보여준 요시타카 유리코. 청순한 외모로 남심을 잡고, 화통한 성격으로 여심까지 확보하면서 대표적인 청춘 여배우로 생각하고 있던 그녀가 이 아침 드라마를 출연하면서 이미지 변신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왈가닥 소녀를 벗어나서 지적이고 차분한 이미지쪽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다네.


'빨강머리 앤'을 처음 일본에 번역, 소개한 무라오카 하나코의 생애를 그려가는 드라마.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 모두 만장일치로 여주인공역에 요시타카 유리코를 콕 집어 캐스팅할만큼 신뢰도가 높았다고. 처음에는 그동안 보여준 캐릭터들과 너무 달라서 어색하기도 했는데, 갈수록 자연스러워지더라. 


드라마 방영 중에 조연배우 중 한 명인 쿠로키 하루가 영화 '작은 집'으로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해서 요시타카 유리코가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기사가 돌기도 했었다.


일본의 아침드라마도 역시나 우리나라처럼 주부 층을 비롯한 여성 시청자가 타겟인만큼 여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다른 점은 우리나라의 아침드라마가 대부분 막장으로 불리는 설정과 전개방식, 자극적인 대사들이 남무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 제발 예외인 경우도 있길 바라지만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NHK로 대표되는 일본의 아침드라마는 실존했던 인물의 생애를 중심으로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둔다는 차이점이 보인다. '아마짱'처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도 있지만.


위의 여배우들 외에도 야마구치 토모코는 88년 '준의 응원가'라는 작품으로 데뷔했고, 스즈키 쿄카, 이즈미 핀코, 타케우치 유코, 이케와키 치즈루 등 수많은 여배우들이 아침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활약하며 입지를 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