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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도쿄타워, Tokyo Tower

소위 말하는 ‘불륜’을 주제로 한 수많은 영화들과 소설들과 드라마들.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철없는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이야기들 자주 본다. 현실에서야 어떨지 몰라도 왠지 스릴있고, 왠지 더 안타까운. 사실 이 영화는 불륜을 다룬영화라기 보다는 유부녀, 그리고 여자에 대한 영화다. 그래서 더 마음 속에 남는 영화, 도쿄타워.




볼 때마다 느끼지만 이 영화, 비주얼이 꽤나 훌륭하다. 실사가 아니라 마치 그림같은 배우들이 만들어 낸 그림같은 장면들. 오카다 준이치와 마츠모토 준이라는 쟈니즈의 얼굴간판 두 명에다가 고상한 이미지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쿠로키 히토미.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가장 매력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연기파배우, 테라지마 시노부.






오카다 준이치와 쿠로키 히토미 커플(?)은 있을법한 이야기로 보기에는 너무나 아름답고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 열일곱 여고생과 교생선생님의 아련한 사랑이야기의, 그런 뭔가 순수하고 낭만적인 느낌. 영화 중간중간에 그의 어머니와 그녀의 남편이 등장할 때마다 왠지 그 사람들이 악역이라는 느낌을 받을정도로.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더 강한, 그리고 아직은 때묻지 않은 그와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여 그것들을 지켜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은 이미 ‘다음 역’으로 가버린 그녀.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쯤, ‘그래, 이 두 사람은 이런 결말로 끝날 것 같았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컨셉의 커플이니까.


 


 



마츠모토와 테라지마는 반대로 지극히, 그리고 철저히 현실적이다. 특히나 테라지마 시노부는 쿠로키 히토미와 대립되는 캐릭터로, 내 생각엔 이런 게 바로 ‘진짜’ 여자라는 동물이 아닐까 싶은 인물이었다. 


풋내기 마츠모토가 뭣도 모르고 ‘유부녀’라는 그 타이틀에 호기심을 느끼는 한 편, 테라지마 상은 지루하고 보잘 것없고 숨이 막힐듯한 지옥같은 현실 속에서 발버둥치다가 마츠모토라는 ‘틈’을 계기로 다른 인물이 되어버린다 처음엔 그저그런 아줌마의 조금은 서투른 모습의 그녀가 점점 정열적으로 변하는 모습에, 난 정말 감동해버렸다. 이 둘의 마지막 장면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납득은 했지만.


 


 


마냥 달콤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인데, 이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주치면 또다시 현실로 돌아와 생각해보게된다. 그녀의 남편과 부모, 그리고 또다른 피해자. 현실이었다면, 내 어머니의 이야기이고, 내 아들의 이야기였다면 이 영화의주인공들이 악역이었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사람들이 그렇게 거추장스럽고 미웠다. 나는 그랬다. 특히나 조금 아쉬웠던 건, 왜 저딴 남편에게 돌아가야 하고 왜 저런 멋진 남편을 떠나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론 그런 부분때문에 정말 현실적으로 그렸다고 생각도 했지만.





한마디로 이 영화는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들과 대사들, 배우들, 장소들, 배경들까지 모든 눈에 보이는 것들-미장센?-은 눈부실 정도로 동화스럽게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속의 이야기는 소름이 끼칠만큼 현실적인, 그래서 좋아하는 영화.


 


 



지금 포스팅하고 있는 영화들과 드라마들은 평균 다섯 번이상은 본 것들인데, 도쿄타워는 아마 일곱번쯤..본 것같다. 처음 딱 봤을때는 마츠모토 준 이름때문에 봤다가 전체적인 이미지가 너무 예뻐서 저장시켜놨었고, 다시 볼 때는 두 커플의 상반되는 구조가 재미있어서 봤었고, 요즘은 볼 때마다 테라지마 시노부의 연기에 감탄하면서 본다. 캐릭터자체가 변화무쌍이기도 하지만, 그녀이기 때문에 이토록 실감이 나는 거겠지. 그녀가 이렇게 변해나갈 계기를 마련해준 마츠모토가 맡은 그 역할에 감사까지 할 지경이다. 기회가 되면 꼭 연극무대 위의 테라지마 시노부의 연기를 쌩눈으로 보고 싶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