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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여름드라마

열대야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꽤 어릴 때부터 여름밤이면 잠 못들었던 기억이 나긴한다. 엄마가 타이머맞춰서 회전으로 돌려놨던 선풍기가 아침이면 고정으로, 타이머없이 연신 돌아가고 있던 기억도 난다. 그리고 그런 기억과 함께, 수박씨 톡톡 뱉어내며 대나무자리에 배깔고 누워 보던 여름드라마들도 몇 편 기억난다.



 



2013년 여름, 주군의 태양


홍자매와 공효진, 그리고 무려 소지섭! 닥치고 본방사수란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싶어 오매불망 기다리다 보기 시작했지. 인물설정이며 관계도가 ‘최고의 사랑’을 빼다 박은듯이 똑같아서 살짝 실망하긴 했다.


하지만 그 식상함을 귀신의 등장이 지워주더라. 원래 귀신이나 좀비같은 게 나오는 건 아예 안 보는데…마지막으로 본 귀신이 장화홍련이었는데.. 사연도 들려주고 원한도 풀어주면 귀신이 사람으로 보이지만, 처음 딱 등장할 때는 “으!!”하며 눈을 질끈, 심장이 쫄깃!


be careful!


 


 


 


 



사진만 봐도 으으. 무서운 건 싫지만, 확실히 체감온도는 뚝뚝 떨어지는 걸 느끼며 봤다. ‘최고의 사랑’때도 그랬고 ‘주군의태양’에서도 공효진 너무 불쌍해.ㅠㅠ


 


 


2009년 여름, 커피프린스 1호점


지난 4년동안 재밌게 본 드라마들 많은데.. 딱히 여름이랑 매치되는 게 안 떠오른다. 그래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버렸다.


드라마를 몇 번이나 돌려 봤는지 이제는 제목만 들어도 싱그럽고 애틋해지는 커피프린스. 주연배우 네 명 모두 팡팡 뜨게 만들어준 그 드라마. 더불어 왕자커피숍에서 커피프린스로 바뀐 그 공간도, 남주들의 집도 여주들의 집도 하나같이 예뻤지.


전에는 한결이와 은찬이의 알듯 모를듯, 닿을듯 안닿을듯한 그 두근두근한 모습들이나 한성이와 유주의 익숙하고 편안한 연애모습이 부러웠다. 요즘은.. 딱 이 부분이 제일 부럽다.



계곡에서 물장난치는 사람들. 내가 은찬이라면 얼마나 좋을꼬. 꽃미남천지.. 실컷 물놀이하고 돌아와 평상에서 수박잘라먹으며 무서운 얘기도 듣고. 가슴졸이며 짝사랑하는 남자랑 미숫가루도 먹고, 그 남자 이불도 덮어주고..크…


 


 


2005년 여름, 내 이름은 김삼순


요즘 트렌드라는 연상녀연하남의 시초는 이 두 사람이 아닐런지? 연하남이지만 사장인지라 그리 크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드라마관련 포스팅 몇 번 하면서 끝없이 우려먹고 있는 사골같은 드라마. 정말이지 좋아하는 삼순이의 이야기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와닿는 대사가 많다. 서른 넘어가면.. 더 공감하게 되겠지.


엔딩 즈음에 삼순이가 애인이 생기면 하고싶은일 베스트10이 있었는데, 그 중에 새마을호 식당칸에서 맥주마시며 부산가기 (KTX는 사절, 자갈치와 꼼장어는 필수)라는 항목을 시도해볼까 생각중. 술은 한모금만 마셔도 꽐라되는 관계로 맥주대신 쥬스나.. 커피나.. 뭐 그런거라도 마시면서. 진헌이같은 연하남애인따위 없는 관계로 혼자 가거나.. 친구꼬시거나.. 뭐 그렇게라도.


 


 


2004년 여름, 풀하우스


대충 10여년전 드라마가 되버렸다. 지금도 예쁜 송혜교이지만, 이 때는 여자인 내가 봐도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고. 양갈래머리를 하든, 왼쪽으로 묶든 오른쪽으로 묶든 진짜 만화여주인공처럼 예뻤다.


풀하우스가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첫 한국드라마였던가? 내가 꼬꼬마시절부터 유명했던 만화여서 볼까하다가 그림이 너~무 여성스러워서 덮었었는데, 이 드라마 보고나서야 만화를 찾아봤다. 드라마랑 다른 부분이 많아서 그냥 캐릭터만 빼왔구나 싶었던.


해변 옆에 위치한 집에서 사는 게 , 그래서 아침마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뛰고 저녁에는 바닷가 노을이 보이는 정원 그네에 앉아있는 게 부러웠지. 하지만 우리 엄마 말로는 바닷가 바로 옆에 집이 있으면 소금기 먹어서 안 좋다네.. 허허..


 


 


2004년 여름? 겨울? 발리에서 생긴 일


지원언니가 연기했던 신데렐라 중에서 가장 부러운 신데렐라. 가장 복받은 신데렐라. 조인성과 소지섭이라니!! 이제는 한 드라마에서 보기 힘들 배우들이기에 자꾸만 다시 보고 싶어지는 드라마다. 꽤나 막장이고, 상투적이고, 뻔하고, 약간 억지스럽기도 한데. 어쩔 수 없는 여심은 자꾸만 여주인공에 나를 빙의시키고 앉아있네? 아, 근데.. 이 드라마 처음에만 발리로케라서 여름배경이고 그 다음부터는 겨울배경이었던가?


 


 


2003년 여름, 여름향기


가을동화가 국내에서 빵~ 터지고,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빠바바방~ 터지자 아예 계절시리즈로 여름향기와 봄의왈츠까지 만드신 제작진. 앞의 두 편만큼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스토리 상관없이 매 장면마다 음료수 광고찍으시는 듯한 비주얼의 손예진은 전설로 남았다. 흔히들 그녀의 리즈시절 작품으로 영화는 ‘내 머릿속의 지우개’를, 드라마는 ‘여름향기’를 떠올릴만큼. 이 때만해도 ‘나도 저런 하늘하늘 여리여리한 여자가 되고싶다’라는 작디작은 희망이 있었건만..


 


 


2002년 여름, 네 멋대로 해라


두 사람이 바닷가를 걷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진 못 찾겠음. 화질이 너무 안 좋음. 본격 마니아드라마이자 폐인생성 드라마. 신데렐라 여주인공도 아니고, 재벌집 아들 남주인공도 아니고. 당시엔 파격적이었던 신선한 캐릭터가 가슴을 후벼팠던 드라마. 왠지 청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고, ‘태양은 없다’나 ‘바이준’같은 영화가 함께 생각나는 정말이지 현실적인 청춘드라마.


나영언니, 행복한가요? 빈느의 옆이니, 행복하시죠? 저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많은 여인네들은 그 날 하루종일 맨붕이었답니다. 그래도 언니니까.. 그래요.. 이나영이니까..흡..


 


 


1997년 여름, 프로포즈


이 드라마의 주제곡이 필요해! 넌 언제에나아~ 나아에게에~ 그 곡이 필요하다.


때는 바야흐로 김희선의 전성시대. 그 중에서도 초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장미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 김희선이 살고, 근처에 친구 류시원이 살고, 이창훈이랑은 연애를 할까말까. 뭐 그런 내용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두 세장면쯤 있는데, 거기가 일산인지 분당인지 모르겠으나 그런 동네에 있는 분수대? 에서 오밤중에 류시원이랑 김희선이 만나서 티격태격했던 장면이 생각나고, 또..


히히. 어렸던 빈느가 테리우스 머리를 휘날리며 김희선 옆 집에서 저 개님을 데리고 유유히 산책나오던 모습도 생각나네.


 


 


1994년 여름, 느낌


이제는 중견배우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세 사람. 오연수의 남편으로 더 많이 알려진듯한 손지창과 SM소속이라는 게 놀라웠던 김민종, 연기 진짜 잘하는데 출연작품이 적은 것같아서 아쉽던 와중, 작년 즈음부터 다시 작품찍고 계신 정재찡♥


이 세사람이 20여년전 형제로 출연했던 그 시절의 트렌디 드라마. 꽤나 부자집 형제로 나왔었지. 세 사람 모두 대학생이었던가? 자세한 건 가물가물. 이 드라마도 주제곡이 필요해! 꼬꼬마였던 내 가슴을 벌렁벌렁하게 만들었던 그 노래가 필요해!


 


 



요즘은 청순함의 대명사라면 뭐 수지, 이연희? 한효주? 몇 년까지만 해도 꽤 오랜 기간동안 손예진이었겠지. 하지만 내 기억속에 가장 청순한 여배우는 이 드라마, ‘느낌’에서의 우희진. 사람인지 귀신인지 헷갈릴만큼 청초했던 이 분. ‘남자 셋 여자 셋’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이후에는 활동이 적어서 안타깝다.


 


 


1977년부터 89년까지는 매주, 그리고 96년부터 99년까지는 여름, 2008년에도 여름, 그리고..


언제 다시 방영될 지 모르지만 여름이면 생각나는 전설의 고향


대부분이 구미호이야기였다. 구미호라는 존재자체를 초반부 이 드라마를 집필하신 작가님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같다. 본래 우리나라에 구전되는 이야기들을 재구성한 거라고 하는데..


언젠가부터 방영을 안하길래 이제 소재가 다 떨어졌나? 벌써? 하고 순진한 생각을 했었지. 아마도 점점 시청률이 떨어졌거나, 서로 자기 작품 편성해달라는 감독들과 작가들의 아우성이 있었으리라.


아홉시 뉴스 오프닝소리만 들리면 무조건 들어가서 자라던 부모님이었지만, 생떼를 쓰며 기어코 엄마 허벅지에 머리대고 누워 깜빡 졸다가, 전설 속 무서운 귀신들이 나오고 으시시한 효과음이 들려서 아빠손을 꼭 잡고 있으면 “이제 무서워서 잠은 다 잤네~”하면서 날 놀려대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주군의 태양’이나 ‘아랑사또전’같은 류의 드라마를 보면 ‘전설의 고향’도 다시 방송했으면 좋을텐데하는 마음이 든다. 방송국의 복잡한 속사정은 모르겠지만, 어린시절에 보던 드라마가 내가 스무살이 되고 서른살이 되어도, 엄마가 되고 아빠가 되어도 여름마다 방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큰 가치가 있는 거 아닌가? 벌써 8월 중순인데 아무 소식도 없는 걸 보면, 아마 올 해 여름에도 ‘전설의 고향’은 볼 수 없나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