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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한국영화

‘교복’이라는 의상으로 시작해서 ‘추억’까지. 그 때 그 시절, 나의 고교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한국의 하이틴영화.




친구


장동건이 몇 번이고 절해야 할 영화. 개인적으로는 유오성이 정말 연기잘한다고 느꼈지만, 인기는 많아도 그동안 영화에서 흥행한 적이 없었던 장동건을 재조명했다는 평이 많았다.


배경이 80년대였던가 70년대였던가. 분명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절의 부산싸나이~들 이야기임에도 그들의 사투리와 고교생들의 치기어린 허세가 괜히 애잔하고 정겹고. 그랬던만큼 엔딩은 화도 나고 슬펐지. “니가 가라 하와이~” 10년전 그 때의 그 유행어를 코믹하게 써먹는걸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얼마나 가슴 아픈 상황의 대사였는데!


 


 




말죽거리 잔혹사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나보다. ‘건축학개론’에서 어른?중년?이 되버린 첫사랑으로 등장한 한가인의 리즈시절. 그녀에게 첫사랑 이미지의 여배우 타이틀을 달아주고 올리비아 핫세 닮은꼴로 유명해지게 만들어준 작품. 독서실에서의 모습들이나 남녀주인공이 강가인지 어딘지에서 기타를 딩가딩가 가지고 놀며 꽁냥거리던 모습은 마구 공감하며 봤는데, ‘친구’만큼이나 때리고 맞는 장면이 많아서 무섭기도 했다.


특히 그 선생님이 학생을 죽일듯이 때리는 장면은.. 너무 심하다 생각하며 그나마 비슷한 시기에 고교생이었을 아빠한테 슬쩍 얘기했더니 그 때는 그런 일이 다반사였다는 말에 아빠까지 불쌍해 보였었지.

당시엔 누군지 몰랐던, 살짝 멋있다고 생각했던 그 선도부 오빠가 준수아버님이셨구나..그랬구나..


 


 




바람


황정음이 하이킥으로 빵 뜨기 전에 찍은 영화. 죄송스럽게도 감독님은 물론이요 배우들 중에도 아는 이가 없다. 영화도 보지 않았다. ‘친구’이야기를 했을때, 지인이 추천해줘서 찾아봤더니 이 영화가 있었고, 왠만한 영화정보사이트마다 하나같이 평점이 9점대. 올! 한국의 하이틴영화 중에서 아마 가장 높은 평점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까싶다.


경상도의 남고생이야기. 라는 짤막한 설명에 벌써부터 모든 내용이 눈에 선하지 않은가? 역시나 재밌게 봤다며 괜찮다고 평했던 친구의 이야기로는 ‘친구’보다 가까운 시절을 배경으로 해서 더 공감이 가고, ‘말죽거리 잔혹사’보다 더 폭력적이지만 남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이야기라고 했다. 특히 남고를 졸업했다면 더더욱.


 


 




써니


‘남자들만 고교생시절이 있었나? 왜 여고생들이 주인공인 영화는 없는 것이냐!’라고 정말 오래 전부터 의아해했었다. 워낙 영화판이 압도적으로 남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관객은 여자가 더 많은데! 왜!


혹시나 싶어 열심히 한국의 하이틴영화들을 뒤져봐도 없기에 썩 공감할 수 없고 마냥 동화같기만 했던 헐리웃 하이틴영화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는데, 감사하게도 ‘써니’가 쨘!


나처럼 여고생들의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릴법한 영화를 기다렸던 관객이 많았는지 흥행이 쫙쫙쫙! 일진이랄까 노는 애들? 끼가 많은 애들? 학교마다 꼭 한 무리씩 있었던 그런 여고생들의 이야기. 웃다가 울다가 이젠 정말 아줌마가 되버린 그녀들이 춤추는 모습을 보며 극장계단을 걸어 내려오는데 절로 고등학교친구들이 보고 싶어졌었지. 아마, 남자든 여자든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며 영화관을 빠져나오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만나 술 한잔하자’같은 그런 생각.


 


 






클래식


한가인이 등장하기 전, 내가 기억하는 한 대한민국 남성들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여배우는 단연 손예진이었다. 그렇게 만들어준 작품이 바로 ‘클래식’ 과거에는 조승우, 현재에는 조인성. 크.. 남자들에게는 동경을, 여자들에게는 부러움을 안겨 준 그녀는 외모도 연기도 분위기도 목소리도 모두모두 완벽했더랬지.


내가 다니던 여고의 그 촌스럽기 짝이 없는 교복을 입고, 친구들 대여섯명과 20년은 족히 그 자리를 지켜왔던 – 지금은 사라진 – 극장에서 줄맞춰 앉아 봤던 영화. 그 개울가의 반딧불이 예뻤던 장면을 보며,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이 재회하던 그 장면을 보며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눈물콧물 펑펑 쏟아냈었다. 그 때는 참 감수성이 넘쳐났었는데 말이지.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보면.. 그 때처럼 감동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이 영화의 곽재용감독님이랑 이재용감독님이 아직도 헷갈린다. 영화색이 확연히 다른데도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매번 혼돈하는 나는 진정 바.보.


 


 




여고괴담


고등학교배경의,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인 한국영화를 모아보고 싶었는데 정말 없는건지 기억을 못하는건지 내가 모르는건지 위의 다섯 편이외에는 당최 없었다. 70~80년대에는 꽤나 많던데.


‘뭔가 더 있을꺼야’하며 골똘히 기억을 더듬어 본 결과 겨우 생각난게 ‘여고괴담’ 첫 개봉이 성공적이었다는 건 어렴풋이 알았는데, 다섯번째 시리즈작까지 나왔을 줄이야. 매 시리즈마다 다른 감독님이 다른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찍으셨네.


하긴.. 우리나라의 여자고등학교에 떠돌아다니는 그 무서운 이야기들을 다 모아보면 최소 스무 편의 영화는 찍을 수 있을꺼다. 작가나 감독이 지어내지 않더라도 말이지. 대부분이 성적때문에, 선생님때문에, 친구때문에 자살한 누군가의 이야기. 개교 50년이 훌쩍 넘는다던 우리 여고도 몇 개인가 그런 괴소문이 있었는데, 연세 지긋하신 선생님의 말씀으로는 한 학생이 자살을 하면 그와 관련된 온갖 소문들이 덧붙혀져서 학교괴담이 되는거라고 한다. 여고든, 남고든, 공학이든 대부분의 고등학교에는 어딜가나 있는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