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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속 락밴드? 음악밴드!

일본영화와 일드에 푹 빠지기 전, 지금처럼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교류가 활발해지기 전, 내가 가진 일본의 이미지는 무시무시한 코스튬의 락밴드였다. 아마 어릴 적에 봤던, 친척집 사촌오빠방에 커~다랗게 붙어있던 포스터의 영향이라고 본다. 아직도 그 밴드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으나 까만 가죽바지에 징박힌 까만 가죽점퍼, 뾰족뾰족한 헤어스타일, 그리고 무시무시한 화장. 그런 차림새의 남자 너댓명이 기타들고 긴 마이크잡고 있는 대충 그런 포스터. 


한동안 그 일본 특유의 밴드문화랄까, 락밴드의 존재감을 잊고 살았는데, 역시나 일본영화 속에도 그런 문화는 드러나더라고. 분명 설정은 락밴드인데 장르는 하나같이 멜로라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만화원작이 많은 탓이려나.





나나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미야자키 아오이. 데뷔한 지도 오래되었거니와 비교적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그녀의 빽빽한 필모 속에 밴드영화가 세 편이나 있더라고. 시작은 바로 이 영화, 나나다. 교과서는 모두 학교 사물함에 넣어두고 정작 책가방에는 순정만화만 빼곡히 들어가 있던 그 시절에 오매불망 다음 편을 기다리며 만화방을 들락거리게 만들었던 그 만화. 


2D를 실사판으로 옮기다보니 환상이 와장창깨져버리며 실망도 했지만, 그래도 두 명의 여주인공은 정말이지 흡족했다. 그러고보니 야자와 아이의 작품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의 캐스팅은 하나같이 남주인공들이 별로였다. 파라다이스키스도 그렇고. 무튼 정말 그림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캐릭터와 잘 어울렸던 이 영화는 순수익이 100억쯤 되었다는 설도 들렸는데, 왜인지 나나2에는 출연하지 않았다는. 왜일까? 덕분에 볼 마음이 싹 사라짐.


순정만화 원작이기에 전반적인 분위기는 두 명의 나나가 보여주는 우정, 밴드멤버들간의 우정, 그리고 러브스토리. 처음부터 끝까지 말랑말랑하지만, 실제로 나카시마 미카가 부른 glamorous sky는 대박을 쳤다. 지금 들어도 좋더라.






소년 메리켄사쿠


대부분의 영화에서 온화하고 차분한 캐릭터를 보여주던 미야자키 아오이의 연기변신. 왕년의 밴드멤버들을 찾아다니고, 설득하고, 끌려다니는 등 온갖 고생을 다하는 악바리로 나온다. 같은 스토리에 같은 배우로 드라마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어떤 곳에서도 본 기억이 없네. 가벼운 코미디영화이면서 살짝 훈훈한 부분들도 있어서 생각보다 재밌게 봤다. 미야자키 아오이도, 험하게 생긴 다른 배우들도 하나같이 귀엽다는!






소라닌


한 편씩 되새겨보다가 새삼 느낀다. 어쩜 이렇게 다른 캐릭터들만 쏙쏙 골라냈을까하고. 나나에서는 딱 순정만화 속의 여주인공처럼 귀엽고 사랑스럽고 순수한 소녀, 소년 메리켄사쿠에서는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이 악물고 돌진하는 악바리, 그리고 소라닌에서는 또래친구 중 찾아보면 있을 것만같은 현실감 가득한 배역이다. 대학졸업 후 사무보조로 취직, 동거중인 남자친구는 밴드를 하며 꿈을 지켜내고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고. 여기까지의 설정이 정말 리얼하고 일상적이라 꽤 몰입해서 봤다. 조금은 우울해지는 기분으로. 그러다 사건이 생기고, 결말로 가면서 점점 바뀌어 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힘내자.'라는 마음이 되더라. 그런 면에서는 '백만엔걸 스즈코'랑 비슷한 느낌. 









밴디지


유명한 비주얼 락밴드의 보컬과 사랑에 빠지는 여고생. 흔해빠진 설정에 식상한 줄거리임에도, 화면이 예뻐서였을까? 왜인지 싫지 않다. 어쩌면 내 취향 자체가 유치뽕짝이라 그런 걸지도. 코바야시 타케시와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능력일런지도. 보면서 아카니시 진 참 캐스팅 잘했다싶었는데, 첫 캐스팅은 나리미야 히로키였다고. 


이런 류의 순정만화 뺨치는 유치뽕짝 줄거리는 다음영화에서도 마찬가지.








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


요즘 제대로 핫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사토 타케루. '켄신'에 이어 이 영화도 흥행성공. 꽤 유명한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으니, 말할필요도 없이 기본설정이 위의 '밴디지'와 똑~같다. 남자주인공이 보컬이 아니라 작곡가 겸 작사가라서 존재를 숨길 수 있었다는 점 정도만 빼면 뭐. 그런데도 역시나 좋더라는 말이지.. 내 취향을 빵야빵야 저격했다는 말이지..


뽀샤시한 화면도 예쁘고, 배우들도 만화주인공처럼 예쁘고, 멋지고. 무엇보다 기대했던 사토 타케루의 존재감에 지지 않던 여주인공! 마냥 귀여운 소녀캐릭터라고만 생각하다가 노래하는 목소리듣고 깜짝 놀랐다. 영화 개봉 이후 가수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하네.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망설였다. 이 영화, 여기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위의 영화들이랑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 근데, 이 영화.. 안 본 사람은 있어도 별로라는 사람은 아직 없었던 명작이라 일단 넣어보기로. 


'시궁창'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일본의 어느 뒷골목에 살고 있는 사람들.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 고물을 팔기도, 몸을 팔기도 하면서 살던 여주인공은 어쩌다 반대편의 세계에 가게 되는데, 그 매개체가 음악, 밴드의 보컬이다. 락밴드는 아니고.. 그저 한 때 유행하는 그저 그런 반짝가수같은. 지저분한 뒷골목을 떠나 반짝거리는 스테이지로 가버린 그녀와, 여전히 예전 그들의 장소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몇 번을 봐도 정말 묵직한 영화. 


밴드보컬로 스카웃되는 여주인공을 차라가 연기했는데, 실제로도 가수가 주업. 연기는 아마 이 영화와 '피크닉'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영화 두 편에서만 했던걸로 알고 있는데... 화면 속에서 my way를노래하던 그녀의 독특한 목소리도 이 영화를 잊지 못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