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ST

애절한 한국멜로드라마 10편

겨울은 춥다. 겨울엔 커플이 더 붙어다닌다. 그래서, 우울하다. 이래저래 겨울은 참 힘든 계절이야… 몸은 춥고 마음은 시린 계절.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건지 겨울에는 유독 지금의 내 마음과 비슷한 드라마들이 종종 방송된다. 울적하거나 뭔가 처절한 분위기의 멜로드라마를 찾다보니 그렇더라고. 작가님과 감독님, 그리고 국장님의 마음도 나와 같은게야.



대부분이 겨울에 방송되었던, 슬퍼서 더 기억에 남는 멜로드라마 10편. 순서는 최신방영작 순으로.




비밀

감독 이응복 등 2명 / 작가 유보라 등 2명 / 주연 황정음, 지성


‘해피투게더’에서 황정음이 괜히 설레발을 친 게 아니었구나 절절히 실감했다. 이전 작품들도 그랬고, 이번에도 통했다. 게다가, 어쩌면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모든 설정들을 정말이지 자연스럽게 펼쳐낸 작가님도 대단하고 매 회 절로 ‘우~와~아!’ 감탄하게 만드는 연출력을 보여주신 감독님도 대단하시지만 황정음이라는 배우의 몫이 꽤 컸다고 본다. 지성도 캐릭터 정말 잘 살린 것같고. 상처받은 남자, 집착하는 남자한테 내가 반하게 될 줄이야!


작년 최고의 달달함이 ‘주군의 태양’이었다면 최고의 애잔함은 ‘비밀’이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감독 김규태 / 작가 노희경 / 주연 송혜교 조인성


송혜교와 조인성이라니, 오마이갓. 안그래도 화려한 배우들의 비주얼에다가 감독님이 만들어주신 예쁜 화면, 그리고 노희경작가. 작가님 팬인지라 기대가 되면서도 방영전에는 조금 의아했다.


원작 일본드라마는 나 또한 인상적으로 봤다지만 이걸 굳이 리메이크 해야하나 싶어서. 이전에 같은 원작으로 만든 영화가 정말이지 엉망이었던 탓도 있었고. 가장 큰 걱정은 여주인공이 시각장애인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거. 혜교언니.. 물론 예쁘지만, 그만큼의 신뢰감은 없던 터라.


그.러.나! 뚜껑이 열린 이후 종영하는 그 날까지. 나는 이 드라마가 방영하는 날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비주얼에 취하고 영상미에 홀리고 스토리에 눈물흘렸다고 한다.


 


 


착한 남자

감독 김진원 등 2명 / 작가 이경희 / 주연 송중기 문채원


송중기의 매력이 십분 발휘된 드라마. 대본이 처음부터 이 배우에게 갔는 지 모르겠지만 남자배우라면 누구든 욕심냈을 만한 매력적인 캐릭터에, 여주인공도 흔치 않은 새로운 설정이었지. 보통은.. 재벌집남정네와 찢어지게 가난한 여주인공이 공식인데, 이경희작가님 작품은 종종 요렇게 그 공식을 깬다.


지금까지의 작가님작품처럼 또 비극으로 끝나면 어쩌나 가슴졸였는데 굉장히 스무~스하게 넘기셔서 안도했지. 뻔한 해피엔딩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인공들 불쌍한 비극도 아닌.


 


 


신데렐라언니

감독 김영조, 김원석 / 작가 김규완 / 주연 문근영 천정명


‘은조야, 하고 불렀다.’ 벌써 몇 년이 지났거늘 잊혀지지가 않는 대사. 떠오를 때마다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는 한마디. 표독한 새엄마와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언니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신데렐라캐릭터를 과감히 내리고, 착하지 않은, 연약하지도 않은 신데렐라의 언니라니! 설정이 너무나도 신선해서 완전 흥하거나 쫄딱 망하겠구나 했는데. 하.. 정말이지 ‘애절함’이라는 감정을 이 드라마만큼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감독 최문석 / 작가 이경희 / 주연 고수 한예슬


방영 전부터 기대도 많이했고, 이후에도 줄곧 재밌게 봤는데 생각보다 시청률이 안나와서 안타까웠던 드라마. 당시에는 분위기만으로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고수와 올망졸망 예쁜 한예슬의 주연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송중기와 김수현이 아역으로 출연했던 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에 다시 봤는데, 두 아역 모두, 연기 잘 하더라. 방송할 때 빨리 아역시기 지나고 내사랑 너의사랑 고수님이 후딱 등장하기만을 기다렸던 게 미안할정도로. 나.. 보는 눈이 없나봐.ㅠ


 


 


눈의 여왕

감독 이형민 / 작가 김은희 등 2명 / 주연 성유리 현빈


여주인공이 동일인물이라 그런가? 자꾸만 ‘눈의 여왕’과 ‘어느 멋진 날’이 헷갈리네. 그래도 이 드라마가 조금 더 애달픈 분위기였다는 건 정확히 기억한다. 삼순이로 빵 떠버린 현빈은 이후 ‘시크릿가든’을 만나기 전까지는 다소 주춤했고, 이 작품도 그 무렵에 방송되었다. 시청률도 낮았고 화제도 그닥 되지 않았으나 지금봐도 참 연기 잘한다는.


 


 


이 죽일 놈의 사랑

감독 김규태, 정성효, 곽정환 / 작가 이경희 / 주연 정지훈 신민아


지금 여기 모아놓은 드라마들을 다시 한 번 쭉 보고 나니 알겠다. 눈물콧물 흘려가며 시청자를 애타게 만들려면.. 남자주인공이 불쌍해야 하는거구나. 뭔가, 재벌가의 뺀질뺀질한 아들놈들이랑은 달라!


같은 분이 쓰신 ‘이죽사’와 ‘차칸남자’도 생각해보니 공통점이 많고 말이지. 열악한 환경의 남주인공이 상속녀를, 또는 탑스타를 이용하려고 작정했다가 뜻하지 않게 사랑에 빠져 버리는! 그래서 이도 저도 못하는! 크.. 엔딩만은 달라서 다행이다. 사실 송중기와 문채원의 그 엔딩을 보면서.. ‘아, 이건 작가님이 누군가의 설득에 못내 져줬거나 시청자들에게 선물해주는거구나. 본래는 이 엔딩이 아니겠구나’생각해보기도 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감독 정성효 / 작가 이경희 / 주연 소지섭 임수정


끝판왕. 임수정과 소지섭. “밥먹을래 나랑잘래!”였던가? 꼬꼬마주제에 눈 시뻘개져서는 콧물 팽팽 풀어가며 봤던 그 장면. 임수정에 빙의되서 매 회마다 울컥했던 사람은 나말고도 많으리라.. 표독한 엄마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 명장면도 명대사도 정말 많은 미사. 주인공외에도 모든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불쌍하고 가슴저렸던 미사. 지금의 소지섭, 임수정이 있는 건, 그리고 이경희작가님의 팬덤이 있는 건 이 드라마의 공이 가장 컸다.


 


 


네 멋대로 해라

감독 박성수 / 작가 인정옥 / 주연 양동근 이나영


이쯤되니 지친다. 정말 하나같이 동정심을 마구 자극하는, 없던 모성애가 절로 생기는 캐릭터들. 내 기억에 ‘매니아드라마’라는 단어자체가 이 드라마에서 시작된 것같은데? 시청률은 저조하였으나 방영중에도, 종영후에도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후유증을 남긴 명작. 두 남녀주인공도 가슴절절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남주아빠가 자꾸 어른거리고, 마음에 걸린다. 아프다.

나영언니 요새 뭐해요.. 왜 일본영화 카메오는 하면서 한국작품은 안해요..으응?


 


 


피아노

감독 오종록 / 작가 김규완 / 주연 조재현 조민수 김하늘 고수 조인성


김하늘은 청순가련의 히로인으로, 고수는 슬픈 눈빛과 분위기의 최강자로, 조인성은 모성자극하는 반항아로 만들어준, 그리고 조재현과 조민수의 연기력을 재조명하며 ‘연기파배우’로 각인시켜 준 ‘피아노’


사실 이 드라마 지금 다시 보면.. 세 명의 신인배우들이 참 안쓰러운 연기를 선보이셔서 차마 못봐주겠다, 싶은만한 타이밍에 조재현이 딱! 잡아준다. 그만큼, 바탕을 깔아줬다고 해야하나. 조민수는 등장하는 씬이 많이 없지만 캐릭터상으로도, 잠깐의 연기로도 무게감 장난아니고. 세 배우들은 두 선배에게 절해라! 두 번 세번 절해라!


촬영지가 부산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사거리였는지 삼거리였는지 횡단보도 있는 길에서 김하늘이 눈물 뚝뚝 흘리며 걸어가면, 그 뒤를 고수가 애절한 눈빛으로 따라가고, 다른 쪽에서는 조인성이 희번덕한 눈으로 고수를 노려보며 걷는 장면이 있었다. 그 때는 진정 꼬꼬마였는데 왠지 그 장면은 한동안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


어머, 쓰고보니 이경희작가님 작품이 셋, 김규완작가님 작품이 둘. 이 분들은 어떤 연애를 하셨길래 이렇게 보는 사람 짠하게 만드는 극본을 쓰시는 걸까. 나도.. 비극이 되든 신파가 되든 가슴졸이는 사랑을.. 흡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