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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여운을 남기는 11편의 해외멜로영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슬픈 엔딩이 많은 가운데 드문드문 산뜻하고 기분좋은 여운이 감도는 멜로영화들도 섞여있음. 이번에도 일본영화가 좀 많은걸 미리 알림.




첫사랑 팥빙수 : 초련 홍두빙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언어라 이게 도대체 어느나라의 영화일까 무지 궁금했는데, 말레이시아였다. 꿍샬람콩양 어쩌구.. 외계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영상으로만 극을 보는데도 좋더라. 결국은 자막을 찾아내서 다시 제대로 봤는데,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제나 싸움에서 이기는 그 물고기처럼 독기어린 여주인공과 더할나위 없이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보고만 있어도 해맑아지는 기분. 풋풋해지는 기분. 그 나이 또래에 겪을 법한 성장통과 그림마냥 맑은 소년의 짝사랑이 예쁘다. 이 영화도 역시나 마무리가 깔끔하다. 중간중간에 눈물이 펑펑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유독 남자들이 좋아하는 멜로영화 중 한 편. 알콜중독자와 창녀의 사랑이야기를 보고 감동받을 줄은 차마 몰랐다. 그만큼 배우들이 연기를 잘한걸까, 아니면 작가의 능력인걸까? 우리나라 대부분의 시한부영화와 비교하다보면 더 감탄하게 만드는 명작. 누구든 영화가 끝나면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배우의 팬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화양연화


한 폭의 유화처럼 아름다운 영화. 내 남편의 외도, 내 아내의 외도를 겪어내는 두 사람의 짠한 이야기에 울게 된다. 왕가위 특유의 섹시한 영상에 취하게 된다. 두 부부가 살던 아파트 – 일종의 쉐어하우스라고 해야하나? – , 밀회의 장소가 되는 여관방, 식당인지 카페인지 알 수 없는 곳까지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장소에서 보여주는 디테일까지 완벽한 미쟝센의 영화.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찾아 온 두 사람의 시선에 어쩔 도리없이 쓸쓸하고 안타까워지는 부분은 몇 번이고 돌려 보고 싶어진다.


 


 


가위손


조니 뎁이 본격적으로 팀 버튼의 페르소나가 된 원점은 아마도 ‘가위손’이 아닐런지. 괴물같은 겉모습 속에 한없이 여린 순애보를 키워가는 에드워드의 캐릭터는 이후 다양한 판타지 멜로영화에서 활용되었다. 예를 들자면 ‘늑대소년’같은 류의 영화들. 분명 남녀의 사랑에 관한 멜로영화임에도 한 편의 동화마냥 가슴 찡한 이야기라 어린이들이 봐도 좋을 영화. 동화책으로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도쿄 맑음


처음 봤을 때의 느낌, ‘쓸쓸해’ 다시 한 번 봤을 때의 기분, ‘뭔가.. 따뜻하구나’ 아마도 처음 봤을 때의 연령대와 다시 봤을 때의 연령대가 달라서 그랬겠지. 소설이 그러하듯 영화도 그렇다. 한 번, 두 번, 세 번.. 볼 때마다 다르게 와닿는다. 하루하루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사랑에 빠져서 결혼이라는 걸 하고, 부부라는 관계로 엮이고 나서도 애정을 가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알게 되니까. 아마도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감상은 부럽고, 따뜻하고 애잔하고.


누군가의 실제 이야기를 옮긴 거라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진심으로 여주인공이 부럽다. 이 사진작가의 아내였던 뮤즈가 진심으로 부럽다.


 


 


글루미 선데이


조금은 반성한다. 마음에 드는 영화만 자꾸 자꾸 돌려보는 자신을. 이 영화, 스무살 남짓에 용기내어 처음 본 이후로 열댓번은 더 봤다. 그런데도 볼 때마다 뭔가가 울컥, 하면서도 황홀하기도 하고, 통쾌하면서도 쓰라리기도 하고. 여러 면에서 멋있는 영화. 처음엔 ‘그럴수도 있지’했었는데 요즘은 점점 저 유태인아저씨만 불쌍하고 다른 두 주인공은 미워지는 걸 보면 심술이라는 게 나이와 함께 생겨났는 지도 모르겠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남자. 두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자. 비극적인 시대배경과 마성의 배경음악덕에 가슴이 아릿하게 남는 이야기. 강변 어딘가 여주인공을 가운데 두고 두 남자가 누워있는 그 포스터, 영화는 안봤어도 그 포스터는 본 사람이 많으리라. ‘몽상가들’도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인데, 이 영화와 참 닮았다. 덧붙이자면 지금껏 살면서 실제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그림으로 본 여인 중 아직까지 이 영화의 여주인공만큼 아름다운 이는 보지 못했다.


 


 


비포 선셋


일본드라마에 푹 빠져서 살아오기를 몇 년, 한가지 깨달은 게 있다. 뭐든 재탕하고 삼탕하며 자꾸 우려먹으면 원작의 명성까지 잃기 쉽다는 것. 비단 일드 뿐 아니라 원작소설이 정말 괜찮아서 영화화하거나 인기만화를 드라마로 만들거나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명작은 유일무이, 한 편으로 그 생을 마감할 때 네임밸류가 유지된다.


그 사실을 최근 또 한 번 확신했다. 왜 전설처럼 반짝이며 남아있는 명작을 자꾸만 우려내서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걸까.. ‘애프터 선셋’까지는 10년뒤 두 사람의 재회가 왠지 반가운 마음에 영화 속 두 사람처럼 옛사랑을 돌이켜보듯 잘 봤는데, ‘비포 미드나잇’까지 나와버리니까 질려버려서 아예 안봤다. 내가 ‘비포 선셋’을 얼마나 아꼈는데… 줄리 델피에 빙의해서 에단 호크에 푹 빠져서는 몇 년동안이나 이상형으로 꼽았었는데… 아쉬움. 하지만 그럼에도 시리즈화 되버리기 이전의, ‘비포 선셋’만큼은 아직도 참 좋다.


 


 


악인


일본에서는 크게 흥행하고 작품성도 인정받았으나 국내 영화사이트들을 보니 호불호가 갈린다. 나는 호! 이전에 ‘슬로우 댄스’라는 드라마에서도 봤던, ‘매직 아워’에서도 봤던 후카츠 에리와 츠마부키 사토시의 조합. 하지만 두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와 극의 분위기. 정말 좋았다.


사건이 발생하고 두 사람의 도주가 시작되면서부터도 좋지만, 초반부 보여지는 평범한, 아니 그보다 더 보잘 것없고 시시하고 초라하기 까지 한 캐릭터설명이 이야기의 전개를 더 극적으로 느끼게 한다. 영화의 마무리를 더 아프게 한다. 더 오래 기억되게 만들어 버린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확신을 가졌다. 이상일감독의 영화는 믿고봐도 된다는 확신. (사실 재일교포 감독들의 영화 중에는 꽤 괜찮은 수작이 많다.)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이라니! 게다가 이 두 사람의 멜로라니! 줄거리며 평점따위 관계없이 무조건 봐도 좋을 영화. 나의 엄마와 아빠 나이대의 사랑. 가정이 있는 한 여자와 사진을 찍는 한 남자의 사랑. 꽤 어릴 때 봤는데도 공감이랄까 아련하게 느껴지는 두 사람의 감정이 신기했다. 그만큼 배우들이 연기를 잘했고, 감독이 – 클린트 이스트우드 본인이 감독했다는! – 영리했던 거겠지.


괜찮게 본 영화 중 간혹 ‘불륜’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아니 사실은 꽤나 많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 대부분은 소설원작이더라. 그런 영화를 보고 몰입할 때마다, 감동받을 때마다 조금 고민하게 된다. 분명 있을법한 이야기이고 잘 만든 영화이긴한데, 그렇다고 이걸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도 괜찮은걸까하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흥한다싶은 컨텐츠가 나오면 재탕 삼탕해가며 여러 매체로 우려먹는 일본. 그 중에서도 이 소년과 소녀의 예쁘고 슬픈 이야기가 가장 성공적으로 우려먹은 케이스가 아닐까싶다. 소설, 영화, 드라마까지. 어쩌면 애니메이션도 있을 지 몰라. 그만큼 일본에서도 많이 사랑받았고 국내에서도 인지도 높은 영화 중 한 편. 바닷가 작은 마을의 소년과 시한부 소녀의 모습이 풋풋하고 사랑스러울수록 더 슬퍼지는 시한부스토리의 정석.


정작 나는 소년소녀의 러브스토리보다 시바사키 코우가 네온사인 가득한 길에서 카세트 테이프를 듣는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왠지.. 울컥, 하더라고.


 


 


레옹


처음 ‘아저씨’를 봤을 때는 이 영화를 떠올리지 않았다. 원빈의 비주얼이 너무나도 황홀해서 영화 자체보다도 그 삭발씬을 내내 떠올리고 있었으니. 그러다 얼마 후 문득 ‘레옹’의 한국판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캐릭터 설정이 너무 닮아서. 스토리도.. 두 사람이 붙어있냐 떨어져있냐의 차이일 뿐.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여정이 담긴 탓인지, 아니면 잊지 못할 마지막 장면 덕택인지 이 영화가 훨씬 더 몰입되고, 감동적이라는 건 나 혼자 만의 생각이려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워낙 여러 번 찬양을 해대서 더이상 말하기도 입아픈, 격하게 아끼는 내 인생 최고의 멜로영화. 어쩌면 감수성 촉촉하던 시절에 봐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원작소설보다 더 잘 만들었다던 평론가도 있었으니 나만의 명작은 아니리라.


두 사람의 연애가 끝나고 마지막이 다가올 수록, 마치 내가 츠네오가 되어 조제와 사랑했던 것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그 치명적인 엔딩씬에 다다르면 정말 누군가와 이별한 것처럼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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