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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멜로영화추천 첫번째

일본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그 따분한걸 왜?’라는 식이다. 글쎄, 왜일까? 스스로도 잘 설명은 못하겠지만 조용하고 잔잔하게,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좋다. 할머니가 조곤조곤 나긋하게 이야기해주던 옛날이야기를 듣는 그런 기분이 들기도하고. 그렇다고 딱히 슬로우무비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지나치다할만큼 서정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건 확실하다.


주제는 뭐라도 상관없다. 남녀의 사랑이야기, 가슴찡한 가족이야기, 뭐든. 잔잔한 영화가 좋을뿐. 그런데 꼭 일본영화에 한정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영화중에도 찾아보면 어렵지않게 동화같고 수채화같은 잔잔한, 그런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거든.




클래식 –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아무래도 빼놓을 수 없는 클래식. 뭐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인데, 아직도 이 영화의 팬은 줄지않은 듯. 손예진과 조승우, 조인성까지 워낙 주연배우들이 쟁쟁해서 그런걸까? 아마도.. 영화를 볼 때의 그 아련함이 선명하게 남아서 잊을 수 없는거겠지.


처음에는 조인성과 손예진이 대학캠퍼스를 비맞고 뛰는 저 장면이나 조승우와 옛날교복입고 비맞으며 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다시 떠올려보면, 여주인공이 읽고있던 엄마의 옛편지들이 바람에 날리는 장면이나 반딧불이 반짝반짝하던 장면들이 더 예뻤던 것같다. 스토리는 조금씩 잊혀지는데 그림같았던 장면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네.


 


 


인어공주 – 전도연, 박해일, 고두심


클래식과 똑같은 설정. 하지만 다른 배경과 이야기. 잘못만들면 참 유치하고 황당했을텐데, 예뻤다. 이야기도 배우들의 연기도 배경까지. 모두 다 말그대로 동화같았던. 전도연이 연기하는 엄마와 딸이, 손예진이 연기하는 엄마와 딸보다 조금 더 인간적이고 리얼하다고 느꼈었다. 당시 청룡영화상, 대종상영화제, 백상예술대상 등 온갖 시상식을 휩쓸었던 영화. 하지만 생각보다 못 본 사람이 많더라.


 


 


가을로 – 유지태, 엄지원, 김지수


삼풍백화점붕괴사고라는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더 슬픈 영화, 가을로. 주인공이 노트에 적힌 곳들을 여행하는 걸 보면서, 약혼자생각에 맘아파하는 걸 보면서, ‘지금도 어디에선가 저렇게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있겠지’하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 예쁘다기보다 애잔한 영화. 낙엽지는 가을이 영화의 배경이라 더 그랬던 것같다. 이 영화의 마지막처럼, 실제로 남은 그 사람들도 그랬으면..

그랬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봄날은 간다 – 유지태, 이영애


잔인할만큼 리얼한 영화, 라고 느꼈다. 그래서 좋았다. 워낙에 조용한 느낌의 두 배우가 정말이지 실감나게 연인이 만나고, 연애하고, 헤어지는 그 과정을 연기했다. 연기가 아닌것같은 연기. 대나무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파도소리, 봄이 오기 직전 녹기 시작하는 냇물이 흐르는 소리 그런 소리들을 영화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고.


6년째연애중과 봄날은간다 이 두 편의 영화가 내 생각에는 가장 현실적인 남자와 여자의 연애를 보여준 것같다. 알콩달콩 예쁘게만 그려내거나 너무 과장된 픽션이 아니라, 정말로 누구나 공감하고 지난 연애사를 되짚어보게끔 만드는. 개인적으로는 봄날은 간다의 마지막이 6년째연애중의 마지막보다 마음에 든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 배두나, 김남진


귀여운 여주인공의 깜찍한 착각. 사실 이 영화, 별 내용은 없다. 심지어 마무리는 황당하고 유치하다. 그런데도 왜 좋아하냐면, 스무살남짓한 그 무렵의 풋사랑이 예뻐서랄까. 배두나는 물론이고 김남진까지도 완전 사랑스럽게 나와서, 두 사람을 보고있자면 몸을 배배 꼬게된다. 왠만한 고등학생들의 첫사랑이야기보다 훨씬 설레이고 훨씬 배아파지는 커플. 참, 당시엔 무명이었던 엄태웅과 당시엔 개그맨이 아니었던 윤종신도 등장한다. 이 두 사람마저도 귀엽게 나오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미술관옆 동물원 – 심은하, 이성재


최근 개봉했던 쩨쩨한 로맨스의 모태(?)격인 미술관 옆 동물원. 확실히 심은하는 예쁘기만한 연예인이 아니라 완전 연기잘하는 여배우였다. 츄리닝입고 맥주마시는 저 여자가 그 무시무시한 M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하겠냔 말이지.


정반대의 두 남녀가 시나리오를 써내려가며 조금씩 바뀌어가는 이야기. 생판 남이 자연스레 연인이 되어가는 이야기. 여주인공도 그렇지만 이성재가 연기한 남자캐릭터가 참 귀엽더라는. 찌질해서 마음에 들었던 건 이 캐릭터가 처음이었다. 그 유명한 4월이야기의 명장면중에 하나가 여주인공이 빨간색 우산을 쓰고있는 장면인데,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심은하가 노란우산 쓰고 있는 장면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


 


 


와니와 준하 – 김희선, 주진모, 최강희, 조승우


다시봐도 최강의 비주얼이구나.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절대 김희선의 연기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요조숙녀였던가? 이 영화에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와니를 소화해놓고는 왜 다시 어색한 연기의 미녀스타로 돌아가버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와니만큼은 정말 완벽했다. 첫사랑과 남동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시나리오 작가인 애인과 함께살며 만화를 그리는 여자. 사실 거부감이 들수도 있는 캐릭터였는데. 내 친구 이야기를 듣듯이, 친언니의 이야기를 보듯이, 그렇게 봤다. 몇 번을 다시봐도 질리지 않는 영화.


 


 


후아유 – 이나영, 조승우


전직 수영선수,이지만 지금은 수족관에서 일하는 그녀와 색다른 온라인게임개발자이자 창업주인 그. 63빌딩에서 일어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참 인간적이었다. 배우는 둘째치고 작가와 감독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리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걸까. 신기한 사람들. 이 영화는 CF같은 화면에 신선한 소재에 소설같은 전개까지, 완벽하게 마음에 들었었다. 요즘도 가끔 한강에서 63빌딩을 볼때면 두 사람이 떠오를만큼. 그러보니 조승우는 뭐하나? 군대갔나? 제대했나? 아 참, 드라마 찍었던 것같은데.. 가물가물. 후딱 영화속으로 돌아와주길. 뮤지컬티켓팅에 실패한 1인은 웁니다. 또르르..


 


 


순애보 – 이정재, 김민희, 타치바나 미사토


이 영화, 몇 명이나 봤을런지. 이때까지만 해도 입만 뻥끗 수준이었던 김민희였음에도 영화는 참 괜찮았다. 청춘파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이정재가 평범한 공무원역에 그리도 잘 어울릴 줄은 몰랐는데. 생각해보면 이정재도 은근 연기파인듯. 사실 김민희보다는 일본 여배우의 비중이 커서 김민희의 그 어색한 연기는 묻힐 수 있었던걸지도 모른다. 지금의 그녀라면, 그 일본 여배우가 맡았던 여주인공 역할도 괜찮게 소화할 수 있을텐데.


 


 


백야행 – 손예진, 고수, 한석규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단한 작가이긴 한가보다. 워낙 다작을 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많은 작품이 드라마화되고 영화화되었는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동감한다는 뜻이니 그는 참 행복한 작가.


백야행은 소설로 발표된 이후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얻었고, 이후 우리나라에서 손예진과 고수 주연으로 영화가 제작, 이후 일본에서도 드라마와는 다른 배우들을 주연으로 영화가 제작되었다. 어쩌다보니 원작소설, 드라마, 한국영화, 일본영화 모두 봤는데…

원작>>>>>>>>>>드라마>>>>>한국영화>>>일본영화 정도의 느낌. 처음부터 줄거리며 장면 하나하나를 다 알고봐서인지 우리나라의 백야행은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 고수의 넓대대한 등짝만이 잊혀지지 않고 떠올랐다 원작소설이나 일본의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손예진과 고수, 그리고 한석규까지 나오는 우리나라의 ‘백야행’도 괜찮게 볼 수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