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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배경의 영화와 드라마

강원도는 딱 한 번 가봤다. 춘천에 가서 혼자 돌아다니다 우연히 들어간 강원도관광센터인가 하는 곳에서 강원도의 여러 명소가 등장했던 영화, 드라마들이 정리되어 있길래 적어놨다가 옮겨본다. 언젠가는 가보리라는 다짐이랄까.


우선 강원도에서 뽕을 뽑으신 윤석호감독님의 드라마들부터.




계절시리즈의 시초. 지금은 톱스타가 된 송혜교, 원빈, 송승헌 주연에 당시엔 아역이었던 문근영도 출연했던 '가을동화' 


여주인공의 집이 있었던 속초 아바이마을은 본래 함경도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모여살던 동네라고 한다. 청초호가 있는 청호동 인근을 지칭함. 이후 1박2일을 비롯한 많은 방송에도 등장한다. 송혜교와 송승헌이 거닐던 멋진 방파제의 해변도 속초해수욕장이다. 준서가 은서를 업고 걷던 곳은 화진포 해수욕장. 남녀주인공이 창문닦다가 새끼손가락 부딪히며 두근대던 장소는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상운리에 있는 상운폐교로 이 드라마 이후 시골의 폐교를 활용한 전시관, 박물관이 부쩍 늘었던 걸로 기억한다. 어린 은서와 가족들이 헤어진 곳은 이별터널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주소를 알 수가 없네ㅠ 아시는 분은 부디 덧글을 주세요!






가을동화로 국내에서 재미를 보신 이후 본격적으로 계절시리즈를 만들어지게 한 그 드라마. 욘사마와 지우히메를 탄생시키며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겨울연가도 역시나 강원도가 주 배경으로 등장한다. 히메와 사마가 눈사람만들며 꽁냥대던 곳은 춘천 남이섬의 나미나라 공화국. 여긴 워낙 유명해서 많은 커플들이 방문하는데 친일파과 관련된 사유지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가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준상이 상처입은 유진의 마음을 달래주던 곳은 춘천시 중도동에 있는 중도 유원지로 의암댐이 건설되면서 생겨난 섬의 일대를 휴양지처럼 꾸몄다. 그리고 가장 자주 등장했던 스키장과 리조트 일대는 모두 용평리조트라고. 강원도의 명소 중 하나인 추암해수욕장도 중요한 장소로 등장한다.






위 두 작품에 비해 화력은 약했으나 손예진의 청순미가 절정에 달했던 '여름향기' 이 드라마는 플로리스트라는 여주인공의 직업을 살리기 위해 오대산 자생식물원에서 촬영이 진행된다. 내가 찾아본 것만 해도 국내에 자생식물원이 10개가 넘었으니, 이 드라마의 배경지를 찾으려면 꼭 '오대산 자생식물원'으로 검색하시길.




작년에 1박2일에서 차태현이 10여년만에 방문해서 보는 나까지 새로운 감회와 추억에 젖게 만들었던 곳.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서 앳된 전지현이 "견우야~"를 외치던 이 곳은 강원도 정선의 함백 새비재(조비재라고도 함)에 있는 백운농장. 대충 검색해보니 사과와 꿀이 유명한 모양이다. 가게 되면 전지현 흉내내봐야지..






'번지점프를 하다'와 함께 이은주의 보석같은 작품으로 남은 영화 '연애소설'에는 대관령 삼양목장과 오대산 전나무숲길이 등장한다. 지환이 추위에 떠는 수인을 업고 달려가던 곳은 삼양목장도, 오대산 월정사 옆의 전나무숲길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는 유명관광지.






여기는 세트장이라 넣을까말까했는데.. 찾아보니 촬영이 끝난 이후로는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이런저런 소소한 재미들을 만들어놨길래 가보고 싶어졌다.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에 있는 '웰컴투동막골' 촬영세트장. 영화포스터에 주인공들 얼굴만 퐁 뚫어놔서 사진도 찍을 수 있고, 세트장 주변의 경관도 멋지다. 가는 길목에 이정표도 있어서 산 속에 위치했지만 찾아가기 쉬울 듯.




'동승'이라는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고즈넉한 사찰과 주변의 숲, 계곡 등이 배경으로 계속 등장한다. 영화는 못봤지만 사진만 몇 장 찾아봐도 경관이 참 좋더라. 그리고 영화에 얽힌 뒷이야기가 참 재밌다. 감독은 아내 몰래 전세자금을 빼서 영화촬영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자금이 부족해서 스텝들과 눈이 빠지게 스폰서만 기다렸단다. 하지만 좀처럼 스폰서가 나타나지 않아 빼돌린 전세자금 200만원을 가지고 무작정 강원도로 향했고, 전부터 마음에 뒀던 정선 민둥산의 억새밭에서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을 찍었다. 


이게 왜 재밌냐면, 정작 계속 배경으로 비춰지는 다른 곳들은 모두 경북 안동의 봉정사 영산암이고 딱 이 장면만 멀리 떨어진 강원도의 산자락에서 따로 찍었던 거다. 감독이 얼마나 이 장소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는지 느껴지고, 그래서 가보고 싶어진다.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워낙 억새풀이 만들어내는 전경이 훌륭해서 10월 한달동안 민둥산억새축제가 열린다고 하니 기왕이면 가을에 가야겠다.






이 영화는 비교적 최근에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던 지라 번뜩 기억났다. 그 어떤 관광지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꼭 강릉에 먹방찍으러 가고싶게 만드는 영화. 물론 스토리도 좋았지만 아무래도 영화 속 저것을 먹어야한다는 인간 본연의 욕구가 조금 더 강하게 남는다. 그리고 혹시나했는데 역시나 감독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다름아닌 강릉에서 썼단다. 정말, 그럴 줄 알았다는!


서울남자와 강릉여자의 뚜쟁이가 되어버린 바리스타 사장님이 있던 그 커피숍은 카페 테라로사. 언젠가부터 커피애호가들이 강릉을 커피성지로 추앙하며 찾아들고 있는데, 수많은 카페 중에서도 이 곳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도 나왔다고 하네.


두 주인공과 뚜쟁이 바리스타사장님이 소주와 도루묵인지 무엇인지를 맛깔나게 먹던 곳은 강릉의 옛태광식당으로 추정된다. 정작 이 식당에서 메인메뉴로 내세우고 있는 건 우럭미역국이라는데, 영화를 본 나는 아무래도 늦은 밤에 찾아가 주인공들이 먹던 딱 그 메뉴를 먹고 싶다. 물론 소주도 함께.


서울남자가 마구 맛을 자랑하며 친구를 데려가던 그 곳은 아주아주 유명한 강릉 맛집 서지초가뜰이다. 배용준을 비롯한 많은 연예인들도 먹고 갔다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맛집. 한옥에서 먹는 종가집 맏며느리의 한정식. 상상만 해도 호화롭지 않은가. 이 곳은 분명 강원도 강릉이건만, 전라도 밥상이 부럽지 않을만큼 상다리 후덜덜 떨리는 진수성찬이 펼쳐지고 그 맛도 훌륭하단다. 침흐른다.


다른 영화와 드라마에 비해서 뭔가 글이 길어졌는데, 아직 실제로 가보고 싶은 영화 속 강릉 맛집은 반도 못 찾았다. 가능하다면 꼭 감독님을 만나뵙고 한 곳 한 곳 받아적어 찾아가고 싶다. 강릉에 사는 분들, 주변에 사는 분들, 또는 강릉에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께 이 영화를 완전 강추합니다. 꼭 보고 어딘지 아는 장소(라 쓰고 식당이라 읽는다)를 발견하시거든 부디 알려주소서.


이 외에도 '말아톤'은 춘천의 국제마라톤코스에서, '말죽거리잔혹사'에서 남녀주인공이 기타 튕기며 데이트하던 장면은 춘천 남이섬의 나미나라 공화국에서 촬영되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래도 강릉을 가장 먼저 가보고 싶다. 가서 한정식부터 회, 커피까지 실컷 먹고 마시다 와야지.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내가 고백을 하면'에 등장한 다른 식당들의 상세정보를 아시는 분은 제발! 부디! 플리즈! 덧글로 알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