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월드컵이 없었다면, 동계올림픽과 하계올림픽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없으면 없는대로 잘 살았겠지만 그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과 태극기와 애국가에 가슴 찡해지는 감정을 모른 채 살았겠지.
그래서, 스포츠라고는 그저 '보기'만 하는, 야구도 축구도 피겨도 수영도 모두 룰은 전~혀 모르고 보기만 하는 나같은 사람도 감동느끼며 볼 수 있는 스포츠영화들. 그 중에서도 한국영화들로만 골라봤다.
코리아
감독 문현성 출연 하지원, 배두나 개봉 2012 한국영화
믿고보던 -기황후의 선택과 인터뷰내용들은 아직도 배신감을 느끼게 한다는- 국민배우 하지원과 헐리웃까지 진출한 개성파 배두나가 주연한 '코리아'.
국가대표 탁구선수들의 이야기만으로도 감동적이지만, 아무래도 북한과 남한이 함께 연습하고, 하나의 목적을 향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더 가슴찡하게 만들었던 영화.
리분희선수와 다른 북한의 선수들도.. 이 영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저번 런던올림픽에서 우리나라선수단을 몇 번이고 북한이라고 잘못 표기했는데, 그 실수보다도 그 실수에 화내야하는 우리가 불쌍하더라고. 결국 한민족인데 말이지..
국가대표
감독 김용화 출연 하정우, 성동일, 김지석, 김동욱, 최재환, 이재응, 이은성 개봉 2009
오합지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재미나고 훈훈한 이야기. 처음 이 영화 나왔을 때 번뜩 생각났던 영화가 '쿨러닝'이었다. 그 뜨거운 자메이카에서 봅슬레이대표팀이 된 사람들의, 코믹해서 더 감동적인 영화.
역시나 대략 비슷한 분위기. 이전 미국국가대표 경력을 가진 하정우역할만 빼고는 모두 아마추어..도 아니고 완전 문외한들. 어린이 스키점프교실 선생님, 웨이터, 고깃집아들 등.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더 웃겼고, 더 극적이었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감독 임순례 출연 문소리, 김정은, 엄태웅, 김지영, 조은지, 민지 개봉 2007 한국영화
위기에 봉착한 여자핸드볼선수팀의 희망이 가득찬 이야기. '우리들의 행복한 순간'은 스포츠영화 특유의 메세지가 가장 또렷하게 전달되었던 것같다.
내용도 좋고, 배우들 연기도 좋고. 흥행은 생각보다 저조했던 걸로 기억되네. 주연인 문소리와 김정은도 훌륭했지만 언제나 '전원일기'로만 기억되던 김지영의 숨겨진 연기력에 살짝 놀라기도 했던.
글러브
감독 강우석 출연 정재영, 유선, 강신일, 조진웅, 김미경 개봉 2011 한국영화
한 때는 잘나가는 인기 야구선수였으나, 온갖 말썽을 일으킨 뒤 청각장애학생들의 야구팀에 코치가 된 주인공. 그리고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기에 더 노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감독은 강우석, 주연은 정재영, 유일한 여주인공은 유선. 완벽한 라인업에 시놉만 봐도 감동이 철철. 극장에 올라가자마자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려왔었으나 '역시 이름값하는구나'싶었던 영화다.
위의 '글러브'처럼 야구를 소재로 인간냄새가 폴폴나는 한국영화는 '퍼펙트게임','슈퍼스타 감사용'
그런데 왜 야구는 올림픽종목에서 빠진거지?
천하장사 마돈나
감독 이해영, 이해준 출연 류덕환 개봉 2006 한국영화
포스터만보고 한국판 '워터보이즈'쯤 되려나했는데, 와우. 이건 내가 모르던 신세계같은 영화였지. 웃기고, 귀엽고, 뭔가 씁쓸하면서도 예쁘고, 가슴도 아프고 근데 또 웃기고. 퀄리티좋은 병맛 영화?
보통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성장영화나 스포츠종목을 소재로하는 영화들은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천하장사 마돈나'만큼은 달랐다. 성적소수자 또는 성정체성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 소재덕분에 분명 뻔하고 상투적이었을 이야기가 완전 신선해졌다. 분명 코믹하게 포장해놨지만 웃음기 싹 빼고 보면 꽤 시사적이랄까, 심오한 메세지까지 전해지는 내용.
이런 말하면 괜한 비교한다며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우리나라의 씨름도 일본의 스모처럼 좀 대우받는 스포츠종목으로 인정받으면 좋겠다. 일본의 스모선수들은 왠만한 연예인이나 정치인 저리가라하는 부와 명예를 가지던데. 세 살짜리 꼬마아이부터 여든의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알아보고 좋아하던데. 우리에게 씨름이란 강호동의 옛 직업.. 쯤으로 남은 것같아서 안타깝다. 그 나라의 전통문화, 전통적인 놀이, 어엿한 하나의 스포츠종목을 이토록 보호하지도 않고 소중하다고 생각도 하지 않는 나라가 우리나라말고 또 있을까? ㅠㅠ
말아톤
감독 정윤철 출연 조승우, 김미숙 개봉 2005 한국영화
군 제대이후 공연만 하시는 듯한 조승우의 대표작 중 한 편. 영화 '말아톤'은 본격적인 최루성영화다. 게다가 이 가슴 쓰라린 내용이 실화라니, 크리넥스 한 통은 옆에 두고 봐야한다.
사실 이렇게 작정하고 "당신을 울리고 말겠다!"라는 듯한 영화는 피하는 편이라 극장에서 안봤다. 몇 년이 지나고 단편 일본드라마를 봤는데 이런, 바로 이 이야기. '어쩔 수 없지.. 오리지널을 보자'싶어 뒤늦게 영화도 찾아봤다.
역시나 슬프고, 불쌍하고, 괜히 내가 부끄럽고, 작아지고, 미안하고.. 그리고 멋있었다. 모성애와 연결되는 부분은 공감할 수 없었지만 순수한 초원이가 골을 향해 달리는 모습이 뭔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지금 내 모습을 채찍질하게 만드는. 보고나면 눈이 퉁퉁 부어버리는 건 싫었지만, 보길 잘했다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마라톤이라하면 '지구력'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난다. 무언가를 꾸준히 ,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해내는 능력. 오래달리기는 잘할 자신도 없고 시도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인생이라던가, 꿈이라던가, 목표같은.. 그런 것도 결국 마라톤을 완주해야 성공할 수 있는 거겠지?
찬양받는 연기력의 김명민이 주연한 '페이스메이커'도 마라톤선수에 관한 영화라던데, 보질 못해서 뭐라 할 말이 없네. 찾아보니 평점은 좋은 편. 역시 김명민은 완벽한 배우인게야.
내가 지금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을 시간에도 각 분야의 선수들은 열심히 훈련하면서 심신을 단련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부끄럽다. 모두들 존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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