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만 주구장창 외우라고 강요받던 시절에는 몰래몰래 소설을 자주 읽곤했는데.. 이젠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몇 편이나 마음껏 읽을 수 있는 자유가 있음에도, 손에서 책이란걸 놓은지 한참이다. 왜일까?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화만큼은 자주 보고 있다만.. 점점 무식해지는듯한 기분, 나름 촉촉했던 감성이 메말라가는 기분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괜찮은 소설이다싶으면 국내외의 감독님들이 영화로 종종 만들어주니까. 디테일은 다를지라도 원작소설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접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영화만 본 사람들은 호평을 해도 원작소설의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영화에 만족하지 못하더라만.
원작소설을 읽었다면 나의 상상과 감독의 상상이 얼마나 일치할지 궁금한 마음에 보고싶고, 읽지 않았다면 영화를 본 후 소설까지 챙겨 읽고 싶어지는 소설원작 한국영화 스무편.
공동경비구역JSA
세기 말, ‘쉬리’에 이어 우리나라도 이렇게 스케일 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걸 보여준 명작. 중간중간 인물들의 코믹함이 결말을 더 가슴 절절하게 만들어줬던 이야기. 올해들어 점점 불안해지는 시국인지라 또 생각나는 영화.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는걸까?
북한의 통치자라는 그 사람에게 이 영화를, 안된다면 원작소설을 꼭 보여주고 싶다. 인간이라면 뭔가 느끼겠지. 아, 우리나라 대통령에게도… 보여줘야겠구나. 슬프다.
꽃잎
이정현의 전성기는 무시무시한 의상을 입고 새끼손가락에 대고 노래부르던 시절이라 다들 말하지만, 난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가수이기보단 배우이길 바란다. 광끼어린 연기력이 너무나 아까워서.
‘어둠속의 댄서’에서 열연했던 뷔욕을 보며 난 자연스레 ‘꽃잎’의 이정현을 떠올렸단 말이지. 그러고보니 두 사람 모두 가수이기도 하고..
사실 난 원작소설이 아무리 유명하고 호평일색이더라도 그걸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먼저 봐버렸다면 소설은 찾아보지 않는 주의인데 – 텍스트를 읽는 데 자꾸 영화 속 장면이 떠올라서 오히려 몰입에 방해가 된 경험이 있는지라 – ‘꽃잎’만큼은 꼭 읽어보고 싶다.
멋진하루
너무나도 찌질해서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졌던 남자주인공이 신선했던 영화. 의외로 꽤나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공감하더라. 하긴, 여자도 그리 멋진 설정은 아니었다. 그 놈의 돈이 뭔지…
이제와서 다시 떠올려보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돈을 구하는 남자는 오히려 쿨해보였고 그에게 돈을 받아야하는 여자는 왠지 미련이 뚝뚝 묻어났던 것같다. 엔딩에서의 전도연표정이 왠지 개운해서 좋았던. 원작소설도 그런 후련한 느낌의 엔딩이었을까?
모던보이
난 재밌게 봤는데 소설을 먼저 본 사람들이 입에 침 튀기겨가며 실망감을 토해내던 영화. 그만큼 소설이 좋았나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묘령의 여인이 이야기의 핵심인듯한데..혜수언니의 신비감이 부족했나? 감독님의 편집이 별로였나? 난 재밌었데도.. 그래도 원작소설의 팬들이 말하길 주인공의 집을 비롯한 무대장치같은 건 진짜 잘 살렸다고 인정. 보는내내 인테리어에 푹 빠져있었던 나도 미술감독님의 센스를 인정.
방자전
그래, 이런 소설있음직하지. 뭐라더라 ‘야화’라고 하던가? 근데 영화는 참.. 춘향이의 사랑이 몽룡이가 아닌 방자였다면?이라는 신선한 발상말고는 전부가 시시했던 영화. 단 하나의 베드신을 위해 영화는 만들어졌나보다. 조여정의 다음 영화였던 ‘후궁’은 다르리라 믿었건만.. 예고편이 완전 흥미진진 퀄리티짱이기에 엄청 기대했건만.. ‘방자전’과 별 다를바 없더라는.
백야행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단한 작가이긴 한가보다. 워낙 다작을 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많은 작품이 드라마화되고 영화화되었는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동감한다는 뜻이니 그는 참 행복한 작가.
백야행은 소설로 발표된 이후 일본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얻었고, 이후 우리나라에서 손예진과 고수 주연으로 영화가 제작, 이후 일본에서도 드라마와는 다른 배우들을 주연으로 영화가 제작되었다. 어쩌다보니 원작소설, 드라마, 한국영화, 일본영화 모두 봤는데…
원작>>>>>>>>>>드라마>>>>>한국영화>>>일본영화 정도의 느낌. 처음부터 줄거리며 장면 하나하나를 다 알고봐서인지 우리나라의 백야행은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 고수의 넓대대한 등짝만이 잊혀지지 않고 떠올랐다 원작소설이나 일본의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손예진과 고수, 그리고 한석규까지 나오는 우리나라의 ‘백야행’도 괜찮게 볼 수 있을듯.
플라이대디
go, 레볼루션, 그리고 플라이대디플라이까지. 가네시로 가즈키의 인기작들. go도 플라이대디플라이도 일본에서 영화화 되었고 모두 호평을 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서 리케이크 한다고 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감독님? 우리 이야기 좀 할까요? 왜 그러셨나요? 원작도 아깝고, 배우들도 아까웠던 실망작. 한국판 ‘플라이대디’를 보고 뭐 이런 재미없는 영화가 있냐며 실망한 사람이 있다면 꼭 소설 ‘플라이대디플라이’나 일본판 영화를 보시길!
불꽃처럼 나비처럼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뭐든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라는 걸 종종 깨닫는데, 이 영화도 그러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안타까운 이야기의 주인공 명성황후를 수애가 연기한다니!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를 조승우가 연기한다니! 이건 봐야해!!를 모두가 외쳤거늘.
원작소설에서도 명성황후가 그렇게 그려졌다면 작가는 정말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CG는 없으니만 못하지 않았을까..? 배우들이 너무 아깝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워낙에 대사도 적고 정적인 영화라 지.루.하.다 는 평이 압도적으로 많은 영화. 특히나 드라마’시크릿가든’에서 멋지구리 백마탄 왕자님을 연기하며 뭇 여인네들의 로망이 되어버린 현빈의 연기변신에 실망아닌 실망한 여성관객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난 오히려 그 정적인 느낌이 좋았다.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지는 순간은 당연히 조용하고, 조마조마하고, 아슬아슬하고. 그렇지 않나? 극중 인물들처럼 이혼을 해본 적은 없지만 뭐 크게 다르겠어? 그리고 영화 속 인물들처럼 답답하고 속터지게 만드는 남정네도, 못된 년이니 나쁜 년이니 소리들으며 다른 이에게 마음을 줘버리는 여인네도 세상엔 널리지 않았는가.
서편제
임권택감독님의 ‘恨’시리즈를 대표하는 영화. 몇 일전 끝난 드라마 ‘그 겨울’에서 여주인공의 눈을 새엄마? 집사? 가 고의로 방치해서 시각을 잃게하는 설정이 나오던데, 그 부분을 보자마자 이 영화가 떠올랐다. 의붓딸의 소리에 그 놈의 恨을 심어주려인지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인지 눈을 멀게하는 아버지가.
아무리 픽션이라지만 생각할 수록 화나는 그, 설정. 우리나라는 흥의 민족이라던데 왜 명작이라 불리우는 소설들은 하나같이 가슴저리고 아프기만 한건지. 언젠가 어른이 되면 이청준작가를 찾아가 왜 행복한 이야기는 없는거냐고 꼭 한 번 여쭙고 싶었다. 이젠 그럴수가 없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원작소설도, 영화도 아직 보지 못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오로지 공효진이라는 이름 석자에 끌렸고, 임순례라는 감독에 끌렸는데 시놉을 대충 읽어보고는 더더 보고싶어서 발 동동 구르고 있는 영화다. 심우도니 뭐니 어려운 말은 제쳐두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담담하고 끝날 때쯤 뭔가 느끼는 바가 있을 것만 같아서 완전 기대중. 소설을 먼저 읽으면 영화가 안끌릴테고, 영화를 보면 소설이 안끌릴텐데. 뭘 볼까? ‘백야행’처럼 이것저것 다 봐도 실망하지 않을 작품이 될 수 있으려나.
스캔들
18세기 프랑스육군장교가 쓴 ‘위험한 관계’의 리메이크작은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세 편. 88년도에 제작된 존 말코비치와 미셸 파이퍼 주연의 ‘위험한 관계’, 99년 라이언 필립과 리즈 위더스푼을 결혼까지 골인시킨 – 이혼했지만 –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그리고 배용준과 전도연, 이미숙이 주연한 ‘스캔들’까지. 재밌는건, 세 편의 영화 모두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 특히나 ‘스캔들’의 경우는 배경을 조선시대로 한 만큼 가장 색다른 느낌이다. 아마 또 다른 영화들도 이 원작을 살짝 차용한 경우는 엄청 많겠지?
‘방자전’이나 ‘쌍화점’의 감독들은 어쩌면 이 영화에서의 에로스를 흉내내고 싶었던걸지도.
아내가 결혼했다
남녀를 막론하고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 허무맹랑한 설정.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속으로 ‘손예진이라면…’하며 아주 조금 납득했던 건 나뿐이려나? 손예진처럼 아리따운 얼굴에 극중 여주인공처럼 매력이 철철 넘쳐나는 여자가 내 아내라면, 일처다부제의 일원이 될수도… 라고 여자인 나도 상상을 살짝 했었다. 왜 있지 않은가, ‘글루미선데이’의 여주인공같은 비현실적인 여자와 그 주변의 남자들. 그런 매력적인 여자들은 하나같이 박애주의자(?)란 말이지. 근데 원작소설의 작가는 여자인가 남자인가 사뭇 궁금하다.
완득이
성장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가 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니! 게다가 거친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주인공 유아인과 역시나 거친 사랑으로 제자를 돌보는(?) 김윤석의 캐스팅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훌륭해!
한 편으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실제로 어딘가에 있겠지라는 생각에 씁쓸하기도 했고. 내가 학교의 선생님이라면 꼭 우리반아이들 죄다 데려가서 단체관람하고 싶은 영화. 감독님과 배우들, 그리고 원작소설의 작가님에게 박수와 찬사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또 한 편의 성장소설. ‘완득이’와는 또 다른 씁쓸함을 안겨주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어쩌면 이 이야기는 성장소설로 포장한 사회비판소설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워낙 어릴 때봐서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그저 뭔가 ‘나쁘다..’라는 인상만은 또렷하게 기억난다. 게다가 이 영화 이후 홍경인이 연기했던 전태일의 이미지까지 겹쳐져 왠지 안타까운 대한민국의 청년상으로 그를 기억했었다.
‘완득이’는 어린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영화지만, 이 영화는 뭇 어른들이 봤으면 좋겠다. 권력자에게 꼬리 살랑거리는 그 어른들에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내 또래의 사람들에게 ‘소설원작한국영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법한 영화. 공지영작가의 수많은 대표작 중 하나. 소설이 발표되었을 때도 그러했지만 영화가 흥행한 이후 한동안 사형수에 대한 화제가 끊이질 않았었다. 정말이지 극악무도하기 짝이 없는 범죄자들을 볼 때면 몇 번이고 사형되어야 마땅하다고 느끼면서도 과연 사람이 사람의 목숨으로 단죄할 자격이 있는걸까싶어진다. 또, 경찰도 검찰도 판사도 모두가 사람인지라 어떠한 실수로 죄없는 이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경우도 있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요즘같아선 사형제도를 악용하는 경우도 생길 것만 같고..
무조건 찬성할 수도, 무조건 반대할 수도 없는 어려운 문제를 모두가 단 한번이라도 고민하게 만들었다면 이 소설은, 이 영화는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게 아닐까.
장화홍련
영화로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절대 안봤을 이야기. 왜냐면.. 무서우니까! 호평일색이라 영화를 보긴했는데 정말 무서워서 혼났다. 보통의 공포영화라면 끼끼끼끽하는 요상한 소리날 때 눈 꼭 감으면 괜찮다지만 이 영화는 그런 무서움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공포. 설명하기가 참 어렵네. 좀 세련된? 한차원 높은? 시각이나 청각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오싹했던 영화. 지인이 이런저런 무대장치들 설명해주며 다시 보라고 권유했지만 있는 힘껏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식스센스’ 이후로 가장 무서웠던 장화홍련. 원작소설로 보면.. 음.. 아마도 영상으로 볼 때보다 더 무서울 것같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싶지 않아.. 무서워..
조선명탐정
조금은 뻔한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김명민이니까. 그리고 마냥 청순하고 귀엽기만 한 줄 알았던 한지민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에 눈이 즐거웠으니까 만족하며 극장을 나왔었다. 소설도 같은 설정에 같은 시점으로 풀려나가는 지 모르겠으나.. 만약 그렇다면 그닥 읽고 싶지 않네. 원작소설의 팬도 꽤 많은 것같더라만. 올해에 또 김명민 주연으로 속편이 개봉예정이네. 소설이랑 연결되는 내용이려나? 근데.. 응? 이연희? 으응?;;
파이란
요즘은 더티섹시? 중년섹시?가 유행이라던데, 그 단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건 류승룡도 아니고 하정우도 아니고 최민식이 아닐까. 내가 생각하는 상남자 중의 상남자. 여리여리한 꽃미남들은 절~대! 흉내낼 수 없는 남자냄새! 그리고 그 남자가 보여주는 가슴 찢어지는 사랑이야기. 크.. 좋아.
이 영화가 소설원작이라는 건 좀 의외였다. 장백지가 연기한 여주인공이야 뭐 대충 글로 써낼 수 있을법한데, 최민식이 보여준 그 표정과, 감정선은 소설에 뭐라고 적혀있을까? 가슴을 꾸욱 짓누르던 그 눈물씬은 어떻게 적혀있을까? ‘실제’를 봐버려서 ‘픽션’을 못보겠다. 최민식아저씨, 범죄영화랑 스케일 큰 영화도 좋지만 이런 가슴 절절한 영화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찍어주세요..
도가니
‘우행시’에 이어 ‘도가니’까지 출판되면서 공지영작가는 어느샌가 사회비판적인 작가라는 인식을 받게 된듯하다. 트위터만 안하셨다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이셨을텐데.. 어쨌든!
‘도가니’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하지만 어디에선가 분명 벌어지고 있는 일을 화제속으로 끌어왔다는 자체만으로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해피엔딩에 잔잔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도, ‘이런 일이 있었구나, 이걸 어떻게 해야하는걸까’하며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자체가 대단한.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 속 저 곳에서도, 또 다른 어딘가에서도 같은 일들이 되풀이된다는 게 화가 난다. 짐승만도 못한 사람들이 세상엔 왜 이렇게 많은걸까?
위의 영화 외에 은교, 퇴마록, 화차 등도 유명한 소설원작 한국영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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