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에는 언제나 탐나는 물건도 많고, 살고싶은 집도 많고, 부러운 사랑도 많지만, 특히나 보고만 있어도 그 냄새와 맛이 전해져오는듯한 와~안전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유난히 자주 등장한다.
하긴, 영화도 사람사는 이야기이니 먹는장면이 빠질 수야 없겠지만. 일본영화를 유난히 좋아하다보니, 일본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음식들과 식당들이 생각나서 한 번 모아봤다. 다이어트할 때 보다가는 다이어트고 뭐고 당장 입속에 뭔가를 집어넣게 되버리는, 눈도 즐겁고 입도, 배도 즐겁겠지만 체중계 바늘은 오른쪽으로 휙~돌아가버릴지도 모르는 그런 맛난 음식이 등장하는 영화들. 이름하여 다이어트 할 때 보면 망하는 일본영화 8편.
슬로우무비의 교과서이자 원점. 카모메식당. 이 영화의 배경이 헬싱키였던가? 설정부터가 독특했다. 왠 일본아줌마가 저 머나먼 타국에서 식당을 한단말인가싶어서.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리 생뚱맞은 설정도 아닌듯. 우리나라 사람들도 중국이나 일본, 미국 등등 해외에서 다양한 한식당을 하고있으니까.
아마 헬싱키라는 그 장소 자체가 생소했던 것같다. 어느나라에서 먹더라도 우리나라음식은 푸근하고 진하게 느껴지듯이, 저 낯선나라에서 만드는 음식들도 일본특유의 깔끔함과 정갈함이 그대로. 만약 내가 사는 동네 어딘가에 외국인이 소박하게 차린 작은 식당이 있다면 얼마나 재미나고 좋을까. 벌써 유명해져서 방송이며 잡지에 마구 찍히는 그런 곳말고. 소탈해보이는 여주인이 수줍어하며 내미는 음식은 왠지 싫지않은 낯설음에 더 맛있을 것같다.
본래 일본영화가 조용하고 잔잔한 편이지만, 이 영화는 그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대사가 적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왠만한 코미디 영화보다 웃기고 재미있고 즐겁다. 동화같은 조그마한 섬마을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왠지 웃음이 나오는 희한한 영화, 호노카아 보이
예쁜 일본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영화중의 한 편이기도 한 호노카아보이는 절대로 배고플 때보면 안된다. 그냥 맛있는 음식도 아니고, 착하고 귀여우신 할머니가 그 작은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들여 만드는 과정하며 그 예쁜 접시들에, 음식 종류도 천차만별. 그 모습을 보면서 대충 만든 인스턴트음식이나 배달음식, 냉장고에 푹 묵었던 반찬들을 먹었다가는 엄청난 자괴감에 빠지거든. 이건, 경험담이니 믿어도좋다.
이 영화에서 정말 좋아하는 장면은, 할머니가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그 통통통하는 소리와 함께 섬마을의 음악이 만들어지는 부분. 음악? 효과음? 뭐라고 해야하나. 이미 본 사람은 어느 장면인지 알테고, 궁금한 사람은 꼭 챙겨보시길. 원스의 배경음악 저리가라 할 정도로 중독성있는 그 "소리".
전부터 궁금했던게, 야키니꾸=불고기 인건가? 아니면 조금 다른가? 헷갈리던데. 아무튼 이 영화는 불고기, 정말 우리나라의 그 불고기를 소재로 한 영화. 워낙 매운음식을 못먹으니 김치가 살짝만 매워도 얼굴이 벌개지며 물을 벌컥거리는 일본인들이 많던데, 불고기는 그 달달한 양념덕인지 싫어하는 사람을 못봤다.
다른 한국어할 때는 아랫받침에서 나는 소리때문에 힘들어하다가도 유난히 불고기의 ㄹ소리는 쉽게 발음하는게 신기했었는데. 그만큼 그들에게 친숙해진 한국음식 불고기. 지금도 판매가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개봉에 맞춰서 도시락도 출시.ㅋ 정말이지 귀여운 마케팅이긴한데, 그래도 역시 불고기는 그 자리에서 지글지글 익혀 먹어야 제맛이지.
니시키도 료는 언제부턴가 연기파배우가 되고자 무던히 노력하는 듯 보이긴하는데... 솔직히 이 영화에서는 너무 어색해하더라. 배우의 연기와는 관계없이, 스토리도 관계없이 맛있는 빵들과 케이크, 푸딩이 잔뜩 나오는 상투푸딩.
역시나 이 것도 실제 푸딩이 판매가 되었네.ㅋㅋ 영화는 그저 그랬는데 저 푸딩은 꼭 한 번 먹어보고싶다. 저 포장된 것도 기념삼아 괜찮겠지만, 마지막장면에 나왔던 그 곳에 가서 먹으면 더 맛있지않을까? 그나저나 자꾸보니 니시키도의 머리모양이랑 푸딩의 포장지랑 너무 똑같잖아,ㅋㅋ
일드 仁이후로 완전 호감이 된 배우, 오오사와 타카오. 그 드라마의 첫 시즌을 보고는 또 푹 빠져서 찾아본 영화중에 이 츠키지어시장3대손이 있었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가 어찌저찌 하다보니 여자친구의 본가에서 2대째하고 있는 츠키지어시장의 생선장수가 된다는 이야기. 이렇게 얘기하니 유치하기도 하고 심심한 이야기이지만, 영화는 그 이야기를 훈훈하고 귀엽게, 그리고 맛있게 보여준다.
어시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만큼, 음식들도 모두 생선으로 만든 음식들이 등장하는데, 특히 저 고로케랑 색다른 회덮밥은 꼭 먹어보고싶다. 뭐, 영화에 나오는 음식들은 다 먹어보고싶지만. 저 고로케는 돼지고기로 만든게 아니라 생선살을 다져서 만든, 아마도 생선까스와 비슷한 맛이 아닐까싶은 고로케이고, 저 회덮밥은 옛날 뱃일하던 어부들이 배 위에서 먹던 음식이라고. 얼음이 들어가는 거랑 다른 양념들이 우리가 먹는 회덮밥보다 더 맛있어 보인단말이지. 근데 언제 먹어보나?
복받은 이민기. 내가 좋아하는 일본여배우, 내가 좋아하는 한국여배우. 두 명의 매력덩어리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오이시맨.
한국의 그녀와 일본의 그녀는, 은근히 비슷한 캐릭터였다.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한 번 만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여자들이랄까. 그리고 또 비슷했던건 두 여자 모두 저 남자에게 밥을 못먹여서 안달이 났다는거?ㅋ 얼큰하게 취해서 속도 안 좋을텐데 흰 쌀 밥을 소복히 꾹꾹 눌러담아 먹이질 않나, 창고에 있던 몹쓸 재료들로 정체모를 음식을 만들어 먹이질 않나.
술상을 앞에 두고 그 흰 쌀밥을 직접 떠먹이는 여자도, 결국은 화려한 요리에 대한 욕심은 접고 따끈한 밥에 날계란과 간장을 넣고 슥슥 비빈 밥을 나누어 먹었던 여자도, 내가 남자라면 잊지 못할 것같다. 특히 배고플 때는 유난히 더 생각나지 않을까? 아! 그런데 이 영화... 한국영화였던가? 그래도.. 주 배경도 일본이고.. 내사랑 너의 사랑 조제도 나오고.. 음.. 곤란함ㅠ
호오~ 시바사키 코우가 이런 연기도 하는구나, 했는데 돌이켜보니 이미 일드 '오렌지데이즈'에서도 청각장애인을 연기했었네. 그 때 시바사키 코우는 참 예뻤는데. 츠마부키 사토시도 참 좋았는데. 크~ 벌써 옛날옛적이야기. 연인이던 두 사람은 이미 진작에 헤어지고 어느덧 30대로구나.
오렌지데이즈에서 그녀가 다소 까칠하고 날카로운 청각장애인을 연기했다면, 달팽이식당에서는 그 때보다 차분해진 모습이다. 가끔 신경질부리는 모습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았지만. 소중한 할머니를 잃고, 믿었던 남자에게 사기당하고, 그렇게 너덜너덜해진 그녀가 돌아온 산골마을.
그 첩첩산중의 풀과 과일, 물과 고기로 만든 음식들은 먹는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준다. 풋풋한 첫사랑을 이루어지게 해주고, 냉소해졌던 마음에 활기를 주고. 엄마와 딸의 오랜 오해와 애증을 녹여주고. 식당을 배경으로 하는 음식영화인만큼 정말이지 맛있어보이는 음식들이 잔뜩 등장하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맛있어보였던건, 이른 아침 엄마를 위해 준비했던 정갈한 반찬들과 김이 모락모락 나던 미소시루였다.
이 글을 보는 분중에 이 영화, 니키타니 미키의 '행복의향기'로 번역된 이 영화를 소장하고 계신 분, 아니면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를 아시는 분은 꼭! 댓글로 알려주셨으면.. 보고싶어서 정말 내가 찾을 수 있는 곳은 몽땅 뒤져봤는데 없다. 이 영화도 없고, 아오이유우의 그 신작영화도 없고!! 배가 고파져도 좋고 그 공복감에 마구 먹다가 배가 오겹까지 늘어나도 좋으니, 나에게 미개봉 일본영화를 맘껏 볼 수 있는 자유를 달라!
+ 결국 이 영화.. 친절하신 이웃님의 댓글을 통해 어둠의 경로에서 입수!ㅎㅎ 나카타니 미키보다도 주방장아저씨의 장인정신이 더 빛나던데? 훈훈하니 좋은영화였다는~ 역시나 믿고보는 나카타니 미키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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