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날씨탓인지 몇 일째 축 처진 기분으로 궁상을 떨고있다. 이런 기분일 때는 신나는 뮤지컬영화나 달달한 로맨틱코메디를 봐야하거늘, 난 왜 이 쓸쓸하고 가슴아픈 영화, 피아니스트를 또 다시 봐버린걸까. 피아니스트 아주 오래 전 처음 비디오방에서 커피며 과자며 왕창 사들고 이 영화를 골라잡았을 때, 난 당연히 음악영화이겠거니했었다. 물랑루즈처럼 신나고 화려하거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할아버지들이 들려주던 재즈처럼 흔들흔들할만한 음악들이 쉴새없이 흐를 줄 알았다. 그래, 그 때 난 참 무식했다. 결국, 그 때 사들고 들어갔던 과자들과 커피는 거의 그대로 다시 들고 나와야만 했다. 찝찌름한 기분과 함께. 오스카시상식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단다. "흑인, 유대인, 게이가 없었다면 오스카도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