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확연히 갈리는 일본영화.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풍 멜로, 드라마 종류의 영화들. 나는 확실히 좋아하는 편이다. 말랑말랑한 연애물도, 잔잔한 휴먼드라마도, 일본영화 신작이 보이면 망설이지 않고 본다. 호러와 SF종류는 제외.
그런 류의 일본영화 중에서도 특히나 많은게 학창시절의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들. 아직까지 이와이슈운지의 러브레터를 뛰어넘을만한 첫사랑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런 영화를 보고있으면 괜히 짜안~하고, 뭉클한 것이 마구 교복입고 다시 첫사랑에 빠지고 싶어진다. 새로운 사랑말고, 딱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그런 첫사랑.
예쁜 첫사랑에 대한 영화들을 하나하나 되뇌어보니, 배우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뭐, 그럼 배우별로 풀어봐야겠다. 우선 절대동안의 최강자 미야자키 아오이부터.
좋아해
조용한 분위기를 못참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면, 미치고 팔딱 뛰며 당장 꺼버릴 지도 모르는 영화.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괜히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되는 영화.
일본어로 '스키다'라고 하는 어감과 우리말로 '좋아해'라고 하는 어감이 참 다르네. 왠지 툭 내뱉는듯한 느낌이어야 할 것같은데, 뭔가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느낌으로 번역된듯.
영화의 전반부는 두 사람의 옛날, 고등학교때의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10년쯤 뒤? 어른이 되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 미야자키 아오이와 에이타가 친구도 아니고 애인도 아닌 묘한 관계의 고등학생으로 나온다. 두 사람이 강변에서 가만히 앉아있을 때, 이야기할 때, 길을 걸을 때, 괜히 어딘가 간질간질거렸다. 딱 그 나이에 느꼈을 떨림과 머뭇거림이 그대로. 카세료가 카메오로 출연하는 걸 이번에 다시보며 발견했다는!
첫사랑
하츠코이, 번역하면 첫사랑이 맞긴한데.. 일본어와 우리말은 참 다르구나. 차라리 제목은 번역안하는게 나을런지도.
단순히 연애물이라고 하기에는 좀 짙은 이야기. 시대적배경이 그래서인지 암울한 결말때문인지 달콤한 느낌이 아니다. 분명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도. 다른 영화들과는 다르게 흥미진진한 사건을 중심으로 영화가 진행된다. 두 사람의 작전이 성공하는 그 순간까지는 '크~청춘이구나!'하다가 결말을 보고는 괜히 축 처져서 힘이 빠져버린다. 영화가 별로라서가 아니라, 꽤 현실적으로 와닿는 비극이라서. 그렇게까지 준비한 남자는 멋있으면서도 불쌍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는 더 불쌍하고.
우울하고, 씁쓸하고, 한없이 가라앉게 되버리는 영화인데 왜 자꾸만 다시 보고싶어지는걸까.
연공
이건 쓸까말까 망설였는데... 사실 크게 재밌지도 공감이 되지도 않아서 말이지. 하지만 어쨌든 엄청난 히트작임은 분명한 듯하니 빼놓을 순 없지. 이 영화 한 편으로 팡~하고 스타가 된 두 사람. 아라가키 유이도, 미우라 하루마도 이런 분위기의 영화가 잘 어울리나보다. 연공 이후에 쏟아져나온 비슷한 설정의 영화에 또 다시 출연 했던걸 보면.
남자가 아프기 전에 한창 예쁘게 만날 때, 이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지고 울고 불고 하는 장면들은 별로 기억이 안난다. 아픈걸 알고 병원에서 간호하고 그러는 것도 그닥. 오히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여주인공이 어른이 되어서 만난 남자와 바닷가에서 이야기하는 장면. 그 때 그 대사가 참 괜찮았는데.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지만 나만 비추천하는 영화.
하나미즈키
아라가키 유이의 최신작. 이쿠타 토마도 좋아하고 무카이 오사무도 좋아하는지라 기다리고 기다리다 봤거늘. 그냥.. soso정도.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주인공과 어부를 꿈꾸는 남주인공이 만나 사랑에 빠져서, 그 어렵다는 원거리연애까지 이겨내다가, 주변의 일들로 헤어지게 되고, 결국엔 다시 만난다.' 는 내용인데. 아마 내 기대가 워낙 컸던가보다. 엉망까지는 아니지만, 소장하고 싶어지는 영화는 아니었다. 아라가키 유이의 영화중에서는 '사랑하는 마도리'만 좋다. 내가 이상한건가...?
이후 개봉한 '우리들이 있었다' 전편과 후편 모두 봤는데 흐름이 이 영화 '하나미즈키'와 상당히 비슷했다. 그걸 꼭 두 편으로 나눌 필요가 있었나싶을만큼 너무나도 뻔했던. 만화원작인만큼 배경이 예쁘고, 분위기가 달달하긴 했지만.
너에게 닿기를
연공 이후로 별 흥미를 가지지 않았던 미우라 하루마지만, 드라마 '소중한 것은 모두 네가 가르쳐줬어'를 보면서 점점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호감도를 이 영화가 다시 다운시켰다.
연기도 잘하고 마스크도 괜찮은, 한창 잘나가는 배우이거늘 왜... 영화들이 다 마음에 안드는걸까. 극 중에서 여자주인공의 친구로 등장하는 터프한 캐릭터의 배우가 실제 내 친구 한 명과 너무나도 비슷하지 않았더라면, 분명 중간에 껐을텐데. 사랑스럽지도, 두근거리지도, 그렇다고 감동적이지도 않았다. 이 영화 평점이 몇 점인지는 모르겠지만, 보고싶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진심으로 말리고싶다. 아라타가 나오길래 믿고 봤거늘!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
단순히 이노우에 마오가 나와서 본 영화, 였는데 보고나서 오카다 마사키에게 빠져버렸다. 왠지 미우라 하루마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조금 더... 샤프?하달까.
영화의 분위기가 잘못하면 쳐질수도 있는데 그래도 시한부설정인 영화치고는 내내 밝은 톤이라 좋았다. 괜히 병실나오면서 암울해지면 보기 싫었을 터. 불치병 환자인 남자와 그 환자의 주치의를 아버지로 두고있는 딸. 두 사람의 슬프지만 밝은 이야기. 괜히 어중간하게 무게잡지 않는, 슬프지만 예쁜 영화.
이 영화에서 오카다 마사키를 본 이후.. '중력피에로'와 '호노카아보이', '하프웨이'까지 열심히 찾아봤다. 그리고 뒤늦게 아이돌에 빠져버린 친구들의 기분을 격하게 공감하기 시작했다...
하프웨이
그렇다. 남자주인공을 보려고 선택한 영화였다. 그리고,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느낀 영화였다.
감독은 키타가와 에리코지만 각본을 이와이 슈운지가 썼는지 딱 이와이영화 그 자체. 러브레터를 괜찮게 본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전체적인 분위기도 좋았지만 새침한 여주인공이 짝사랑하는 모습이며 고민하는 모습들이 귀엽고, 와닿고. '저 때는 저런 고민을 했었지'하며 그립고. 두 사람이 같이 자전거 탈 때나 통화하는 장면에서는 두근거린다. 진심으로 강력추천!
배우를 편애해서가 아니라.. 오카다 마사키의 출연작은 하나같이 괜찮다. 딱 내 취향. 다른 영화에도 훌륭한 조연, 빛나는 카메오들이 있지만, 이 영화만큼은 아닐듯. 오오사와 타카오, 나리미야 히로키, 시라이시 미호 등 쟁쟁한 배우들이 잔뜩 나온다.
생각나는 배우별로 나누다보니.. 뜻하지 않게 갈라져버렸다. 미야자키 아오이의 영화 두 편과 오카다 마사키의 영화 두 편은 좋았는데, 아라가키 유이와 미우라 하루마의 영화는 별로라는 결론이 나버렸네. 모든 출연작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딱 이런 류의. 교복입은 그 때의 첫사랑이야기에 한해서는 그렇다. 특히 하츠코이와 스키다, 하프웨이는 고이고이 소장하고 있을만큼 아직도 좋다.
하지만 결국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일본영화의 진리는, 러브레터와 냉정과 열정사이다. 고전이 되어버린 명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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