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영화=독립된 여러 에피소드들이 묶여있는 영화, 라고 하면 대충 사전적인 정의와 맞으려나? 사실, 정확한 기준은 아무리 찾아봐도 잘 모르겠다. 그저 한 편의 영화 안에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따로 보여주면 '아, 옴니버스인가'하는 정도.
두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짤막한 여러 편의 이야기가 등장하다보니, 어지간히 임팩트있는 스토리가 아니면 금방 잊혀질 위험도 있다. 괜찮은 옴니버스영화들도 물론 많지만 '이딴걸 영화라고..ㅉㅉ'스러운 옴니버스영화들도 적지않지.
지금껏 봤던 다양한 스타일의 옴니버스영화들, 쭉쭉 적어봤더니 나름 비슷한 테마로 분류가 되길래 묶어봤다. 이름하여, 기분따라 취향따라 골라보는 테마별 옴니버스영화들. 그런데 대부분 러브스토리구나.
한 도시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러브스토리의 향연
어쩌면 이 영화들은 한 프로젝트의 시리즈물이 아닐까싶을만큼 유사한 냄새가 폴폴 풍긴다. 프랑스의 파리, 미국의 뉴욕, 일본의 도쿄까지. 여러 명의 감독들이, 동일한 하나의 도시를 배경으로 각자의 스토리를 보여주는 구성. 스토리 하나하나도 물론 좋지만, 그 배경도시의 곳곳을 보는 재미도 일품.
사랑해, 파리
감독-올리비에 아사야스, 프레더릭 우버르땅, 엠마뉴엘 벤비히, 거린다 차다, 실뱅 쇼메, 에단 코...
출연-나탈리 포트만, 일라이저 우드, 줄리엣 비노쉬, 스티브 부세미, 윌렘 데포
개봉-2006 스위스, 독일, 프랑스
영화 팜플렛만 봤을 때는 '이 영화, 꽤나 정신사납겠구나'싶었다. 그도 그럴것이, 21개의 에피소드로 만들어진 영화라니, 과연 그 짤막한 이야기들로 가득한 영화가 괜찮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의아했던거다. 그런데 뭐..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알테지.
파리의 아름다운 명소들,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들이 꽉~꽉 채워져있는 핑크빛 영화, "사랑해,파리"
뉴욕 아이 러브 유
감독-알렌 휴즈, 브렛 래트너, 파티 아킨, 조슈아 마스턴, 미라 네이어, 나탈리 포트만, 랜들 밸스...
출연-브래들리 쿠퍼, 샤이아 라보프, 나탈리 포트만, 블레이크 라이블리, 저스틴 바사, 올랜도 블...
개봉-2008 프랑스, 미국
제목에서부터.. '사랑해,파리'와 같은 냄새가 폴폴~풍기는 '뉴욕아이러브유'. 다행인지 불행인지 참여한 감독은 11명으로 대폭 줄었다.ㅋ 그 많은 감독 중에서 유난히 날 끌어당겼던 이와이 슈운지. 그 이름만 믿고 무작정 봤는데...
한 명의 감독만 믿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보려고 선택했던 영화였지만 다른 감독들의 에피소드 모두 황홀할만큼 예쁘고, 달콤하고. 게다가 나탈리 포트만 - 감독도 직접했다는 - 올랜도블룸, 에단 호크, 크리스티나 리치 등등등.. 좋아하는 배우들도 잔뜩 나와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할 때마다 흥분했었다.
좋아하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음식들만 쉬지않고 먹을 수 있는 최고급코스요리를 맛보는 기분이랄까?
도쿄!
감독-봉준호, 레오 까락스, 미셸 공드리
출연-아오이 유우, 카가와 테루유키, 타케나카 나오토, 카세 료, 후지다니 아야코, 츠마부키 사토...
개봉-2008 대한민국, 프랑스, 일본
후후, '뉴욕 아이러브유'에 이어 또 한 번 날 행복하게 만드는 캐스팅의 영화, '도쿄!'. 사실 이 영화는 우리나라의 봉준호감독도 나오고 국내팬이 많은 아오이유우도 나오기때문에 제작당시부터 화제였다.
봉감독님께는 죄송하지만 내가 집중했던건.. 아오이 유우+ 카가와 테루유키+카세 료+ 타케나카 나오토 + 츠마부키 사토시 - 비록 카메오였지만_ 의 완전 흡족한 배우들의 출연이었다. 확실히 옴니버스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다양한 배우들을 영화 한 편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 아오이유우야, 너는 왜 우익인거니?ㅜ
히키코모리와 피자배달원, 그리고 지진.. 봉준호의 에피소드는 묘하게 충격적이면서 슬펐다. 그런데 그 괴물이 등장하는 레오 까락스감독의 에피소드는.. 내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하이레벨이었던지라 '역시 난 일반인, 저사람들은 예술인인건가'싶어 씁쓸해졌었지.ㅜ
중경삼림
감독-왕가위
출연-임청하, 량차오웨이, 금성무
개봉-1994 홍콩
약 10년째 찬양하고 있는 영화.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 화면, 배경, 음악까지 모두모두, 나에겐 너무도 완벽한 영화. 실연당한 귀여운 두 남자, 결코 평범하지않은 독특한 매력의 두 여자. 네 사람 모두 언제봐도 마냥 사랑스럽다. 마냥 풋풋하다. 왕가위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My Chucking Express!
소년의 감성과 소녀의 시각으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 왕가위. 나는 이 사람의 영화들을 '왕가위시리즈'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의 영화들은 모두 조금씩 조금씩 연결된 이야기로 다가온다. 워낙 인연깊은 배우들이 많아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영화 속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연결해나가다보면, 어떻게든 자연스레 이어지니까.
'중경삼림'처럼 딱딱 나눠지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가 아니더라도, 그의 영화들을 모두 모아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듯. 실연, 짝사랑, 연애, 불륜 등등.. 남녀의 사랑에 관한 감정을 왕가위라는 사람보다 더 예쁘게, 더 멋있게, 더 분위기있게, 더 황홀하게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랑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감독-시모야마 텐, 이 치엔, 장 이바이
출연-진백림, 이치카와 유이, 이토 미사키
개봉-2004 일본, 중국, 대만
위의 영화들이 하나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각자의 이야기라면, 감독별로 제각각의 다른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영화도 있다. 바로 '사랑에 관한 세가지이야기' 명대사도, 명장면도 은근 많은 숨은 명작.
이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크고 작은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개연성덕분인 듯싶다. 처음봤을 때는 그 이야기들이 어떻게 엮여있는지 몰랐는데, 몇 번이고 다시 보다보니 '오호~라!'하고 느껴지는게 재밌더라는.
특별한 날, 행복한 러브스토리가 펼쳐지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
감독-리처드 커티스
출연-앨런 릭맨, 빌 나이, 콜린 퍼스, 엠마 톰슨, 휴 그랜트, 로라 린니, 리암 니슨, 마틴 맥커친
개봉-2003 영국, 미국
옴니버스영화,라고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법한 인기영화, 휴 그랜트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러브 액츄얼리'
크리스마스기분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영화가 있을까?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로는 이 영화의 그 유명한 ost가 흐를 때마다 엉거주춤한 모습의 현빈이 떠오르는 증상이 생겼다.ㅎ
애프터 러브
감독-파우스토 브리찌
출연-빈센조 알피리, 지안피에로 알리치오, 클라우디오 비시오, 낸시 브릴리, 크리스티아나 카포...
개봉-2009 이탈리아, 프랑스
다양한 도시가 배경으로 등장하고 그 도시에 있는 전, 현직 연인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사랑에 관한 세가지이야기'와 참 흡사한 느낌의 영화. 하지만 역시나 동서양의 문화적 분위기가 달라서인지 조금 더 시끌벅적하고 밝고, 유쾌한 느낌.
'러브액츄얼리'를 재밌게봤다면 이 영화를 보고도 행복해질 수 있다.ㅎ
발렌타인 데이
감독-게리 마샬
출연-제시카 알바, 케시 베이츠, 제시카 비엘, 브래들리 쿠퍼, 에릭 데인, 패트릭 뎀시, 헥터 엘리...
개봉-2010 미국
영화 전체에 샴페인들어간 초코렛시럽을 팍팍 뿌린듯 달달한 영화 '발렌타인 데이' 다소 식상하기도 하고 앞 뒤 전개가 눈에 빤히 보이는데도 마냥 기분좋고 달콤하다.
무엇보다 줄리아로버츠의 연기를 보면서, '아아, 세월이 흘렀구나, 이제 프리티우먼의 그녀가 아니라 진짜 배우구나'싶기도 했다.
신선하거나,식상하거나. 옴니버스구성의 한국영화
제목 그대로, 한국에서 만들어진 옴니버스 구성의 영화들은 둘 중 하나다. 신선하고 독창적이거나 식상하고 실망스럽거나. 극과 극으로 갈리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실망스러웠던 영화들이 등장한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감독-김종관
출연-윤계상, 정유미, 윤희석, 요조
개봉-2010 대한민국
옴니버스 형식의 한국영화 중 가장 처음으로 언급한다는 건,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이야기. 정유미의 연기가 가장 돋보였지만 다른 배우들도 모두, 홍대여신이지만 배우는 아니었던 요조의 연기까지도 모두, 현실감이 묻어나는게 놀라웠다.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왠지 짧은 다큐를 보고있는듯한 리얼리티. 지금 영화 속 저 장소에 가면 어느 연인들이 저렇게 만나고, 싸우고, 사랑하고 있을 것같은 리얼리티.
참, 이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배우 윤계상을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 '윤계상은 찌질한 캐릭터 전문으로 굳혀지는건가?'였다. '6년째연애중'과'비스티보이즈'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참으로 실감나는 밉상이었던지라.. 하지만 영화 '풍산개'에서 "와우!"를 외치게 해주더군.
내 사랑
감독-이한
출연-감우성, 최강희, 엄태웅, 정일우, 이연희, 류승룡, 임정은
개봉-2007 대한민국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느낌의, 담백한 수채화같은 영화. 사실 다른 스토리들은 그저 그랬는데 최강희와 감우성의 에피소드가 몰캉몰캉하고 따땃~한 것이 좋았다.
지하철의 그 공간, 감우성의 집, 최강희의 아빠... 그 중에서도 남녀주인공 두 사람의 사진이 참 인상적이었던.
새드 무비
감독 권종관 출연 정우성, 임수정, 차태현, 손태영, 염정아, 여진구...
이 영화부터 조금씩 실망스러웠던 순서의 영화들. 귀찮으니 사진도 패스한다. '새드무비'는.. 확실히 슬프긴했는데.. 만족도를 점수로 매기라면 79점이 한계일듯. 다만, 정우성과 임수정의 이야기는 훌륭한 배우들의 비쥬얼과 함께 소방관과 그 아내라는 설정이 좋았던 것같다. 그 이야기만 따로 떼어내서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만큼.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감독 민규동 출연 주현, 오미희, 천호진, 진태현, 엄정화, 황정민, ...
음.. 황정민만 믿고봤던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었으나! 한 명의 배우가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영화의 허술함.. 개인적으로 민규동감독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실망스러웠었다. 최근에는 이 영화의 후속작인가싶은 제목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로 호평을 받긴했지만.. 아직도 감독란에 이 이름이 올라있으면 거부감이 든다.
그 민규동감독에게 또 한 번 데였던 영화 '오감도'. 민규동감독 외에도 다른 여러 명의 감독님들이 만드신 작품이거늘... 장혁이며 배종옥, 황정민, 요즘 대세 송중기와 신세경까지 눈부실만큼 화려한 캐스팅이거늘...
완소여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옴니버스구성의 영화들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감독-야자키 히토시
출연-이케와키 치즈루, 나카고시 노리코, 나카무라 유코, 나나난 키리코
개봉-2006 일본
이 영화가 과연 옴니버스구성인가 아닌가하는 확신이 서지않아서 그 정확한 정의를 알고자했지만 실패했다. 어쩌면 단지 네 명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온전한 한 편의 영화라고 볼 수도 있는지라..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이 포스팅에 포함시킨건, 영화 자체가 참 괜찮아서. 남자들이 보면 그닥 공감되지도 않고 별 스토리도 없는 것같다며 심심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라면, 조금은 생각해보게 된다. 네 명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거나 달콤하거나 하진않지만 그 여운이 꽤 긴 영화. 한 때 유행했던 '잔혹한 동화'를 보는듯한 영화.
영화를 보다가 살짝.. 관에 누워보고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무섭겠지만 말이지.
플라워즈
감독-코이즈미 노리히로
출연-아오이 유우, 히로스에 료코, 타케우치 유코, 스즈키 쿄카, 다나카 레나, 나카마 유키에
개봉-2010 일본
이런 캐스팅의 영화가 만들어졌다는 걸 알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던 '플라워즈' 일본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 이름만 들으면 다 알법한 여배우들이 총 출동하는 일본판 '여배우들'이라 할만하다.
예쁘고, 연기잘하고, 유명하고, 인기많은 당대최고의 일본여배우들이 어떻게 한 편에 모두 등장하는걸까싶었는데 알고보니 여섯명의 여배우들이 모델로 활동중인 츠바키라는 샴푸회사에서 기획한 영화라고 한다.
아오이유우가 연기하는 한 명의 여성에서 시작된,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여성들의 에피소드로 묶여있는데 그 각각의 에피소드들 모두 꽤나 인간적이고 현실감있는 스토리.
위의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가 다소 매니악(?)하다면 이 영화는 여성판 인간극장같은 설정들. 두 편의 영화를 비교하면서 보면 꽤 재미있다.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감독-켄 콰피스
출연-벤 애플렉, 제니퍼 애니스턴, 드류 베리모어, 제니퍼 코넬리, 케빈 코넬리, 브래들리 쿠퍼
개봉-2009 미국, 독일, 네덜란드
헐리웃의 쟁쟁한 스타배우들이 왕창 캐스팅되어서 화제가 되었던 영화. 특히 매력적인 여배우들의 출연이 돋보이는 덕에 남자관객들이 많이 보지않았을까싶은데.. 그 남자들은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
제목답게 이 영화, 딱 여자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남자들의 가벼운 연애감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단말이지. 음.. 종종 종족번식본능이라는 기묘한 단어로 설명되기도 하는 그 남자들의 본능. 말하자면 바람기라고 해야하나? 그런 이야기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놓는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그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쭉 궁금했었다.
여자인 나로서는.. 모든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남자캐릭터들이 '현실에 있을법한 남성상'으로 보이던데.
마냥 무기력하고 무료한 어느 날이라면, 개성만점의 배우들이 잔뜩 등장해서 이런저런 다양한 에피소드로 가득 채워지는 옴니버스 영화 한 편이 특효약이다. 거기에 애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누군가를 옆에 앉혀놓고 초코칩 왕창 들어간 아이스크림통 하나를 준비한다면 금상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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