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퀴벌레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바퀴벌레보다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느꼈었다. 단 한 사람에게서, 또는 그 소수의 몇 사람에게서 그런 뉘앙스의 말을 들었을 뿐인데도 마치 세상 모두가 나에게 넌 세상에 필요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같았다. 없는 것이 더 좋은, 그런 존재.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또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서, 그게 자주이든 어쩌다 가끔이든 적어도 한 번쯤은 ‘내 존재의 필요성’을 가지고 이런저런 결론을 내려버릴 때가 있겠지. 이 영화 ‘츠레가우울증에걸려서’는 그런 시기를 겪었던, 그리고 겪고있는 남편과 그 아내의 이야기다. 한가로운 주택가에 위치한 고풍스럽고 수수한, 그래서 정겨운 집에서 이구아나 한 마리와 함께 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