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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취향저격 당했던 일본남자배우 연대기

일본영화에 푹 빠져서, 자연스레 일본드라마에도 푹 빠져서 살아온 지 벌써 몇 년째인지. 분명 처음엔 일본영화따위 뭐가 재밌다는건지, 일드매니아들이 왜 그리도 열광하는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었는데 어느새 왠만한 유명작품들은 모두 봐버렸고, 요즘은 최신개봉작과 현재 방영중인 일드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낙에 사는 것같다.


그러다보니 어떤 영화를 봐도, 어떤 드라마를 봐도 분명 타국의 배우들인데도 불구하고 주연은 물론 조연까지 친숙해져버렸고, 당연히 마음이 가는, 특별히 좋아하는 배우들을 나눠보게된다.


남자배우도 여자배우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배우도 갓 데뷔한 신인배우도 연기 잘하고 매력있는 배우들은 넘쳐나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편애하는 남자배우들 다섯명. 한 명 한 명 뽑아봤더니 일본영화와 일드를 좋아하게 되었던 그 때를 시작으로 일정한 순서가 있었으니…




내 첫사랑, 쿠보즈카 요스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겐 가장 멋진 배우, 쿠보즈카 요스케. 내가 가장 처음 좋아했던, 지금도 너무나 좋아하는 일본남자배우.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도 이름을 알리며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는 몇 년전 투신자살사건이후로 소식을 듣기가 힘들다. 드문드문 영화도 찍고, 공연도 하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과거의 그 화려했던 전성기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위신이랄까.


모델 뺨치는 큰 키와 천의 얼굴을 가진 비쥬얼도 최고로 멋지지만 무엇보다 쿠보즈카 요스케의 연기색깔은 참, 독특하다. 때로는 순정만화에서 툭 튀어나온듯한 모습으로 여심을 자극하고, 때로는 광끼어린 양키 보스의 모습으로 놀래키고, 때로는 마냥 순수한, 바보처럼 순수한 모습으로 가만히 서있다. 아마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나는 캐릭터에 자신을 흡수시키는, 매 작품마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좋아하게 된 것같다.





쿠보즈카 요스케라는 이름을 널리 알렸던 그 작품, 영화 GO에서 재일교포 2세였던가 3세를 연기했었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찾아봤더니 재일교포들이 느끼는 정체성의 불안과 이질감,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그들의 인생을 담은 소설과 영화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처음엔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워낙 멋지고 예뻐서 달달한 연애물인줄 알고봤다가, 4번을 더 보면서 쿠보즈카 요스케에게 미치고, 재일교포들의 안쓰러운 인생에 슬퍼졌었던 영화.


아마도 이 영화 GO가 가장 유명한 그의 출연작이리라. 불안한 청소년기의 소년이 보여주는 불안한 재일교포. 그런데도 불구하고 마냥 멋져보이는. 아이러니한 비쥬얼의 쿠보즈카.




이후에도 드라마 SOS립스틱 등에서도 다른듯 비슷한 캐릭터를 맡았었다. SOS에서는 여자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완전멋진 ‘학교선배’를, 립스틱에서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여자들을 조종(?)까지 하는 나쁜남자를 완전 자연스럽게. IWGP에서는 일본만화에 흔히 등장하는 똘끼 충만하고 잔인한, 양키의 보스로 나오는데, 고백하자면 난 그 미치광이같은 모습의 쿠보즈카요스케가 가장 멋졌다. 물론 영화 란도리에서의 그 평화로워보이는 모습도, 핑퐁에서의 괴짜천재의 모습도 모두 완벽했지만.





최근 '익스트림 스키야키'랑 '헬터스켈터'를 비슷한 시기에 보고 또 한 번 다양한 쿠보즈카의 캐릭터에 홀딱 반해버렸다. 세월이 지나도 멋진, 쿠보즈카 요스케 :)


 






 


퇴폐미의 절정, 오다기리 죠


또 한 명의 카멜레온같은 남자배우 오다기리죠. 이 배우도 역시나 카리스마 충만, 똘기충만한 캐릭터에 큰 키, 다양한 표정을 가진 마스크. 이리봐도 저리봐도 완벽한 내 이상형.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좋아하게 된 일본의 남자배우들은 참 빨리도 남의 남자가 되어버린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쿠보즈카 요스케도 한창 왕성하게 활동하던 전성기에 뜬금없이 결혼해서 아들까지 낳아 날 경악시켰고, 오다기리 죠 역시도 일본을 넘어 한국이며 중국이며 해외에서 보내는 러브콜에 정신없을 그 시점에 어린신부와 결혼을 해버리더라는.


그 사람들이 결혼을 하든말든 현실의 나와는 전~혀 관계없다지만, 그래도 왠지… 슬프잖아. 맘편히 감정이입을 하며 좋아할 수가 없는것을. 그리고 더 화나는건, 유부남이 되고나서도 점점 더 그 멋진모습과 미친 연기력은 업그레이드된다는 것. 날 슬프게 하는 유부남들이여.





오다기리 죠하면 역시나, 메종드히미코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없다. 평화로운 눈으로 바라봤던 동성애자들에게 분노하게 만들었던 그 모습. 어떤 미드에 왠만한 멋진 남자는 게이, 아니면 유부남이라고들 하던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정말 그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괜히 화내고 질투했었지. 이후 보란듯이 어린신부와 결혼해버린 오다기리였지만서도.


사실 이 영화에 오다기리죠는 정말 미스캐스팅이었다. 왜냐면, 이야기 속 진짜 주인공들은 분명 구구절절한 사연을 가진 게이 할아버지들인데 도대체가 저 놈의 기럭지와 눈빛에 빠져들기도 바빠 그 진짜이야기에 몰입할래야 할 수가 없거든. 아무리 멋지고 완전 섹시한 젊은 동성애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지만, 정도가 지나쳤다는 말씀.


우리나라의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 공유의 의상 코디를 맡았던 누군가는 분명, 이 영화에서의 오다기리를 참고했으리라 장담한다. 그리고 어느정도는 성공했다. 100%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오다기리 죠의 경우, 캐릭터가 확 갈린다. 다양하다기보다도 양분된 캐릭터랄까. 옴므파탈이거나 괴짜이거나. 완전 멋지거나 완전 우스꽝스럽거나. 그리고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기하는 작품들은 대개가 미키사토시감독의 작품들이다. 일드 시효경찰부터 영화 텐텐까지.


메종드히미코, 플라스틱시티, 유레루, 비몽 등등 기본적으로 감독들은 그를 신비하고 섹시한, 치명적 매력을 가진 남자로 그려내고 싶어하는 반면, 유독 그 미키사토시감독은 오다기리죠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싶어한다. 때로는 바보처럼, 때로는 아이처럼. 그리고 그런 모습까지도 오다기리는 완벽하게 연기한다.


 






 


갈수록 멋져지는-하지만 애아빠인- 에이타


유부남이 되어버린 또 한 명의 내남자;; 에이타. 결혼발표가 나왔을 때 주먹으로 책상을 쾅!치며 ‘너까지 왜이러니’싶었다. 제발 상상속에서라도 맘편히 내 남자로 만들 수 있게 해달란 말이다.. 쫌!!



어쩌면 위의 두 남자, 쿠보즈카요스케와 오다기리죠의 그 카리스마있는 캐릭터와는 상반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배우가 에이타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과는 달리 주연작보다는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이 많고, 주인공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이야기. 하지만 맡은 배역의 다양성만을 따져본다면 에이타가 단연 최고라고 할만하다.





그 다양한 캐릭터중에서 가장 에이타를 멋져보이게 했던건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라는 영화. 그는 비밀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그 미묘한 반전에 참 슬프고 아팠었다. 드라마 언페어의 경우도 마찬가지. 드라마의 전개과정 내도록 ‘귀엽네♥’를 연발하게 하다가 마지막의 그 총맞고 쓰러진 모습과 남겨놓은 비디오테잎을 보면서 눈물콧물 쏙 빼가며 꺼이꺼이 울었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그렇게까지 펑펑 울게 만들었던 작품은 많지않았는데.


그런 상처를 품은 우수어린 캐릭터는 물론이고 노다메칸타빌레에서의 발랄깜찍한 바이올리니스트도, 사프리에서의 매력적인 불륜남도, 울지않아에서의 남동생역도, 그 어떤 배역을 연기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에이타.


 






 


아직은 날 배신하지 않은, 카세 료


카세 료. 이 배우를 보고있자면 수채화같다는 느낌이 든다. 왠지 맑은, 투명하고 연한, 부드러운 캐릭터. 그래서 이 배우가 상처받은 캐릭터를 연기할 때면, 유리가 쨍그랑,하고 깨져버릴 것같은 기분이다. 쿠보즈카요스케나 오다기리의 경우는 뭔가가 폭발할 것처럼 강렬하지만, 카세료는 연약한 뭔가가 깨져서 사라져버릴 것처럼 슬퍼지는. 참 묘한 배우.


영화배우로서의 정석을 차근차근 밟아온 카세료는, 반짝스타도 아니고 아이돌도 아니고 그저 ‘배우’라는 대명사로 모든 표현이 된다. 결코 아무에게나 붙여줄 수 없는 대명사. 수많은 영화의 단역부터 시작해서 몇 년 후 겨우 조연, 그리고 아주 가끔씩 영화의 타이틀롤. 이런걸 보고 대기만성이라고 하는거겠지.


내가 이 배우를 처음 만났던 영화가 사랑에 관한 세가지이야기라는 것도 최근에와서야 깨달았다. 그 때 그 페인트붓들고 요리조리 엉덩이 삐죽거려가며 춤추던 남자가 카세료라는 건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덕분에 안그래도 좋아했던 그 영화를 더더욱 소중하게 소장하게 되었다는.



카세료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국내에선 아무래도 영화 안테나에서의 트라우마를 가진 오빠의 모습이거나 구구는 고양이, 허니와클로버 에서의 샤프한 모습일듯하다. 다른 대부분의 영화에서도 그 가냘픈 비쥬얼속에 온갖 상처를 다 품고있는 답답하고 맘아픈 캐릭터인 경우가 많다. 아니면 아예 평범 그 자체이거나.





그런 카세료의 색다른 모습을 원한다면, 인스턴트 늪이라는 영화를 추천한다. 다른 배우도 아니고 이 얌전함의 대명사인 카세료가 폭주족으로 나오는 순간 입 속의 팝콘이 절로 풋~하고 터져나오니. 그리고 또 하나, 미야자키 아오이와 에이타가 출연하는 좋아해라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아주 유심~히 꼭 끝까지 유심~히 보기를. 단 몇 초간 보여주는 단 하나의 표정으로 얼마나 깊은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카세료가 보여준다.





일본영화 특유의 서정성을 즐길줄 아는 사람이라면, 슬로우무비의 절정을 보여주는 안경,수영장,녹차의맛 같은 영화도 강추!


 






 


너무 어려 죄책감느끼며 버닝중인, 오카다 마사키


새로이 나의 러브러브배우목록에 들어온 오카다 마사키. 왠만한 아이돌을 보고서도 느끼지 못했던 그 샤방샤방이라는 단어의 용도를, 이 아이가 알게해줬다. 정말이지 샤방샤방 반짝이라도 달고 사는듯한.


그래..인정한다. 다른 배우들도 모두 연기를 잘한다는 핑계로 포장했지만 일단 그 비쥬얼에 난 넘어가버린거다. 그리고 이 어린아이의 경우는 연기력이라는 핑계로 포장하기에는 아직 좀 부족한게 사실이다.





하프웨이라는 영화가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서 자연스레 오카다 마사키라는 배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그의 출연작들을 찾아봤다. 오토맨, 황금돼지, 마법사에게 소중한 것 의 경우는 참… 황당했지만, 호노카아보이라던가 내첫사랑을 너에게바친다, 중력피에로에서는 하프웨이에서처럼 상큼하니 좋았지.


한눈에 봐도 달달하고 샤방한 마스크 덕택인지 순정만화 뺨치는 스토리에 감성화보같은 화면이 펼쳐지는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오카다마사키. 덕분에 그 어린나이에도, 그 짧은 연기인생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일본의 유명하고 예쁜 여자배우들과 연이어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아오이유우와는 호노카아보이 – 찰나의 순간이라 할만큼 짧았지만 -에 이어 번개나무라는 영화에서 일본판 로미오와줄리엣을 연기했고, 내첫사랑을너에게바친다에서는 이노우에마오, 순간깜빡임에서는 키타가와케이코, 그 외에도 키타노키이, 요시타카유리코, 카호, 나가사와 마사미 등등. 한마디로 상대배우 복이 터지다 못해 폭발할 지경인 오카다마사키.



나의 러브러브 배우목록에 들어온만큼 확실히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한 마스크에, 그럭저럭 괜찮은 연기를 하는 좋은 신인배우인건 맞는데… 정말 매력적이긴한데.. 그래도 역시나, 연륜이라는건 어찌할 수가 없는 듯. 아직은 순정만화 속의 왕자님이라는 그 외면적 이미지만 너무 강하다. 요리봐도 달달~하고 죠리봐도 달달~하기만한, 그런.


뭐, 괜찮다싶은 영화에만 열심히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닦아가고 있으니, 몇 년쯤 지나면 이 아이도 위의 다른 배우들처럼 깊은 내면연기를 보여주는 완벽한 남자배우가 되어가겠지. ← 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째 점점 필모가 요상해져가고 있더라. 요즘은 대세의 자리를 사토 타케루한테 넘겨준 것같기도 하고.. 안타까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