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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일본드라마작가 쿠도 칸쿠로

쿠도 칸쿠로가 맞는 건지, 쿠도 간쿠로가 맞는건지 모르겠다만, 아무래도 '쿠도칸'이라는 닉네임(?)이 더 익숙한지라 칸쿠로가 아닐까싶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쿠도칸 월드'를 만들어낸 사람. 잘 알려진 대표작들이 대부분 드라마인지라 흔히 드라마의 각본을 쓰는 드라마작가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그는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감독도 하고, 연극의 각본도 쓰고, 게다가, 직접 연기도 한다. 


일본의 탤런트라는 개념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포괄적이라 연기, 개그, 노래 등등 여러가지를 동시에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는데 그 중에서도 글을 쓰는 작가와 연기를 하는 배우, 그리고 감독까지 하는 사람은 아마도 쿠도 칸쿠로가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유쾌상쾌통쾌한 극작가, 익살스러운 이야기를 진중한 태도로 그려나가는 만능엔터테이너 쿠도 칸쿠로.




그러한 관계로 자연스레 데뷔작을 콕 찝어 말하기도 애매해진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화 'GO'로 영화 각본가로 데뷔하였고, 매니아가 많기로 유명한 일드 '키사라즈 캐츠아이'로 텔레비젼 드라마작가를 시작했다. 연기와 연극무대의 각본은 대학무렵부터 극단에서 해왔던 그의 본거지. 영화 '한밤중의 야지상 키타상'으로 영화감독 데뷔, 이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카메오의 형식으로 깜짝출연을 하기 시작하더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게게게의 아내'에서는 무려 주연으로 등장. 언젠가부터는 가수가 되어 노래도 하고 있다는 데 그 부분은 아는 바가 없네. 아무튼 대단한 사람. 진정한 만능 엔터테이너.


활약하는 분야가 많은만큼 대표작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아끼는 작품들만 추려본다.


쿠도 칸쿠로의 글로 만들어진, 취향저격당한 영화



69식스티나인


한 때 그는 나에게 있어 일본청춘영화를 대표하는 작가였다.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재일교포2세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GO'부터 탁구천재 괴짜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핑퐁', 그리고 일본이 나름 격동의 시대라고 표현하는 시기에 청춘을 보내고 있는 한 소년의 에피소드를 그리는 '69식스티나인'까지. 


이 세 편의 영화는 내가 쿠도 칸쿠로라는 사람을 알기 전부터 좋아했던, 한창 일본영화만 주구장창 모아서 보던 시기에 홀딱 빠져있던 영화들이었다. 주연 캐릭터를 연기한 쿠보즈카 요스케와 츠마부키 사토시도 엄~청 좋아하는 배우라 더욱 그렇기도 했고.


그 중에 GO와 핑퐁도 좋아하지만 -지금은 시들해져버린 쿠보즈카 요스케의 출연작들이지만, 지금도 GO, 핑퐁, 란도리, IWGP, SOS, 립스틱 등 매번 휙휙바뀌는 그의 연기는, 훌러덩 셔츠 벗어던지듯이 허물벗는 그 연기는,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그 두 영화는 아무래도 쿠보즈카 요스케에게 홀딱 반해서 챙겨 본 영화인지라, 쿠도 칸쿠로의 영화 시나리오작가로서의 대표작으로 꼽자면 이 영화, '69식스티나인'이 가장 좋을 듯하다. 


평범한 두 소년이 소녀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그리고 짝사랑하는 그녀와 가까워지기 위해 일으키는 페스티벌. 로큰롤 대소동. 유치하지만 순수한, 그들의 의도가 사회에 부딪히면서 일어나는 한바탕 소동을 그리는데 엔딩이 되니 나도 모르게 '크.. 청춘이네'했다. 말로 뱉어버리면 할망구같아서 싫지만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쿠도 칸쿠로와 이상일감독이 두 작품을 같이 했네. GO와 69식스티나인은 두 편 모두 소설원작+쿠도 칸쿠로의 각본+이상일의 감독 으로 만들어진 작품들. 두 편 모두 '청춘'을 마구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

  




울지 않아


서로를 모른 채 살아온,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형과 동생이 만나게 되면서 찾아오는 변화를 그리는 영화. 마냥 달큰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현실적인 면이 잘 담겨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확실히 깨달았다. 쿠도 칸쿠로의 이야기는 모두 '유쾌,통쾌,상쾌'하다는 걸. 


쩌는 몰입도 없고, 울컥한 감동도 없고, 손발이 오그리토그리되는 러브 스토리도 없다. 대신 다른 이들이 보지 않는 곳을 찾아서 기발하고 위트있게 그려낸다. 이 남자의 이야기는 영화든 드라마든 뭐든 보고나면 반드시 기분이 좋아진다. 혹여 중간 어디쯤에서 눈물이 톡톡 떨어지더라도 마지막엔 달큰한 여운이 기분좋게 남는다. 





소년 메리켄사쿠


얼굴도 예쁘고 마음도 예쁘고 이리봐도 저리봐도 마냥 예쁜 미야자키 아오이의 강렬한 포스터에 시선을 뺏겨서 본 영화. 레코드회사의 계약직사원이자 가수지망생을 남친으로 둔 여주인공이 오래전에 해산한, 뿔뿔히 흩어진 '소년 메리켄사쿠'라는 락밴드를 찾아나서면서 시작되는 좌충우돌 코믹버라이어티. 한 명씩 한 명씩 옛 멤버들이 찾기 시작하는데 이 아저씨들이 캐릭터가 한명씩 더해질 수록 한층 소란스러워지고, 동시에 한층 정겨워진다. 


이 영화 보고나서 일본영화에는 유독 음악밴드, 특히 락밴드를 소재로 하는 영화가 많구나 싶어 

[영화모음] - 일본영화 속 락밴드? 음악밴드! 이런 글을 써보기도.


드라마 IWGP나 키사라즈 캣츠아이의 연장판으로 봐도 될만큼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리고 역시나 보고나면 입꼬리가 샤~악 올라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는.





쿠도 칸쿠로의 글로 만들어진, 취향저격당한 드라마



IWGP


이해하시라. 한창 쟈니즈가 소속된 아이들의 초상권을 철저하게 지키겠노라 선언했던 무렵의 사진이라 나가세 토모야랑 야마시타 토모히사의 사진이 없다. 굳이 주인공을 말하자면 나가세 토모야인데. 흡ㅠ


케이조쿠와 트릭 이외 수많은 작품으로 지금도 굳건히 '츠츠미 월드'를 만들고 계신 츠츠미 유키히코의, 그리고 쿠도칸의 대표작.  처음에는 일본의 양키가 이런거구나 하면서 건성으로 봤는데, 지금은 그냥 사춘기 남자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문화가 다르기도 하고 분명 따라하면 절대 안되는 장면들도 여러 번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보자면 꽤 훌륭하고 꽤 훈훈한 이야기로 남아있어서. 어이없게도, 이 양키들의, 동네 양아치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몇 번인가 가슴이 시큰해져서 훌쩍였단 말이지..





키사라즈 캣츠아이


새삼 느낀다. 쟈니즈랑 참 여러번 만났네. 특히나 쿠도칸 매니아가 열광하는 두 작품, IWGP랑 키사라즈 캣츠아이에는 쟈니즈가 두 명이나 있다. 아, 유성의인연에서도 두 명이네. 하긴.. 쟈니즈야 워낙..


IWGP가 도쿄 도심의 청소년? 그냥 소년? 비행소년? 들의 이야기라면 키사라즈 캣츠아이는 시골 어딘가의 동네 소년들 이야기. 그래서 조금 덜 자극적이고, 아이들이 조금 더 순수하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거의 반으로 확 줄었기에 뭔가 옹기종기 귀여운 느낌. 진짜 동네친구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


시한부의 이야기를 이렇게 별나고 왁자지껄하게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이라서 쿠도칸이 좋다.






맨하탄 러브스토리


드.디.어. 나왔다! 감독한 작품이나 출연한 작품은 제쳐두고라도 영화며 드라마며 하도 많이 쓴 사람인지라 좋아하는 작품도 많고 많지만 그 중에서도 단연! 이 드라마가 최고! 격하게 아끼는, 쿠도 칸쿠로라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 근원지! 맨하탄 러브스토리!!!


처음 본 일본드라마는 '롱 베케이션'이었다. 그 때도 나름 지금껏 봐왔던 우리나라 드라마와는 분위기도 스타일도 모두 죄다 다르기에 신선했다. 좋았다. 그래서 몇 편인가 일드를 더 찾아보다가 '맨하탄 러브스토리'를 보고나서야 "우~~와아~~"를 외치며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더랬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다른 이야기들에서처럼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과 엉뚱하고 유쾌한 대사들, 깔끔한 전개도 다 매력적이지만 이 드라마에 빠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주인공인듯 주인공아닌듯 하지만 분명히 주인공인 것같은 마스터의 인물설정이다. 진지해서 웃기고, 웃겨서 진지한. 이런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작가가 꽁트를 만들기도 하는 사람이라 그랬던걸까. 아무튼 아직도 감탄하는, 쿠도칸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드라마.





유성의 인연


한적한 바닷가마을. 작은 경양식집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던 세 남매. 엄마도 모르게, 아빠도 모르게 유성을 보러 나왔던 그 날 남매는 고아가 된다. 그리고 어른이 된 남매들의 복수극이 시작된다.


이 줄거리를 다른 누군가가 써내려갔다면, 아마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드라마가 되었으리라. 누가 이런 줄거리에서 코미디를 상상이나 했을까. 그런데도 쿠도 칸은 사람들의 발상을 뒤집어서, 코미디 범벅을 만들어버렸다. 물론 슬픔도 있고 갈등도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유쾌한 에피소드의 사이사이에 슬며시 집어넣었을 뿐이다. 덕분에 그 아프고 고통스러운 감정들이 더 극대화되는 걸 느끼면서 살짝 감탄했다. 쿠도칸의 센스와 치밀함에.


그저 가볍게 보다가 그런 작가의 능력에 조금은 시샘하며 봤다. 그리고.. 본래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쿠보즈카 요스케 - 오다기리 죠 - 카세 료 - 에이타 등 처럼 이미지가 확확 바뀌는 연기를 하고 기럭지가 길며 주로 괴짜소리를 듣는 개성파배우들이었는데,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니노미야 카즈나리에 잠깐 빠졌었다. 이 드라마를 보다가. 몇 화더라.. 평소에는 유순하고 부드러웠던 장남 아리아케 코이치가  동생 타이스케에게 버럭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리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뭔가 쿵쾅쿵쾅했다는. 히히.






아마짱


작년이었나? 일본 예능계를 아작아작 씹어드신 아마짱. 여기저기에서 '제제제'가 연발되더라. 쿠도 칸쿠로와 코이즈미 쿄코의 조합이 다시 나온다기에 반가워서 보기 시작했는데, 3편인가? 보다가 이건 안되겠다싶어 종영할 때까지 꾹꾹 참은 후 전편을 몰아서 봤다. 아침드라마인지라 20분? 대략 그 정도의 짧은 분량. 이걸 매일 매일 보다가는 간질나서 미쳐버리겠구나 싶었거든. 


외할머니의 얼굴은 커녕 전화통화도 한 번 한 적이 없었던, 당연히 외가집에는 와본 적도 없었던 도시 소녀가 섬마을에 와서 해녀가 되었다가, 연예인이 되었다가 하며 가족과 가까워지고 꿈과 가까워지는 이야기. 그리고 역시나 다른 쿠도칸의 작품들에서처럼, 주인공 소녀뿐 아니라 주인공의 가족부터 친구, 마을 사람들까지.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의 스토리도 충실히 보여준다. 역시, 그런 점이 좋아.


우리나라의 아침드라마 또는 저녁시간대의 드라마도 이런, 쿠도칸 스타일의 드라마가 있으면 참 좋을텐데. 자극적인 소재없이도, 막장스러운 설정없이도 작품이 정말 좋으면 시청률은 빵빵 터질 수 있을텐데. 아쉽다는.






미안해 청춘!


올 해 4분기, 이제 곧 방영을 앞두고 있는 쿠도 칸쿠로의 새 드라마 '미안해, 청춘'인데.. 요 근래 신작이 없어서 오매불망 기다리던 쿠도칸의 드라마인지라 일단 편성소식만으로 기쁘긴 한데.. 미츠시마 히카리 신인때부터 좋아하던 배우라 정말 반갑긴한데.. 시청률을 말아먹기로 유명하신 니시키도 료가 주연이라 조금은 불안하기도 하다. 뭐.. 괜찮다, 믿고보는 쿠도칸이니까. 불안초조한 마음을 달래며 일단 첫 방 마구 기대중!



지금은 쿠도칸이라는 이름이 고유명사화 되버릴만큼 익숙해졌지만, 한창 그가 주목받기 시작할 무렵에 찍은 영상이 있어서 함께 올린다. 이른바 '핫한 시기'에 일본 유명인들이 찍는 프로그램인 '정열대륙- 쿠도 칸쿠로편' 우리나라의 '스타다큐'와 비슷한 포맷인데 좀 더 현실적이고 짤막하지만, 보고나면 왠지 이 사람과 친해진듯한 기분을 만들어주는 유명한 프로. 





마지막 '熱いね'를 엔딩으로 넣은 감독의 센스에 박수를. 10여년 전 영상인지라 화질이 엉망인 점은 양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