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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배우가 실력파배우로 보였던 대표작품들

어떤 영화가 만들어진다더라~ 어떤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더라~하면 작가, 감독, 출연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마구 기대되는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기대작에 왠지 민폐를 끼칠듯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가 캐스팅되었다고 하면 ‘아.. 망했구나’ 하며 힘빠지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아주 드물게 이런 기우를 상큼하게 깨줬던 몇 몇 작품들이 있다. 완전 기대작이었으나 한 명의 배우때문에 우려스러웠던 경우도 있었고, 별 기대안하고 시간때우려고 봤던 경우도 있었던, 기분좋은 배우의 재발견을 탄생시킨 작품들! 꽤나 길어질듯..;;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서의 장동건


어느덧 아버님이 되신 대한민국의 대표 미남배우 장동건. 조각같은 외모로 뭍처녀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며 청춘드라마에 주로 출연했던 장동건은 이 때까지만 해도 대표작이 단 한 편뿐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정치인의 아내이자 두 명의 아이를 슬하에 두신 심은하언니와 함께 출연했던 ‘마지막승부’였다.


‘의가형제’를 비롯한 다른 출연작들도 있긴했지만.. 그냥 잘생긴 cf스타정도의 이미지였던 그가 ‘태극기 휘날리며’를 계기로 재조명 되었었지.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한 편의 영화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배우로서의 재발견’이었던듯. 이후로 이렇다할 괜찮은 출연작-신사의 품격은 기존 장동건캐릭터와 너무나도 딱 맞아떨어져서 그닥 인상적이진 않았다-이 없는게 안타깝네.


아마도 ‘마이웨이’를 찍으면서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광을 다시 한 번 되찾고자 한 듯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영화에서의 장동건은 전작과 다를바가 전~혀 없었다.




 


영화 ‘와니와 준하’에서의 김희선


장동건과 참으로 비슷한 케이스의 김희선. 지금도 예쁘지만 90년대의 김희선은 정말 최고였다. 물론 연기력이 아니라 외모가;; ‘토마토’, ‘웨딩드레스’ 등의 드라마에서는 꽤 괜찮은 시청률을 보장했음은 물론이요 패션, 악세서리도 유행시키고, 나아가 그 악명높은 폭탄머리까지 유행시켰지.


문득 생각난건데.. 심은하가 결혼과 함께 연예계를 은퇴한 후 지펠이었던가 디오스였던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했던 고급 냉장고의 광고모델자리가 비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김희선이 들어갔는데 대부분의 반응이 ‘예쁘긴한데 왠지 격이 떨어진 느낌’이라는 분위기. 나름 김희선을 좋아했던지라 왜그럴까 생각해봤더니 연기잘하는 배우 특유의 아우라가 부족한게 아닐까싶었다. 아니나다를까 그 cf모델은 아주 빠르게 타 여배우로 교체되었다.


그랬던 김희선이, ‘와니와 준하’에서 달라졌다. 지금껏 온갖 트렌디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어설픈 캐릭터들이 죄다 ‘연기’고 진짜 실력은 이런 거였나, 싶을 정도로. 순정만화같은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었던가. 화면 속에서 김희선이 자연스러워보인건 생전 처음이라 영화 내용은 둘째치고 그녀의 연기만 멍하니 봤었는데.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나 비맞고 집에 돌아와 냉장고의 쪽지를 보며 우는 장면과 얼마후 맑은 날에 엄마를 찾아가 수돗가에서 찬물로 목을 슥슥 씻는 장면. 나까지 다 개운했었던.


허나 장동건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가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배우로서의 발견’이 되버렸다. 연기가 다시 ‘토마토’때로 되돌아갔더라고.. 도통 이해할 수가 없어.. 어떤 기사의 내용대로 그건 ‘배우의 삶’보다 ‘여자의 삶’을 선택한 김희선의 계산된 연기인걸까? (드라마 ‘참좋은시절’에서 다시 이 시절의 연기포텐이 나오길래 반가웠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


장동건에 이어 대표미남배우의 계보를 잇고 계신 원빈. 이 남자가 벌써 30대 후반이라니.. 그만큼 나도 늙어버린 것같아 마구 슬퍼지누나.ㅠㅠ


원빈도 처음부터 엄청 연기를 못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다른 배우들에게 민폐끼칠 정도는 아니었단 말씀. ‘꼭지’나 ‘광끼’같은 드라마를 보면 꽤 괜찮았거든. 하지만 아무래도 얼굴이 얼굴이다보니.. 캐릭터에 한계가 있지 않았을까싶다. 드라마 ‘꼭지’랑 영화 ‘킬러들의 수다’말고는 대부분 순정만화 속 왕자님마냥 한껏 분위기잡는 역할이 대부분.


영화 ‘아저씨’도 사실.. 연기력에 취했다기보다는 비쥬얼에 취했다고 인정한다. 그래, 극장에서 입 쩍벌리고 침 질질 흘리며 눈에 하트 두개 번쩍이며 봤다. 나도 여인네인지라..


그런데 이 영화가 너무 빵 터져버려서.. 영화제에서 상도 많이 받고말이지. 차기작 고르는데 적잖이 부담될 듯. 부디 위의 두 사례처럼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않길. 한 번쯤 망가져봐도.. 괜찮지 않겠수? 아직도 가끔 영화 ‘킬러들의 수다’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웃어대는데..ㅠ




 


손예진과 드라마 ‘연애시대’


허허.. 이러다 온갖 미남미녀배우들은 총출동할 기세. 위의 세 사람과는 다소 다른 경우의 손예진. 장동건과 김희선, 원빈이 ‘나도 할 줄 안다~!’였다면 손예진은 ‘난 이런 것도 할 줄 안다’정도랄까. 솔직히 손예진이 연기는 위의 세 사람보다 잘하니까.


연기력을 발견했다기보다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했다는게 맞겠지. 애시당초 ‘연애시대’의 내용을, 그 감미로운 감우성의 상대역을, 손예진이 한다고 했을 때 다들 나랑 비슷한 반응아니었을까? ‘뭥미?!’


벌써 몇 년이 지나버린 지금도 손예진을 보면 ‘내 머릿속 지우개’보다 ‘오싹한연애’보다 요 드라마, ‘연애시대’의 은호가 먼저 떠오른다. 그녀의 필모에서 이 한 편의 드라마가 빠졌더라면 아직도 모든 여성의 비호감캐릭터의 최강자로 남아있을런지도 모를 일이다.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장혁


언젠가부터 군입대하는 연예인들이 많아졌다. 옛날에는 ‘연예인은 군면제 받기쉽다’는 인상이 있었지만, 몇 몇 배우들의 군입대비리가 터진 이후 그런 꼼수는 통하지 않는듯. 그 군입대비리가 터졌을 때 가장 크게 언급된 배우가 아마 송승헌과 장혁이 아닐까?


두 남자는 같은 사건으로 엮여서 함께 입대하고 함께 전역했지만, 그 태도가 참, 달랐다. 그리고 난 그 중 한 명의 배우를 매우 싫어하게 되었고 나머지 한 명의 배우를 몹시 좋아하게 되었다. 당연히 장혁은 후자.


전역 후, 아마도 엄청 조심스레 선택했을 복귀작이 이 드라마였다. 가슴찢어지게 슬픈 이야기를 미소지며 해버리는 드라마 ‘고맙습니다’ 상대역은 공효진. 장혁은, 똑똑했거든.ㅎ


한 때 전지현과 함께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며 드라마 왕창 찍고 영화 왕창 찍고 ‘인기스타’로 이름을 날리다가 ‘사건사고’의 중심에 선 이후, 누구처럼 화려하게 폭죽 팡팡 터트리며 다시 스타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사람냄새 폴폴나는 드라마의 사연있는 한 남자로 돌아온 장혁이, 참 좋았다. 이후로도 ‘추노’, ‘마이더스’, ‘뿌리깊은 나무’ 등으로 명배우로 활약중이라 더 좋음! 드라마만큼 영화들도 잘되면 좋겠음!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시간’에서의 강동원


‘시작은 비루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말을 어디에서 주워들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강동원에게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싶다. 요즘은 참치로 불린다지?ㅎ 드디어 민간인이 되었다지?ㅎ


나는 아직도.. ‘매직’에서의 강동원을 떠올리면 썩소가 나온다. 물론 아직도…’늑대의 유혹’에서의 그를 떠올리면 황홀해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분위기와 비주얼의 영향이었을 뿐, 결코 훌륭한 연기덕분은 아니었다.


장동건-원빈-강동원, 여기까지가 미남배우의 계보가 아닐까나. 선대 미남배우들이 겪은 트라우마는 강동원도 피해가지 않았으니, 좀처럼 ‘배우’의 타이틀을 달아주기가 힘들었다. 특히 강동원은 신인시절 참으로 우스운 연기들을 많이 보여줬거든..장동건보다 원빈보다 눈감아주기가 힘들었거든.


요즘 살짝 비호감이 되버린 공지영작가지만, 이 영화의 원작소설 ‘우행시’를 읽었을 때만해도 “아아 작가님…”하며 찬양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정말 너무 기대가 컸다. 이나영? 좋아! 강동원? 좋…어어? 이건 좀 아닌데싶었다. 그 가냘픈 몸으로 작은 고양이를 안고 눈물도 뚝뚝이 아니라 똑똑 흘리던 그 강동원이 사형수의 묵직하고 지릿지릿한 이야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었거든.


지금 돌이켜생각해보면.. 감독님이 똑똑하신 분인듯. 자칫하면 마냥 우울하고 무겁기만 한 영화가 되버릴 뻔한 스토리를, 이나영과 강동원이라는 광채나는 비쥬얼배우들로 살짝 포장해낸 느낌. 그리고 다행히도 그 포장재들이 그 역할을 꽤나 잘해냈다는 느낌.


사실 ‘의형제’를 할까 ‘우행시’를 할까 고민하다가, 그래도 이 영화에서의 강동원캐릭터가 더 놀라웠기에…




 


드라마 ‘굿바이솔로’에서의 김민희


대한민국 대부분의 여성들이 부러워하는 그녀들이 있다. 10년전?15년전? 잡지모델로 데뷔, cf스타로 인기, 그리고 배우가 된 그녀들. 배두나, 공효진, 신민아, 그리고 김민희.


그녀들의 마지막 진화과정인 ‘배우’의 단계에서 배두나와 공효진은 성공적인 안착을 했지만 김민희와 신민아는 좀~처럼 적응을 못하더라고. 영화에서도 화보를 찍고있는듯, 드라마에서도 광고를 찍고있는듯. 게다가 김민희는 성격이 좋지못하다는 소문까지 겹쳐서 예쁘고 날씬하고 옷 잘입으니 부럽긴한데, 왠지 얄밉고 비호감인 연예인이었다.


얼마전 놀러와에서 그녀가 ‘굿바이솔로’에 출연하기 위해 캐스팅을 몇 번이나 봤다고 하던데, 그렇게 매달리길 정말정말 잘했지싶네. 훌륭한 작가님의 훌륭한 드라마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미리의 캐릭터는 김민희와 참 잘 어울리거든. 성깔있고 솔직하고 막무가내인, 한 편으로는 상처도 잘 받고 순수한. 한마디로 싹퉁머리는 없는데 왠지 미워할 수없는. 딱, 김민희.


이 드라마를 찍기전에 연기수업을 열심히 받은건지, 미리를 연기하면서 조금씩 배워간건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굿바이솔로’ 이후의 김민희는 더이상 발연기의 대명사가 아니었다는 것.




 


드라마 ‘커피프린스’의 공유


간혹 외모도 좋고, 연기도 괜찮고, 이미지도 좋은데! 좀처럼 뜨질 못하는 배우들이 있다. 분명 몇 번이나 주연으로 출연한 경력도 있는데 도대체 왜 안 뜨는건지 이해가 안되고 답답하게 만드는 배우들. 공유가 그랬다.


키도 훤~칠하니 크고, 쌍꺼풀없는 큰 눈에다가, 드라마를 봐도 영화를 봐도 연기도 자연스레 잘하건만. 좀처럼 인기의 중심(?)에 서지 못하는.


‘커피프린스’는 그 제목만큼이나 달콤하고 포근한 염장드라마지만 딱 한 장면. 공유가 그 큰 눈에서 피눈물 뚝뚝 흘리며 한서린 이야기들을 읊조리다 결국엔 울부짖던 장면은 무슨 휴먼다큐마냥 리얼하게 슬펐다. 딱 공유, 아니 공지철 본인의 이야기처럼 들려서.


그 한서린 마음이 통했던지 ‘커피프린스’로 인기스타 푱! 그런데 바로 군입대하는바람에 당황했으나 영화 ‘도가니’로 시대의 부조리를 이야기한 영화배우로 푱! 무슨 내 자식(??!!)이 잘된 것마냥 흐뭇하구나.




 


영화 ‘풍산개’에서의 윤계상


예전에는 아이돌가수하다가 배우로 전향하는 사람들, 싫었었다. 왠지 비겁해보이고 반칙인 것같고, 실력은 없으면서 인지도로 때우려는 것같았다. 요즘은 조금.. 달라졌다.


윤계상도 처음에 배우한다며 여기저기 나올 때는 싫었다. 영화 ‘6년째연애중’을 보며 의외로 리얼하면서 재밌기도 했고 ‘비스티보이즈’를 보며 웩!하고 역겨웠지만 하정우는 연기를 잘하네싶긴했으나 정작 윤계상에게는 관심제로였는데..


‘조금만 더 가까이’를 보며 ‘아, 리얼해리얼해. 윤계상은 이제 이런 캐릭터로 쭉 갈껀가보지?’했다가 ‘최고의 사랑’을 보며 ‘흐음.. 요런 캐릭터도 괜찮긴하네’했다가 ‘풍산개’를 보고 ‘헐… 대박!’했다. 영화에서 그는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지만, 몇 마디의 대사로도 들려줄 수 없는 것들을 미간의 주름으로, 눈빛으로, 액션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게 어찌나 놀랍던지.. 다시한번 대사가 적을수록 몰입이 잘된다는 공식을 확인하며 윤계상의 존재감이 생겼다. 다시 생각해봐도 대!박!


‘하이킥’에서는 또 캐릭터가 확 바뀐게 아닌가! 매력적으로 변하고 있는 윤계상이로다.



 


드라마 ‘로맨스타운’의 성유리


윤계상, 하니 성유리, 가 떠오른다. 한 때 발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던, 가수출신연기자들의 걸림돌이 되곤했었던 최악의 사례. 내가 가장 용서할 수 없었던 성유리의 자취는 ‘어느 멋진 날’에서 공유의 발목?을 잡았던 그.. 그.. 민폐! 공유도 남궁민도 정말 연기 잘하고 멋있었는데, 성유리와 이연희의 민폐파장은 정말 충격적이었지. 뭐.. 옛날 이야기는 그만하고.


아마 조금씩 그녀의 연기가 볼만해지기 시작했던건 ‘쾌도 홍길동’이 아니었나싶다. 아무래도 퓨전사극이라 대사체의 제약이 덜했고 캐릭터가 왈가닥이라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지않았을까싶기도하고. 그렇게 조금씩 바뀌더니 ‘로맨스타운’에서 제대로 흥했다. 분명 대사의 그 어눌한 말투는 그대로인데.. 신기하게 연기가 자연스러워졌더라는. 뭔가 배우들의 노하우를 터득한 것만은 확실한 듯하다.


이 드라마.. 내용도 잔잔한 듯 파격적이고 몰캉한 듯하면서 시니컬한게 꽤 재밌었는데 동시간대에 너무 큰 흥행드라마를 만나서 – 기억이 가물;; 시크릿가든이었나?뭐였지? – 시청률이 저조했다는. 정말정말 괜찮은 드라마였는데..


강동원부분에서 했던 멘트를 성유리에게도 다시 한번, ‘비록 시작은 비루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화이팅!


이외에도 되짚어보면 배우들이 반짝!하고 빛나기 시작하는, 또는 딱 한 번이라도 반짝!했던 영화와 드라마들이 많겠지만, 더이상 조각미남들과 절세미녀들의 사진을 보다간 현실비관모드에 들어갈 것같으므로 여기까지.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