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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매력의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멜로영화를 좋아한다. 로맨틱코메디영화도 좋아한다. 화면 속 닭살스러운 애정행각을 보면서 ‘내가 미쳤지 또 이런 영화를 고르다니!’하며 안주 집어먹던 포크로 허벅지를 푹푹 찌르고 싶어질때도 많지만, 대개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엔딩즈음에는 기분이 좋아지니까.


대리만족? 그래, 그런걸수도 있겠고. 예쁘고 날씬하고 멋진 여배우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란 쉽지않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사랑이야기를 본다는 건,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행복한 일이다.


어쩜 하나같이 저렇게 사랑스러울까싶은 러브러브모드의 영화 속 여주인공들은 모두들 참 예쁘기도 하지만, 때로는 섬뜩하리만큼 충격적인 모습들도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내가 저렇게 해도 날 사랑할 자신이 있냐고 물었을 때, 미묘한 표정을 보이지않고 피식 웃으며 당연하지!를 외쳐줄 남자, 과연 나타날까?




내가 싫어? 내가 미친년이라서?! in 우리집에 왜 왔니


불쌍한 여자. 산에서 혼자 사는 외로운 여자. 그리고, 이상한 여자. 온갖 괴상한 수식어를 다 갖다붙여도 어울리지만, 그럼에도 사랑스러운 여자. 우리집에 왜 왔니의 여주인공은 그런 여자라고 느꼈다.

실제로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왠지 그런 느낌의, 독특하고 신기한 이미지라서 친해지기 어려운 캐릭터들이 한 명씩은 있었던 듯. 그리고 알고보면 그런 친구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여리고, 착했었다. 그렇긴한데, 날 버린 그 남자를 감시하려고 엄한 앞 집에 쳐들어가 민폐부린 이 영화의 여주인공을 생각하면.. 조금 무섭긴하네.


 

그 철딱서니없는 어린 남자를 정말 사랑해서였는지, 미워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고, 때리고, 집주변을 감시하며 얼쩡거리는 여자, 주변에 있다면 심각하게 정신과상담을 권할 것만같다.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행복한 여자다. 그 새파란 어린 놈은 몇 번이고 여자를 밀쳐내며 전과자로 만들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진심을 알아준 사람이 마지막엔 있었으니까.


 


 


언제나 당신을 지켜보고 싶어요. 얼굴을 바꿔서라도… in 중력 삐에로


남자친구도 아니고, 약혼자도 아니고, 날 사랑해주지는 않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얼굴에 칼을 댈 수 있는 여자. 몇이나 있을까? 나는, 지금 그렇게 빠져있는 상대가 없어서인지 상상만 해도 싫은, 이해불가능한 여자로 보였다.


 

어느날 문득 옛날 사진을 보는데 그 사진들마다 내 주변에 누군가가 있다면 무서운게 당연한건데. 남자는 웃어넘기고 오히려 그 여자를 걱정한다. 그러니 여자가 희망을 못버리고 성형까지 하지! 자기에게 예뻐보이겠다고 얼굴까지 뜯어고친 여자를, 보통의 남자라면 어떻게 받아들일까. 성형수술이라는게 아무리 흔한 일이 되었다고는 해도, 날 위해서 그랬다고 하면 왠지 좀.. 무섭지 않나? 아님, 어쨌든 예뻐졌으니 좋아하려나?


 


 


그 여자랑 헤어져! 내가, 그렇게 만들어주겠어! in 소피의 연애매뉴얼


쿨하지 못한 헤어짐은 청승맞고, 초라하고, 꼴사납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쿨한 척 하며 멋지게 바이바이~를 하고싶어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그리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말했다. 남자와 여자가 이별하는데 깔끔하고 멋진 이별따위는 불가능하다고. 만약 그렇게 헤어졌다면 아직도 제대로 끝을 낸게 아니라고.


 

그 말에 100%동감하지는 않지만, 이 여주인공의 기분은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특히 전 남자친구의 집에 들어와 추억 속의 물건들을 여기저기 흘려두고 기대하는 마음. 왠지 그 물건들을 보면 다시 날 사랑해줄 것같은 착각. 다들 한 번씩 느껴보지 않았을까?


완전히 애정이 말라버려서 다른 누군가와 만나기 시작했더라도, 전 애인이 내 마음을 돌리려고 저렇게까지 망가지고 노력한다면, 한 번쯤은 돌아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소피처럼 그 과정에서 더 멋진 남자를 만날수도 있지만.


 


 


네 죄를 네가 알렷다! 모른다면… 대대적으로 알려주지. in 소친친


언론의 힘을 이렇게 개인적으로 사용하다니! 그것도 애정행각에! 얄미우면서도 부러운 소친친의 여주인공. 그녀는 인기있는 칼럼니스트다. 그녀의 뼈아픈 사연이 담긴 LP판을 가져간 그 라디오 DJ가, 안그래도 열받은 그녀를 방송을 통해 더 열받게 하자 복수를 시작한다. 그 DJ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아냥거리는 칼럼을 쓰기 시작하는 거다.


 

나도.. 저런 힘을 가지고 싶다. 남자친구뿐만 아니라 누군가가 정말 참을 수없을만큼 날 열받게 한다면, 저런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어서 여러 사람에게 창피당하게끔 만들고싶다. 실제로 다음 아고라같은 게시판에는 그런 사연들이 꽤 많이 올라오던데. 실명을 거론하는 경우는 아직 못봤지만. 그런 여자를 감당할 수 있으려면, 남자도 꽤 배짱있는 남자여야 하겠지? 여자가 칼럼으로 한 방 먹이면 자기도 라디오에서 한 방 먹이는 소친친의 남자주인공처럼.


 


 


현대판 우렁각시? 사랑에 빠진 몽유병 환자! in 중경삼림


내 친구 하나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바빠진다. 데이트하고 애정행각을 펼치느라 바쁜게 아니라 다른 이유로. 남자의 도시락을 싸고, 남자의 한약을 짓기위해 체질분석을 하고, 남자의 부모님의 생일을 체크하고, 남자의 이사짐을 정리하느라. 결국 남자친구에게 무언가를 해주기위해 바빠진다. 옆에서 보면 쯧쯧..할만큼 딱해보이지만, 본인은 엄청 행복해하며 그 모든 것들을 척척 해낸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도 그런 마음이었던걸까?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의 손님과 점원. 알고보면 꽤 흔한 헌팅(?)의 패턴이다. 보통은 손님인 남자쪽이 아리따운 여점원에게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주곤한다는게 이 영화와는 다르지만.


실연으로 슬퍼하는 그 남자의 집에서 그녀는 신이 난다. 간도 크게 경찰의 집에 무단으로 주거침입을 해서는 모든 물건을 조금씩 바꿔놓는다. 마치 그 스튜어디스의 흔적을 치우려는 것처럼. 그 자리에 자기 자리를 만들려는 것처럼. 영화니까, 그것도 왕가위의 예쁜 영화, 중경삼림이니까 흐뭇하게 보지만, 실제로 나같은 여자가 저랬다면 어땠을까? 어떻게 될까?


저렇게 이상하고 해괴하더라도, 때로는 무섭고 섬뜩하더라도, 그런 나라도 사랑받을 자신, 솔직히 없다. 왜냐하면.. 현실은 영화가 아니니까. 그래도 살짝, 저 영화들에 나오는 남자들처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주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지는 않을까하는 기대는 버릴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