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이더라? 대략 4년정도 전이었던 것같다. 일일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뭔가 색다른 게 있길래 냉큼 연락해서 해봤던 이색알바.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앉아있는 것뿐. 겨울이라 실내임에도 엄청 추웠지만, 경찰서라는 곳에 들어가봤다는 것만으로 정말 신기하고 색다른 기분이었다.
1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옆에 있는 대기실에서 묵묵히 앉아서 시간을 채워주는 일이었는데, 경찰서라는 곳이 너무나도 신기했던 나머지 근무지를 이탈해서 여기저기 구경삼매경에 빠졌다.
무서운 사람 잡아들이는 강력팀. 워낙 드라마랑 영화에서 자주 듣던 이름이라 괜히 반가웠다는.
강력5팀까지 있다는 사실에 새삼 깜짝 놀람. 실종팀이랑 사무실을 같이 쓰시나봐요~
수사지원팀이랑 경제 1,2팀도 있었고
형사과장님은 당연히 형사지원팀에 계시는 거 아닌...가요?
근데 수사과장님은 왜 경제2팀이랑 같은 사무실에 계시는 건지 알수없음.
여성청소년계.
생활안전계에 계신 생활안전과장님.
이 경찰서가 어느 경찰서인지 도통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입구 옆에 요렇게 유리로 막힌 대기실같은 공간이 있었고, 나 이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그저 묵묵히 앉아만 있더라. 무슨 집회신청을 해야하는데 선 순위를 받으려고 알바를 쓴다고 들은 것같기도 하다.
지금도 경찰옷입은 분들을 보면 절로 눈이 가는 데 이 때는 오죽 신기했을까. 화면 안이 아닌 바로 내 눈앞에서 경찰복입고 담소를 나누시는 모습마저 경이롭게 쳐다보며 부끄러운 줄 모르고 셔터를 누름. 손가락이 같이 찍히는 줄도 몰랐음.
왼쪽에 저 유리문이 출입구. 대기실 안에도 밖에도 자판기가 있었고, 의외로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나는 돈이 없었던 건지 신기함에 홀려 있었던 건지 커피를 비롯한 음료수를 마신 기억은 없다. 정말 멍때리며 앉아 있다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사진찍고 또 다시 멍때림을 반복하다 돌아왔던 기억만 난다. 일당이 얼마였는 지라도 기억나면 좋으련만. 어느 관할 경찰서였는지라도 기억나면 좋으련만. 다시 갈 일이 생기면 안되겠지만, 이 때가 마지막 방문이었다고 생각하면 아쉽고 살짝 그립기까지 하다. 요즘은 어딜가도, 무얼해도, 누구를 만나도 이 때만큼 신기하고 새롭다는 느낌이 없다. 이렇게 늙어가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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