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찾아 오기 전, 바람이 유난히도 따땃하길래 후드뒤집어 쓰고 돌아다닌 날. 생전 처음 온 동네라 어딜가도 마냥 신기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선(?)한 광경이 있었으니
어딘가 고즈넉하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길래 나도 모르게 한 걸음씩 들어가게 된 어느 골목. 멀리 보이는 맨션의 글씨도 정겹고, 높다란 시멘트벽까지도 운치있다고 느끼면서 점점 안쪽으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모퉁이에 고이 심겨져 있던 이름모를 나무. 자세히 가서 봤더니,
역시나 이름모를 빨간 열매가 앙증맞게 매달려있더라. 언제나처럼 먹고싶다는 충동에 휩싸였지만 가까스로 참아내고 지나쳐 더 깊은 골목 안쪽으로 빨려들어감.
우왕.실제 육성으로 "우와아~"했다. 조금 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조금 더 좋은 카메라로, 조금 더 좋은 날씨에 찍었더라면 멋져보였을텐데. 무슨 60년대 영화 세트장에 와 있는 느낌. 두 사람이 지나가기도 어려울 것같은 좁다란 골목에 다소 살풍경한 집들이 주르륵 늘어서 있어서 오싹한 감은 있었다. 그럼에도 자꾸만 더 더 안쪽으로 안쪽으로 가게되는 기묘한 곳.
어째 무섭다했더니 이런게 붙어있더라. 2011년이면 4년전. 그럼 그동안 이 골목에 있는 집들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는 거.. 닭살이 돋기 시작하면서 원한서린 영혼이 떠돌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에 후다닥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종이 경고장으로는 부족했는지 이렇게 강력하게 표현해주셨다. 덕분에 더더더 무서워짐. 지금에 와서 문득 궁금한건, 저 경고문에 적힌 '관계자'란 누구일까? 토지의 소유주? 관할 공무원? 누굴까?
으스스한 곳이긴 했지만, 사진을 찍었을 당시에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저 골목에 있는 집 안에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분명 누군가 세수를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집이었을텐데. 어떤 이유로 출입금지 구역이 된걸까? 오랜 시간 꽁꽁 닫힌 문 안에 어떤 흔적들이 남아있을까? 궁금해. 내가 '관계자'였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지.
그러고보니.. 집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골목에만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골목의 끝도 철문으로 막혀있었다- 나.. 괜찮은 걸까? 다른 의미로 무서워진다.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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