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

주례2동 골목길

시작은 냉정역 근처였으니 분명 주례2동일텐데, 꽤 골목골목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찍은 사진이라 다른 동까지 갔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90년대의 정취가 물씬 풍겨서 좋았던 골목길.




요즘 애기들도 피아노학원을 다니긴 할까? 내가 어릴 때에도 유치원, 초등학교 까지는 피아노나 태권도를 배우다가도 중학교만 올라가면 입시학원으로 몰리곤 했었는데.






어느 지역을 가도 업종마다 휴무일은 대개 비슷함. 도서관은 월요일에 휴관, 목욕탕은 화요일 휴일.





주택들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골목에 홀로 우뚝 서 있던 목욕탕 굴뚝. 옥황토방은 또 뭐지?





이 정겨운 나무창들이 자리잡았던 곳에는, 플라스틱 샷시가 들어갔겠지. 그럼 이제 이 손때묻은 유리와 나무틀은 어디로 가게 될까.






정글이었다면 용기내어 먹었을텐데. 뭔지 몰라 못 먹음. 주인집에 혼날까봐 못 먹음.





강렬하게 눈에 띄었던 연두빛 담장. 언젠가부터 나타난, 참으로 못난 새파란 색의 주소판?은 스티커로 가림.





고양이가 앉아서 식빵을 굽고 있지 않을까 은근 기대했는데 그저 살풍경하기만 했던 어느 건물의 지붕. 나무가 신기하게 자랐더라.









체육관 하나를 발견했는데, 여기저기 적힌 문구들이 하나같이 강렬해서 열심히 찰칵거렸다.



그 이름부터 '삼손 체육관' 

폭력퇴치라는, 처음 들어봄직한 단어가 왠지 멋짐. 폭력도 퇴치하고 변태도 퇴치하고..





창문에는 호신, 건강, 인격수양이라는 모토 아래 내 몸은 내가 지킨다던가 바른체형 정체운동, 외유내강의 성품까지. 멋짐을 뽐내는 단어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지금껏 살면서 체육관의 외관만 보고 홀리긴 또 처음. 진짜 우리동네였으면 당장 들어가서 3개월코스 등록할뻔.





골목골목 돌아다니다 이런 간판 꽤 많이 봤다. 골목에 있는 상점들이기에 가능한, 아주 오랜 시간을 이 자리에 있었노라고 보여주는듯한 간판들. 짧게는 몇 달, 길어도 2,3년만 지나면 휙휙 바뀌는 번화가에서는 보기 힘든 오래된 간판.





빈 매화수병을 보고 분노하며 찍음. 편의점에도 홈플러스에도 없던 매화수가 어디서 나타난걸까. 이걸 마신 사람을 찾아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빨대꼽아 꽃향기 맡으며 쭉쭉 하다보면 어느샌가 헤븐을 보여주는 나의 매화수. 내사랑 매화수. 부산 어디에 가야 너를 만날 수 있단 말이더냐.





어릴 땐 이런 곳도 쉽게 보였는데. 우유랑 요구르트 배달해주는 곳. 뭐라고 부르지?





쇠사슬에 매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의자는, 몹시 무거워 보이는 도자기 화분을 안고 있었다.







쌀집. 외벽에 붙은 색바랜 파란 타일과 계단 옆 작은 화단에 놓인 정체불명의 의자, 아직은 싹이 돋지 않은 벌거숭이 나무와 역시나 지금은 색이 바랬지만 언젠가는 알록달록 했을 시트지. 그냥 휙 지나칠 수도 있었는데 왜인지 한동안 멍하니 서서 보게 되던 곳.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해 은하사  (1) 2015.08.12
길고양이, 너는 love♥  (0) 2015.08.09
기차타고 춘천으로 두번째  (0) 2015.08.09
기차타고 춘천으로 첫번째  (0) 2015.08.09
경찰서에서 순번대기 아르바이트  (0) 2015.03.12
종로의 간판들  (0) 2015.03.11
해방촌 거주자의 특권  (0) 2015.03.10
무단침입 경고문이 붙은 골목길  (0) 2015.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