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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1%의 커피와 길고양이

한 달 전쯤 갔던 곳인데 부산의 어느 동네인지 기억이 안난다. 바로 앞에 홈플러스가 있었다는 것과 매우 추운 날이었다는 것, 그리고 크로크무슈가 맛있었던 기억나는 1%의 커피집. 




카운터 바로 앞 자리에 앉아서 왜인지 가방 안에 있던 똑딱이로 찍어대기 시작함. 옆 건물에 볼 일이 있었는데 약속시간 30분을 남기고 너무나도 배가 고파 참을 수가 없던지라 과감히 모닝세트를 시키고는 찰칵거림.





카운터.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진열대는 텅 비어서 눈요기할 케이크가 단 하나도 없는 게 아쉬웠다. 카운터에 떡하니 박힌 1%는 가게의 거의 모든 곳에 도배되어 있다.






요렇게. 상위 1%의 커피라고 자꾸만 강조하니 오히려 반감이 들기도. 커피 맛도 인테리어도 딱히 그런 느낌은 아니던데;; 직원분이 친절했고 모닝세트가 저렴한걸로 만족했다. 그리고 너무 추워서 어딘가 들어가 배를 채워야 겠는데, 눈에 보이는 곳은 이 커피집말고는 없더라고.






메뉴를 찍어볼 요량이었으나 역시나 똑딱이는 한계가 있구나. 줌을 땡겨볼 걸 그랬나? 보정을 했으면 보였을텐데 귀찮다ㅠ






그림 속 여인네는 아마도 에티오피아의 아낙이겠지. 옛날 옛적에 커피빈에서 교육받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꾸깃하게 붙여진 포스터로 원두 자랑을 하는데, 정작 내가 받은 모닝세트의 아메리카노는 그냥 그랬다. 핸드드립을 따로 팔던가? 






테이블은 꽤 많으나 오전이라 그런지 텅 비어 내가 첫 손님인 듯 했고, 다른 커피집들처럼 이 곳의 흡연실도 그 정체성을 잃고 금연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커피집의 분위기와는 관계없이 감동적이었던 크로크무슈. 이 날이 거의 굶으며 지낸 지 일주일째 되던 날이었는데, 이걸 먹은 이후로 식욕이 터져서 마구 먹어대기 시작했다. 감사해야 하나 원망해야 하나.






단촐하지만 배 빵빵하게 만들어 줬던 1%커피집의 모닝세트 구성. 이게 얼마였더라? 가물가물하지만 망설임없이 주문했으니 비싸지는 않았던 걸로.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다시 바람 쌩쌩부는 골목으로 나왔다가 마주친 고양이. 이 식당에서 밥을 주는 모양으로, 낯선 나를 경계하면서도 저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찬바람 맞으면서 꽤나 오랫동안 찝적거렸는데도 망부석이 되어 문만 바라보고 있더라. 식빵굽는 모양새같지만, 위치상 분명 아침밥을 기다렸던 것이리라. 






잔뜩 껴입은 나도 추웠는데, 이 녀석은 얼마나 추웠을까. 결국, 밥을 얻어먹긴 했을까?







약속장소였던 빌딩에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눈에 보였던 부산 어딘가의 전경. 부산의 첫인상. 추운 날씨 탓인지, 씁쓸한 기분탓인지 뭔가 공허하고 황량했던 날. 어느 동네인지 기억만 나면 저 커피집 한 번은 다시 가고 싶네. 1%의 커피라고 하니, 배채우기 위한 모닝세트의 아메리카노 말고, 직접 원두 골라서 핸드드립으로 마셔보면 나도 1%의 인간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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