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

기차타고 춘천으로 두번째

기차타고 춘천으로 첫번째 에서 이어짐


6. 조각공원으로 가는 길




춘천의 첫 사진이 되어준 그 동상과 북한강? 공지천?의 물가. 날씨가 조금만 더 화창하고 바람이 덜 불었다면 좋았겠지만.. 쌩쌩 부는 모래바람과 희뿌연 하늘에도 불구하고 예쁘더라.







건너편에 보이는 저 뾰족한 삼각지붕. 루브르의 그것과 닮은 모형이 있는 곳이 바로 조각공원이다. 

 



 




 


부끄러운 내 손가락이여.

조각공원을 향해 다리를 건너가는데, 물 속에 뿌리를 둔 나무와 그 옆에 앉아 낚시를 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꼭 중국의 옛 그림에 나올 듯이 운치있어 보였다. 






별 감흥없이 지나치던 조각들 중 유일하게 날 멈칫하게 만들었던 조각상. 음.. 참으로 심오해. 





조각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조각보다는 옆을 지나는 하천과, 그 곳에서 카누도 타고 낚시도 하고 그저 여유롭게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인상적이다. 

 

여기에서 느꼈다. 강을 끼고 있는 소도시라서 그런지 그 모습이 진주와 참 닮았다고. 남강주변의 모습도 참 조용하고, 예쁘고, 잔잔하고. 덕분에 살짝 애틋해진 기분으로 벤치에 앉아 살짝 멍때림. 아, 춘천에는 벤치가 여기저기 아~주 많다. 





카누 - 카누맞나? 근데 왜 커피가 생각나지? -를 타고 유유히 내 앞을 지나던 아저씨가 안 보일 때까지 멍하니 앉아있다 강변 칼바람에 추위를 참지 못하고 일어났다.






이 곳이 입구인가본데, 반대방향에서 온 나는 출구로 사용했구려. 작은공원이지만 매점과 화장실도 찾기 쉬운 곳에 있다. 



7. 이디오피아 집 (벳)




조각공원에서 길을 건너면, 에티오피아 한국전쟁 참전기념관이 있다. 건물의 모양새부터 눈길을 확 사로잡는 곳. 들어가볼까 했으나 아주머니들이 워낙 많으셔서.. 아쉽지만 패스.





그 기념관 옆으로 난 길을 걸으면 보이는 오리들. "넌 왜 혼자 왔니? 용용 죽겠지~"하는 것처럼 보여서 괜히 얄미운 오리들. 하지만 괜찮다. 이미 난 저 오리를 타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는 지 경험해보았으니까. 여기에서 또 한 번 진주가 생각난다. 남강의 그 오리떼들.. 커플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타보지만 언제나 지친 모습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떨며 오리에서 내리게 된다는 전설의 오리떼.

 

혹시나 커플이 되어 춘천에 오게 되더라도, 내 너희를 타지 않으리라.






나왔다! 춘천을 예쁘게 기억하게 만들어 준 또 하나의 장소. 이디오피아집(벳)이라는 이름의 커피숍.

 

북한강인지 공지천인지 알 수 없는 물길의 옆에 자리한, 옆으로 길다란 건물. 1층 외부에는 테이크아웃전문 커피집이 있고, 내부에는 내가 다녀온 이 커피집이 있고. 지하에는 또 커피집이 있고, 2층에는 커피집인지 bar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다른 집이 있다. 혹시 이 모든 곳들이 한 사장님의 소유라면 진정 동경한다. 






혼자임에도 4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저 유리문 건너로 보이는 곳은 아마도 커피수업하는 곳. 그 비싸다는 커피기계들이 자리잡고 있고, 밖에는 테라스까지 있더라! 







좋아라하는 뱅커스탠드와 그 옆으로 보이는 북한강, 따땃한 햇살까지. 완.벽.해.!!

이 날 워낙 바람이 쌩쌩 불어서 계속 어깨를 움추리고 칼바람 속을 걸었더니 저 자리에 앉는순간 노곤해졌다. 마음같아서는 엎드려서 한숨 푹 자고 싶을만큼 안락하고, 따뜻하고, 편안했다.







소심하게 찍은 카페 내부. 들어갈 때는 뭣 모르고 갔는데 알고보니 여기 꽤나 오래 되었고, 유명한 곳이더라고. 덕분에 커피값도 비쌌지만.ㅠ 그래도 그 값이 아깝지 않을만큼 커피맛도 분위기도 전망도 모두모두 굿!






카푸치노. 그리고 하루종일 들고 다녀서 너덜너덜해진 춘천지도. 커다란 지도를 접어서 딱 저만큼의 영역만 돌아다녔다. 저 카푸치노 오랜만에 거품도 커피농도도 흡족해서 맛있게 마셨는데.. 또 가고 싶네.

두 시간정도, 텅 빈 카푸치노 잔을 앞에 두고 물만 홀짝 거리면서 앉아 있다 '여행왔다'는 걸 각성하며 겨우 떠남.

 

 

8. 공지천공원 (mbc전망대)

 

카페에서 보이는 북한강 건너에는 또 다른 공원이 있다. 시간은 네 다섯시무렵, 해가지기 전에 돌아가려면 멀리는 못가고, 그 공원을 마지막 장소로 정했다. 내가 쥐고 있던 지도에는 mbc전망대 호수별빛축제라고 써있었는데 알고보니 공지천공원 위에 전망대가 있었다.




커플따위.. 어딜가나 널려있는 커플따위.. 혼자 씩씩거리며 저 두 분의 앞을 마구 앞서 걸었다. 지지않겠다는 분한 마음을 품고서.






저 건물의 가운데 유리창 중 하나가 내가 앉아있던 그 테이블의 창가. 정말.. 입지선정 최고!

 






얄미운 오리떼들을 뒤로하고 다리를 건너면, 공지천공원이 나온다.

 



 



강변을 따라 긴~ 산책로와 나무들이 쨘,







여유롭게 앉아계신 할아버님과 물길을 만들며 지나는 카누아저씨들이 쨘,







지금쯤 꽃이 만개했겠지? 아니 벌써 다졌을런지도. 아직은 새 잎이 나오기 전이라 헐벗고 있는 나무들이었지만, 그럼에도 좋더라. 

 

양 옆으로 어떤 종류든 나무가 이렇게 길~게 늘어선 길은 참 좋은 것같다. 어딘가의 메타세콰이어길? 거기도 좋고, 우리동네 삼각지역에서 녹사평역을 따라가는 그 길도 좋고. 언제나 나무는 옳아.



 




이외수시인의 글귀가 적혀있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도 조각공원만큼이나 조형물도 많고, 지압하라고 자갈길도 있고, '문화도시'를 자처하는 게 곳곳에서 느껴졌다.


 





공원 한 켠에 있던 관광지도. 저 많고 많은 관광지를 두고 나는 왜 초반에 그 휑한 길을 걸어야 했단말인가. 후회하고 반성하고 한탄함.







봄이 막 시작될 무렵의 개나리. 남들은 벚꽃찬양할 때 나 혼자 개나리앓이. 안그래도 쌀쌀했던 날, 강바람까지 불어 아직은 겨울이라고 느끼는 와중에 강변 절벽에 핀 개나리가 보이니까.. 설명하기 힘든 울컥함을 느꼈다. 그 기분은 정말 뭐였을까..


공지천공원에 있는 그 나무길을 따라 쭉 걸으면 옆으로 운동하는 곳도 있고, 공연하는 곳도 있는데 모두 지나서 조금 더 걸으면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편의점간판과 함께 친절하게 나무데크가 깔려있는 완만한 언덕길. 쭉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로 향한다.






언덕길을 다 올라오면 여기에도 이렇게 인상적인 조형물이 쨘. 육감적인 동상과 컬러풀한 물고기들의 언밸런스한 조화.. 를 노린 것일까나.

 

언덕에서 딱 올라오면 왼 편에 이 조형물과 편의점이 있고, 오른편에 언덕 꼭대기, 전망대로 오르는 짤막한 길이 있다. 그걸 또 몰라서 편의점주변을 한바퀴 휑 돌다가 뒤늦게 알아차리고 전망대로 고고.







기껏 찍은 파노라마샷인데..

칼바람맞으며 혼자 헤매고, 걷고, 또 헤매고, 또 걷고. 그래서 그랬는지 칼바람과 강바람의 협공 탓이었는지 빙 둘러진 강이며 하늘이며 멍하니 보다가 울뻔했다. 강아지랑 같이 산책오신 옆의 여자분이 없었다면 철썩 주저앉아서 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까지가 춘천에서 찍은 사진의 마지막. 사실 이 전망대에서 남춘천역으로 돌아가는 길도 하천을 따라 참 예쁜 길이었는데, 춥고 지치고 막국수의 효력이 떨어져 배도 고팠던지라 여유가 없었다. 







모두가 스마트폰 구글맵을 두드릴 때, 안내소에서 주워 온 관광지도를 접어 들고 다니는 멋짐을 자랑한다. 딱 접혀진 저 영역 중에서도 귀퉁이의 1/4만큼만 돌아다닌 것도 자랑한다.






 

강원 드라마 갤러리에서 괜히 욕심생겨 슬며시 챙겨온 여행책자들. 모두 강원도의 도시들을 소개하는 책자들이다. 어쩌면 2014년은 나에게 강원도 여행의 해가 될지도 몰라. 

 

무지한 상태로 가서 좋았던 것도 물론 있었지만 뒤늦게 아쉬움이 몰려오는지라 조만간 춘천부터 다시 한번 다녀왔으면 한다. 그 때는 월요일을 피해서 '춘천 박물관 여행'을 할 예정. 돌아오고 나서야 너덜너덜해진 지도를 쫙 펼쳐보고 알았다. 막국수박물관, 산림박물관, 인형박물관, 애니메이션박물관, 국립춘천박물관, 김유정문학촌.. 하.. 청춘버스로 서둘러 가서 시내버스도 타고 하면 당일치기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구봉산 카페거리도 가보고 패러글라이딩까지 하려면 1박 해야겠지만. 아무튼 4월 중으로 꼭 다시 갈 수 있기를! 그 때는 먹으리라, 닭갈비를.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니메이션같은 비주얼, 안국동 명문당  (0) 2015.08.14
옥상에 사는 고양이  (1) 2015.08.14
진해 은하사  (1) 2015.08.12
길고양이, 너는 love♥  (0) 2015.08.09
기차타고 춘천으로 첫번째  (0) 2015.08.09
주례2동 골목길  (0) 2015.03.23
경찰서에서 순번대기 아르바이트  (0) 2015.03.12
종로의 간판들  (0) 2015.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