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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런치의 앗코짱, ランチのアッコちゃん

구루메라는 일본어를 번역하면.. 식도락인가? 구루메 방송, 구루메 잡지 등 일본은 유독 음식에 대한 애정이 강하다. 어느나라든 전통음식도 있고, 요리에 흥미를 가지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본은 그 중에서도 유난히 더 그러한 듯.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보니 음식과 요리, 그리고 그걸 만드는 장소와 사람에 관한 이야기들도 넘쳐나서, 만화부터 드라마, 영화 등 꾸준히 음식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들이 만들어진다. 


몇 일전 우리나라에서도 리메이크되어 방영을 시작한 '심야식당'처럼, 음식을 소재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가장 많은데, 이제 끝나버린 2015년 2분기에도 '런치의 앗코짱 ランチのアッコちゃん' 이라는 제목의 꽤 괜찮은 드라마가 한 편 7화를 완결로 종영되었다.




30분짜리 짤막한 드라마가 총 7회. 길지 않은 시간동안 정말 간단하지만 충분히 가슴에 와닿는 주제가 멋진 이 드라마는 초반, 중반, 후반의 구성. 초반에는 마녀같은 상사가 어리버리 사원을 괴롭히는듯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덕분에 처음에는 일본 특유의 무미건조한 코미디인가 하며 보다가  갈수록 '마녀의 얼굴을 한 어미새의 아기새 훈육기'라는 걸 깨닫고는 마지막 회까지 빠짐없이 챙겨봄. 여주인공이 조금씩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고 있으면, 괜히 나도 어미새가 된 것마냥 뿌듯하고 그렇단 말이지.






삶의 의욕도 일상의 즐거움도 전혀 없이 지내던 평범한 사무원, 일드에 흔히 등장하는 OL이 주인공.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도도하고 까칠한 마녀로 소문난 무서운 상사가 특이한 제의를 한다. "내가 너의 볼품없는 도시락을 먹을테니 너는 내가 점심을 먹는 곳에 가거라"하는 황당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제안. 얼떨결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주인공의 식단이 바뀌고, 일상이 바뀌고, 인생도 바뀌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항상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과 주인공을 각성시키기 위해 마녀상사가 만나게 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마지막에 가서는 그녀가 직접 업무적인 부분을 가르치는데 그마저도 음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길을 짚어준다. 보면 볼수록 이 마녀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드라마 '런치의 앗코짱'.







중반에 중요한 역할로 등장하게 되는 포토푀가 이 드라마의 주제와 분위기를 상징한다. 조미료 하나없이 맛있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담백하고 몸에 좋은, 따뜻한 음식. 그 포토푀를 먹으면 나도 그 음식마냥 자연스럽고 다정한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먹어보고 싶어서 레시피를 봤더니 생각보다 준비물이 많았다. 그래서 간단하게 닭가슴살이랑 양파, 당근, 브로콜리에 소금간만 조금 해서 푹 삶아 먹어봤는데 그것만으로도 생각보다 맛있어서 기분좋은 경험도 해보고.





런치의 앗코짱 오프닝영상. 이런걸 경음악이라고 하던가. 들을 때마다 좋더라.


잔잔하고 소소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꽤나 극적인 전개와 재미난 장치들이 많아서 지루한 지 모르고 보게 된다. 매 회마다 등장하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도 좋았고. 마지막 7회까지 보면서 마음에 남는 대사들이 꽤 있는데 '삶을 바꾸려면 먹는 것부터 바꿔라' 라던가 '먹는 것은 사는 것이다'같은 말들도 좋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그것뿐.


결단력이 없는 성격이 되어가고 있는건지 원래부터 그런 성격이었는 지 모르겠지만, 꼭 그 도도까칠 마녀가 나한테 하는 말같아서 가슴에 콕 박혔다.


어떻게보면 사회초년생에게 보내는 멘토링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지. 동시에 맛있는 음식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유되는 맛도 있고. '나도 저 시기에 저런 멘토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마음을 애써 '나도 저 도도까칠마녀처럼 멋진 사람이 되야지'로 다잡아 본다. 맛난 음식을 멋진 사람들과 기분좋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바램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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