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제목 앞에 '드라마'를 붙인 이유, 영화가 따로 있어서다. 이쿠타 토마 주연의 '예고범'이라는 영화가 개봉하는데 그 스토리를 이어받아서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어디에서? 믿고보는 wowow에서. 우리나라도 어느샌가 공중파보다 tvn이나 ocn같은 케이블채널의 드라마가 더 재밌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도 비슷한 현상이 몇 년전부터 생기는 것같다. 그 나라의 방송국 체계같은 걸 몰라서 와우와우를 케이블로 봐도 되는 지 모르겠다만, 아무튼 참신한 소재에 신박한 구성, 화려한 배우들까지. 이 방송국에서 방영되는 드라마는 내 기준에서 전부 재밌다.
'예고범'이라는 영화가 개봉할 꺼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제목만 듣고도 흥미로웠다. '어라? 영화마케팅을 이런 식으로 하나?'싶어서. 드라마가 성공하면 그걸 '드라마에서 이어진 영화'로 극장판을 만들어 개봉하는 경우는 일본드라마 보면서 자주 봐왔으나, 이건 '영화에서 이어진 드라마'라는 역발상인데다가 영화가 개봉하기도 전에 방영이 된다. 그런데 스토리는 영화의 결말 그 이후 시점으로 읊어나간다. 신선해. 중심인물은 바뀌었지만 그들을 쫓는 토다 에리카와 경찰관계자들은 모두 동일인물인 것도 자연스럽게 연결시켰더라.
3화까지 봐서 아직 결말은 알 수 없지만 대략적인 초반부 줄거리는 이러하다. 죄값을 치루어야 하는 사람임에도 뻔뻔히 살아가는 누군가를, 법의 심판을 받지 않은 누군가를, 인터넷방송을 통해 대중이 심판한다. 현대식 인민재판이라고 해도 되겠다. 원고와 피고를 선택해서 이 재판을 주최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고, 그 주인공들을 추적하는 형사인지 뭔지 모를 경찰관계자의 리더가 토다 에리카. 그리고 심판의 권리를 가진 대중은 신문지를 뒤집어쓴 주인공의 사건개요와 증거자료들을 보며 판결을 내린다. 처음 이 재판의 피고가 되었다가 주인공 무리에 합류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유죄를 선고받게 되고, 각각 신상정보가 공개된다던가 계좌잔액이 빠져나간다던가 하는 '죄값'을 치루게 되는.
초반부에는 이렇게 주인공들이 누군가를 심판대에 세워 대중의 재판을 받게 하는 과정들만 보여줬는데, 저번주부터 급 반전을 선사하면서 주인공들의 진짜 이야기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편견과 오해의 무서움을 느끼게 만드는 전개가 확확 진행되는 걸 보며 처음에 영화 홍보용 드라마라고 생각했던 게 얼마나 큰 착각인지 확실히 깨달았지.
누구나 한 번쯤 상상은 해볼 수 있겠지만, 그걸 이런식으로 구성해서 전개해나가는 능력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배우들의 연기는 워낙 보장하는 와우와우 드라마라는 걸 알면서도 이 드라마에서의 히가시야마 노리유키는 정말 깜짝 놀랐다. 그냥 쟈니즈 고참선배라거나, 코믹한 배역에 어울리는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서 정말 진중하고 멋있게 나온다. 키리타니 켄타는 순진무구한 정의감을 표현하고, 히가시야마 노리유키는 현실적이고 냉담한 정의감을 표현하는데, 둘 다 아주 그냥 연기가!!
와우와우 드라마답게 화면도 영화마냥 예뻐서 토다 에리카도, 이치카와 미카코도 지금껏 본 영상중에 이 드라마에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할만큼 매력적인 비주얼을 보여준다. 믿음직한 연기력과 함께. 아마도 4회부터는 주인공들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질텐데, 그러면 지금까지 나왔던 연기보다 더 진한 뭔가가 나올 것같아서 마구 기대중.
영화와 드라마 모두 통틀어서 '예고범'이라는 제목의 이야기는 신분을 숨긴 누군가가 중심이 되어 죄를 지었음에도 법망을 빠져나갔거나 보호받은 사람을 대중이 단죄한다는 발상에서 시작되는 건 줄 알았다. 우리의 홍길동처럼 목적은 정의롭더라도 그것을 이루는 방법이 위법이라는 아이러니가 주는 느낌이 참 씁쓸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그랬는데. 영화는 모르겠다만 드라마는 법의 불완전함과 원죄의 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영화의 스토리장치를 초반부에 이용한다. 똑똑해.. 드라마가 주는 진지함과 흡입력에 푹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느끼는 또 하나의 감정. 보고싶다, 영화 '예고범'도. 국내개봉을 해다오. 배급사들이여, 일을 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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