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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탐정의 탐정, 探偵の探偵

이번 분기에 방송될 일드 목록을 쭉 보면서 정말 볼만한 드라마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한 편 한 편 보다보니 그렇지도 않다. '리스크의 신'이랑 '형사 7인'에 이어 '탐정의 탐정'도 기대 이상으로 재미남.


키타가와 케이코가 연기 못하는 건 워낙에 익숙해져서 처음부터 기대가 전혀 없었고, 제목에서 2번이나 강조되는 탐정이라는 솔깃한 소재와 든든한 조연들에 끌려서 2회까지 봤다. 긴가민가했던 1회를 보고나니 이건 그냥 쭉 봐도 되겠다 싶더라고. 물론, 역시나 키타가와 케이코의 표정연기를 볼 때마다 코미디가 되어버린다는 함정은 있지만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대본과 연기잘하는 다른 배우들덕에 그럭저럭 넘길만하다.



주인공의 여동생은 5년 전, 스토커에게 쫓겨 다니다 결국 살해당했고 범인도 불에 타서 죽었다. 죽은 범인이 가지고 있던 소지품 중에 탐정이 제출한, 여동생에 관한 보고서를 발견하고 분노한 여주인공은 스토커에게 여주인공의 신상을 알려준 탐정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도 탐정이 되었는데, 이름도 독특한 대탐정. 큰 大자 아니고 대할 對. 탐정을 추적하는 탐정. 


드라마는 여주인공이 찾고 있는, 불타 죽었다는 '스토커에게 동생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탐정이 누구였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고작 2회만에 의심되는 인물이 두 명이나 등장했고, 두 인물의 캐릭터 모두 존재감이 묵직해서 주인공을 맡은 키타가와 케이코보다 오히려 그 두 사람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더 좋다.





아라타. 언젠가부터 이우라 아라타라고 풀네임이 뜨던데, 아직도 영화 '핑퐁' 때의 그를 기억하는지라 그냥 아라타,라고 부르게 된다. 언제나 묘한 인상으로 깊은 연기를 하는 배우. 


'탐정의 탐정'에서는 여주인공이 수업한 탐정학원의 원장이자 현재 근무하고 있는 탐정회사의 사장님으로 등장한다. 어느 탐정의 과오로 인해 여동생을 잃은, 탐정에 대한 분노심으로 가득 찬 여주인공을 든든히 지켜주는 인물처럼 그려지면서도, 사실은 이 사람이 그 탐정이 아니었을까하는 의문을 이야기 여기저기에 심어둔다. 


역시, 아라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오묘한 캐릭터가 어울린다고 또 한 번 느꼈다. 





또 한 명의 거대한 존재감을 가진 인물로 유스케 산타마리아가 등장한다. 악덕과 사기를 대표하는, 나쁘지만 잘나가는 거물 탐정으로. 


앞 분기에 '아르제논에게 꽃다발을'이 리메이크 되었었는데, 주연배우의 이름을 듣자마자 코웃음과 분노가 동시에 오더라. 그걸 꾹꾹 참고 1회를 어떻게든 끝까지 보려했으나 실패함. 그 명작을 그렇게 만들어버리다니.. 오래 전 그 드라마를 안봤더라면 유스케 산타마리아라는 아저씨를 그저 코믹한 성격의 조연 배우로 기억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배우에 대한 호감탓에 비열한 캐릭터마저도 믿고 싶어지나보다. 야비하고 나쁜 놈인 것 같지만, 알고보면~ 사실은~ 하면서 반전으로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아라타가 진짜 악역, 과거사건의 그 탐정이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둘이 쿵짝쿵짝 해서 함께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네.





일본에는 배우 2세가 제법 많은데, 그 중에서도 2세라는 타이틀을 가장 무겁게 느끼지 않을까 싶은 미우라 타카히로가 형사를 연기한다. 연기는 그냥저냥 무난함. 캐릭터도 아직까지는 그냥 어느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그런 형사. 다음 회차 즈음에는 주인공이랑 제대로 연결되기 시작하려나?







요즘 핫하다는 카와구치 하루나. 확실히 예쁘긴 예쁘다. 키타가와 케이코랑 다른 느낌으로 예뻐서 눈이 즐겁기도 했다. 아리따운 여배우가 두 명이나 계속해서 화면에 비춰지는데, 내용은 묵직한데다가 액션도 주기적으로 나와서 지루할 틈이 없다.





2회를 끝내면서 던져진 과거 사건의 새로운 사실. 덕분에 더 흥미진진해졌는데, 이 사람이 과연 위의 두 거물 탐정 중에 누구와 연관되어 있는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가 앞으로의 줄거리가 될 듯. 어찌보면 '탐정의 탐정'에서 진짜 주인공은 그 두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비중이 크다. 그 이야기를 끌고가는 여주인공이 아주 조금만 더, 화내고 울고 분노하는 딱 3가지 표정이 조금만 더 자연스러웠다면 진짜 재밌게 볼 수 있었을 것같은데. 못내 아쉬움.


그래도 액션장면에서는 몇 번 놀랐다. 예쁜 얼굴로 예쁜 역할만 맡는다고 생각했던 편견을 깨트릴만큼 열심히 몸을 던지더라고. 막 때리고 싸우고 그런 장면 좋아하지 않는데도 키타가와 케이코가 몸을 날리는 몇 장면에서는 진심으로 멋지다고 느낌. 그 열의로 아라타랑 유스케 산타마리아한테 연기도 좀 배우면 얼마나 좋을꼬. 부디 그녀의 표정연기가 앞으로 조금만 더 자연스러워지길. 그래서 갈수록 재밌을 것 같은 이 드라마에 제대로 몰입할 수 있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