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매매. 살면서 이 단어를 입 밖에 내뱉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한 번이라도 떠올려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누군가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 끔찍하고 잔인한 단어를 되뇌고, 어쩌면 간절히 바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적어도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은 나도 그런 간절하고 절박한 사람들의 마음을 1%정도는 헤아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wowow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죽음의 장기 死の臓器를 보는 동안만큼은.
한 구의 시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 시신을 발견한 취재원과 형사, 그리고 미심쩍은 부분을 가진 한 명의 의사에게로 향한다. 이 빨간 코트의 여성은 누구이며 누구에 의해, 왜 죽어야 했는가. 의사는 이 여인과 관계가 있는가 없는가. 취재원과 형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유기된 사체에 대해 추적하고 수사하며 불가피하게 서로 연결된다. 그리고 두 사람의 화살은 의사에게로 향한다.
적대적인 관계의 전형으로 종종 등장하는 취재원과 형사로 두 인물을 설정하고, 그 적대적이어야 할 두 사람이 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협력하게 되는 전개가 영리하다. 덕분에 보는 이도 더더욱 이 사람들의 기분에 동조되어서, 알고 싶어진다. 저 여자에 대해, 그리고 뒤이어 등장하는 장기이식, 장기매매, 미심쩍은 의사에 대해서.
어쩌면 주인공은 빨간 코트를 입은 정체불명의 시신도 아니고, 취재원과 형사도 아니고, 바로 이 사람. 자신의 환자를 위해 장기를 매입하는 의사. 장기매입을 시도하는 듯한 뉘앙스의 장면과 장기매매를 강력히 부정하는 모습들이 함께 등장한 2회 분의 전개로는 아직 명확한 실체를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전자에 해당하는 게 맞지 싶다. 그래야 이야기도 풀려나갈테고.
보면 볼수록 헷갈린다. 분명 이 의사의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헤친, 의사의 윤리에도 크게 어긋나는 범법행위인데, 조금씩 마음이 움직인다. 처음에는 취재원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비판하던 마음이 서서히 장기이식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으로 옮겨간다.
분명 옳지 못한, 결코 행해져서는 안될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내가, 나의 가족이, 정말 소중한 누군가가 당장 이식을 받지 못하면 죽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면 어떨까.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도너를 막연하게 기다리던 순간에 주치의가 장기를 매입하겠다고 한다면? 그러면 나는 그 주치의를 비판할 것인가, 아니면 그에게 감사할 것인가.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나쁜 지 알고 있음에도, 좀처럼 확실히 단언할 수 없다. 아마도 이 드라마, 죽음의 장기를 보는 내내 그러할 것이고 그래서 더 엔딩까지의 전개가 기대된다. 빨리 결말을 알고 싶어진다. 이 흐릿한 경계의 도덕성을, 절박한 이들의 사연을, 어떻게 결론지을 수 있을까?
집요하게 사건을 쫓는 취재원으로 코이즈미 코타로, 마찬가지로 사건을 제대로 파헤치고 싶지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형사로 토요하라 코스케,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핵심인물인 장기매매 혐의를 의심받고 있는 의사로 타케다 테츠야. 세 사람이 연기하는데 흔히들 말하는 '연기합'이라는 게 이런거구나 싶다. 각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단독 장면에서도 다들 훌륭한 배우지만, 특정 상황에서 대사를 주고 받는 장면에서는 불꽃이 튄다. 극의 분위기 자체가 워낙 묵직한 미스테리 느낌인 영향도 있겠고, 워낙 자기 견해를 뚜렷하게 가지고 각 이념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설정되어 있기 때문인 것도 같다.
두 인물이 각자의 의견을 마구 토해내는 걸 보고 있노라면 내 안의 서로 다른 윤리관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는듯한 기분이 된다. 특히 2회에서 의사와 취재원의 꽤 길었던 대립장면은 압권이다.
죽음의 장기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드라마가 마지막 회를 보여줄 때, 나는 과연 어느 인물의 관점에 서있게 될까. 지금같아서는 그 어느 쪽으로도 쉽사리 옳다거나, 맞다거나 말할 자신이 없다. 이미 어떤 형식으로든 결말이 나와 있을 이야기의 끝을 보면, 조금은 마음을 정할 수 있게 될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젠 말하기도 입 아픈, 믿고 보는 wowow에서 또 한 편의 수작이 나왔다. 그저 웃고 울고 연애하고 살아가는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 빨려들어가듯 보다가 끝이나면 생각하게 만드는 주제를 가진, 묵직하고 진지한 드라마.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소설가 타카하시 유키하루의 필명 아사노 료의 이름으로 출판된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왓에버웍스 Whatever Works (0) | 2015.08.09 |
---|---|
푸른불꽃 (0) | 2015.08.09 |
나폴레옹의 마을, ナポレオンの村 (0) | 2015.07.29 |
사랑하는 사이, koinaka (0) | 2015.07.29 |
에이지 해러스먼트, エイジハラスメント (0) | 2015.07.20 |
탐정의 탐정, 探偵の探偵 (0) | 2015.07.20 |
오 나의 귀신님 (4) | 2015.07.18 |
형사7인, 刑事7人 (0) | 2015.07.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