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TORY

에이지 해러스먼트, エイジハラスメント

새로 부임한 남자 선생님을 짝사랑하던 날선 사춘기 소녀, 바라지 않던 공고에 입학해서 힘겹게 적응해가던 여고생, 똑같은 얼굴과 발목의 문신을 가지고 있지만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또 다른 나와의 인생바꾸기, 어릴적에 헤어진 아빠를 찾아 상경한 용감무쌍 천방지축 딸래미, 시커먼 커튼같은 걸 둘러매고 다니는 날씨천재. 타케이 에미의 화려한 드라마 필모 중 일부다.


외에도 배타고 다니는 간호사로도 나왔고, 법의학자도 연기했었고, 아야노 고랑 이건뭐지 싶었던 드라마도 찍었었고. 아무튼 정말 단기간에 엄청난 수의 드라마에 출연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여주인공. 아, '소중한 것은 모두 네가 가르쳐줬어'에서는 여주인공이 아니었나? 헷갈리지만 비중만큼은 등장인물 중에 가장 큰 중요한 역할이었다. 이만큼 화려한 필모를 자랑하는 그녀이건만, 정작 히트작이 없다.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심각하고 어둡고 우중충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역할들이 많았고, 문제점을 파악했는지 쾌활 발랄한 역할도 한 편씩 찍더라만 왜인지 좀처럼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기현상이 지속되더라고. 사실 나는 타케이 에미가 출연했던 일드를 전부 재밌게 봐서 더 답답하고 안타깝기도 했다. 얼굴도 예쁘고, 또래 배우 중에는 연기도 제법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도대체 왜 드라마는 하나같이 폭망 또는 무관심의 대상이 되버리는 건지.


반응이 어떻든 매 년 한 두 편의 드라마는 꼭 출연하는 타케이 에미가 이번 3분기에는 제법 인기있을 법한 드라마를 만났다. '에이지 헤러스먼트'  대략의 줄거리와 극의 분위기가 단 두 장의 캡쳐로 설명된다.



불끈 쥔 주먹.




바락바락 다다다다 속사포 대사를 쏟아내는 여주인공과 당황하는 주변인물들.


각본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라는데, 이번 분기에 방영하고 있는 '하나사키 마이가 가만두지 않아'던가? 안 주연의 드라마와 비슷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정작 그 드라마는 시즌1도 안봐서 별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지만. 오로지 타케이 에미가 나와서 보기 시작한 이 드라마에는 벌써 빠져버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 총무부에 입사한 신입사원. 열의에 가득 차 있는 그녀이지만 온갖 차별과 불합리한 일들이 가득한 직장생활로 곤혹을 치르게 되는데... 이전 출연작들 같았다면 불쌍한 히로인이 되어 울먹이거나 무시하고 침묵했을 타케이 에미가, 이번에는 화를 낸다! 썽질을 양껏 부린다! 드디어 마음에 쏙 드는 캐릭터를 보여주니 아주 그냥 십년 묵은 체증이 확 가라앉음. 


이런 분위기의 드라마가 익숙하다 싶어서 떠올려봤다. 가장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게 '닥터X', 그리고 '퍼스트 클래스'  끊임없이 밀려드는 온갖 장애물을 당찬 여주인공이 꿋꿋하게 이겨내는, 그리고 가뿐하게 격파해버리는 이야기. 메인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아주 못살게 굴면서 그 역할을 맡은 여배우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 특히나 '에이지 해러스먼트'의 엔딩부분은 정말이지 통쾌하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번역되려나? 상사와 동료를 넘어 생뚱맞은 같은 회사 직원의 와이프까지 여주인공을 괴롭히지만, 당황하는 것도 잠시, 부들부들 하며 주먹을 불끈,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정의로운 대사들을 콸콸콸 쏟아내신다. 타케이 에미의 그 개운한 모습이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내 과거 회사생활과 드라마 속의 모습들이 겹쳐보여 몰입을 했던건지 모르겠지만, 박수치면서 봤다. 완전 좋아. 




타케이 에미가 드디어! 매력터지는 역할을 맡아 매우 기쁜 걸 보면, 어느샌가 팬이 되었나 보다. 진정 흡족함.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또 시청률은 안나오고 아무 도움 안되는 나만 재미나게 보다가 드라마가 끝나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된다. 대충봐도 '하나사키 마이' 어쩌구 하는 안 주연의 드라마랑 비슷한 요소가 많은 것 같은데. 그 드라마도 아마 회사를 배경으로 여주인공이 종횡무진 활약하는 내용의 소설원작이고, 원작 소설가는 전설의 '한자와 나오키'를 썼던 사람이며 여주인공을 맡은 안은 일본에서 호감도가 꽤 높단 말이지. 전편의 시청률이 좋았으니 시즌2를 내놨을테고. 


현실에서는 그러한 걱정을 하면서, 드라마를 보면서는 여주인공이 철썩같이 믿고 따르는 부장이 조만간 그녀를 얼마나 무섭게 옭아맬까 하며 기대반 걱정반이다. 1회는 보지도 못하고 2회 한 편만 봤는데도, 꽤나 빠져버렸음. 




아아, 이렇게 예쁜 애가 이렇게 통쾌한 역할을 맡았는데, 부디 일본의 시청자들이 나랑 같은 심정으로 좀 챙겨봐줬으면 좋겠다. 올라라 시청률!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불꽃  (0) 2015.08.09
나폴레옹의 마을, ナポレオンの村  (0) 2015.07.29
사랑하는 사이, koinaka  (0) 2015.07.29
죽음의 장기, 死の臓器  (0) 2015.07.29
탐정의 탐정, 探偵の探偵  (0) 2015.07.20
오 나의 귀신님  (4) 2015.07.18
형사7인, 刑事7人  (0) 2015.07.18
리스크의 신, リスクの神様  (0) 201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