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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사랑하는 사이, koinaka

오랜만에 상큼한 일드가 한 편 나왔나 싶어서 살짝 기대했던 드라마, 코이나카. 원제는 恋仲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랑하는 사이'라고 번역했더라. 확실히 달리 표현할 한국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어감이 다르고 이상해. 初愛 하츠코이라고 읽히는 이 단어를 '첫사랑'이라고 번역한 걸 봤을 때랑 비슷한 느낌. 뭐, 골똘히 생각해봐도 다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마찬가지다.


후쿠시 소타와 혼다 츠바사. 요즘 일본에서 가장 핫하다는 두 청춘 남녀가 주인공이라고도 하고, 전형적인 러브스토리라고도 하고, 기대는 되지 않아도 흥미는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꼭 봐야겠다 싶었던 이유는 한 장의 포스터 사진.



포토그래퍼가 누구였는 지 몰라도, 사진 정말 잘 찍었다. 이 두 청춘 배우가 얼마나 연기를 못하는 지 잘 알고 있음에도, 드라마를 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더라고. 이미지의 힘이란.


첫 회를 보고나서의 감상. 혹시나는 없고 역시나가 남았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이라는 말이 있던가? 드라마 '사랑하는 사이'의 두 남녀 주인공은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연기를 한다. 3D가 아니라 2D를 보는 기분. 딱히 연기력이 필요한 역할도 아니었지만.


내용은 어떤가. 1시간짜리 영화로도 충분한, 이미 다른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만화에서도 주구장창 등장했던 소재, 캐릭터, 전개, 분위기. 좋게 말하자면 그만큼 친숙하고 친근한 느낌은 든다. 신선함이 없는 만큼 불편함도 없달까. 특히 나가사와 마사미와 야마시타 토모히사가 나왔던 일드 '프로포즈 대작전'이랑 유사한 부분이 많다. 어리버리한 남주가 다시 만난 첫사랑, 그녀는 결혼식 직전. 과연 이 두 사람은 사랑할 수 있을까 없을까, 라는 메인 줄거리가 거의 동일하다. 10여년 전의 그 드라마의 줄거리를 가져와서 2015년 판으로 세련되고 예쁘게 다듬은 느낌. 물론 그 외에도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서 정말 자주 등장했다. 첫 회만 보고도 드라마 한 편을 다 본 것같은 기분이 될 정도로.




감독이 지향하는 이 드라마의 분위기를 단번에 알 수 있는 한 장면. T.H.E. 靑.春.


줄거리도 배우들의 연기도 시시한 이 드라마를 그래도 계속 보고 싶어진 이유 또한, 처음 이 드라마를 보고 싶다고 느낀 이유와 비슷하다. 영상미가 영화 뺨치게 예쁘다.





실제로는 기온도 습도도 잔혹하게 높은 섬나라 일본인데, 어쩜 영상으로는 이토록 청량할 수 있는걸까. 한 시간 내도록 주인공들의 뒤로 비쳐지는 영상에 시선을 뺏겼고, 감탄했다. 마치 영상이 아니라 사진집을 보는 것 같은. 아니, 드라마가 아니라 사진집이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을만큼 홀렸다. 그만큼 연기는 볼품없고 화면 속 영상은 아름답다. 주인공들이 알콩달콩 첫사랑의 기억을 만든 고향 동네의 경치도 멋지고, 현재 시점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의 집이랑 사무실도 시선을 뺏는다.


그리고 연기력과는 별개로 확실히 20대 청춘배우들이 교복을 입고 새파란 시절의 파릇한 모습을 보여주는 화면은 상큼하더라. 정말, 두 사람을 모델로 그냥 사진집을 만들어줬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이러다 내가 만들어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10회까지 진행될 아주 뻔한 스토리를 단번에 요약해서 보여준 장면. 역시나 동화마냥 예쁜 영상미. 이런 첫사랑을 소재로 한 일본의 러브스토리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불꽃놀이와 첫 뽀뽀. 응, 확실히 애틋하고 상큼한 이미지는 좋다.


첫 회는 회상씬이 워낙 많아서 시골마을의 경치가 주로 펼쳐졌는데 앞으로는 현실의 도쿄로 주 배경이 옮겨질테고, 그러면 또 다른 볼거리가 생길 것 같은 예감이다. 남주인공의 근무처가 건축사무소라는 점도 그렇고, 1회에서 살짝 보인 남주의 집이 내 취향을 저격한 세트의 모습이었으니까. 배우들이 연기를 좀 못하면 어떤가싶기도 하다. 어차피 그냥저냥 안봐도 훤한 내용이니 그저 '예쁘다'를 외치며 멋진 배경과 예쁜 인테리어를 담아내는 뽀샤시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정녕 '오렌지 데이즈'같은 상큼한 드라마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걸까? 아니면, 지금의 나는 그 드라마를 보던 시절의 나와 달라서, 더는 청춘의 느낌을 회복하지 못하는 걸까? 어느쪽이든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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