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한 블랙스완은 이러쿵저러쿵 말할필요도 없이, 런닝타임 내도록 내 입이 쩌~억 벌어지게끔 쫀득하게 잘 만든 영화였다.
아직도 발레복입은 나탈리 포트만이 떠오르면서 닭살이 돋는다니. 도대체 이런걸 만들어내는 감독이나, 연기해내는 배우들은 뭘먹고 사는 생명체일까. 잘 만든 영화를 보고나면 경의감섞인 질투가 생긴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새로움, 소름끼침. 마지막으로 이런 짜릿함을 느꼈던 영화는 뭐였더라? 되뇌어보게 되었다. 이 영화, 블랙스완덕분에.
우리나라에는 바람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The Messages. 그저 차이나드레스입은 예쁜 배우들과 중후한 분위기의 영화배경이 예뻐보여서 선택한 영화였는데, 역시 영화도 책도 아무런 기대없이 봐야 제대로 몰입해서 볼 수 있는걸까?
초반부에는 '이거이거, 독립전사가 등장하는 전기소설같은 내용이면 곤란한데'싶다가, 중반부에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냐, 유령은 누구냐'하고 조금씩 몰입이 된다. 마지막이 다소 뻔하고, 조금 유치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코끝이 따끔따끔하다가 울어버렸다. 이런 이야기, 더이상 감동을 줄만한 스토리는 못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그 아픈 역사의 상처가 내 핏속 어딘가에도 흐르고 있는걸까.
경악할만한 반전도 아니고, 블랙스완처럼 적나라한 심리묘사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래도 보고나면 다시 보고싶어질만큼의 매력이 있는 영화. 참, 중화권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닌데, 진링의 13소녀로 번역된 The Flowers of War도 이 영화만큼이나 좋았다. 강추!
우리나라에도 할로윈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 몽땅 모아 저 가면쓰고 청와대앞을 점령하고 싶다. 2014년 대한민국을 살고있는 지금에와서 브이 포 벤데타가 이렇게 와닿는다니. 역사는 반복된다.. 인건가. 젠장! 왜 하필 우리나라에서 반복되냐고!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답게, 매트릭스와 참 많이 겹친다,고 사람들이 그러더군. 난 매트릭스를 안봐서 더 감동스럽게 이 영화를 봤을지도. 조지오웰의 1984니 뭐니 그런 어려운 이야기는 집어치우자. 지금은, '부럽다'는 그 한마디면 충분하지 않은가. 처음 봤을때는 그 발상이 독특하고 내용이 신기해서, 만화에 나오는 100톤짜리 망치로 뒷통수를 텅~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그게 다였다. 지금은? 영화를 보는게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것같다. '2014년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다큐, 하지만 현실에서 브이는... 없네.
마지막도 물론 좋았지만, 브이가 방송하고 딱 1년이 지난 그 날, 사람들이 브이의 가면을 쓰고 저벅저벅 거리를 꽉 채우며 걸어가는 그 장면에서는 내 심장이 두근,두근,했었다.
어찌 이 영화를 빼놓으리. 개봉당시 우리나라는 물론 저~ 바다건너 칸까지 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영화, 올드보이. 참 잔인하고 참 폭력적이지만 참 슬픈 올드보이. 슬픔이 과하면 짜증이 나곤하는데, 이 영화보고서는 꽤 오래 그 짜증이 남아있었다. 일본만화가 원작이라고 들었는데, 그 만화도 이런 결말이라면 정말 그 만화가는 몹쓸 사람이다. 그리고, 대단한 사람. 내가 박찬욱감독이었다면, 카메라 너머로 배우들이 연기하는 그 한 장면 한 장면을 보면서 우웩하고 여러번 토하다 실신했을지도. 내가 최민식이고 강혜정이고 유지태였다면 이 영화이후로 다신 작품활동 못했을런지도. 역시 경외감과 동시에 샘이 난다.
지금와서 다시보면 한번쯤 예상해볼만한 결말이지 않을까하는 오만함이 살짝 들지만, 그래도 반전영화라고 하면 식스센스 다음에 올드보이가 떠오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최소한 다섯번은 깜짝깜짝 놀라며 오싹해지는 영화. 마지막에는 경악스럽고 혐오스럽다가 결국 모두가 불쌍해서 울어버리는 해괴한 영화.
접속에서도 전도연은 충분히 주목받았지만, 그래도 역시 전도연을 진가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는 해피엔드가 아니었을까. 용감한 베드신만으로 사람들은 놀랐다. 그토록 일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그려놓고 그토록 파격적인 여자를 만들어낸 스토리에 경악했다. 그 경악스러운 캐릭터를 전도연은 참 담담하게 연기하더라.
어쩌면 진짜 주인공은 전도연이 아니라 최민식일지도 모른다. 영화가 끝났을 때의 그 얼얼한 허탈감은 바람난 아내때문이 아니라 불쌍한 남편때문이었으니까. 불쾌했지만, 이런 느낌을 주는 영화가 또다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싶을만큼 신선했다. 당시에는.ㅎ
내가 닥치는대로 영화를 보기 시작한건 대학입학 거의 직후부터였다. 그 때 한창 드나들던 DVD보는 곳이 있었는데, 그 곳에 이 영화가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DVD가 아니라 포스터가. 흑백의 낡은 포스터속에서 그림처럼 아름다운-예쁜게 아니라 아름다운!- 여자가 날 쳐다보고 있었다.
제목그대로 gloomy한 그 포스터의 분위기때문에 그 영화를 집어들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지금생각해도 왜 그랬을까싶을만큼 유난히도 보고싶지 않았다. 왠지 이 영화를 보면 우중충한 기분이 되어버릴 것같은 기분이 들었던거겠지. 그렇게 2년이 지나고 그 곳에 있는 내 취향의 DVD들을 모두 섭렵하고나서야 글루미선데이를 골랐다. 불안한 마음을 꾸~욱 눌러가면서.
다른 영화들도 그렇지만, 글루미선데이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몇 날 밤을 지새울만큼 할 말많은 영화다. 불쌍한 유대인들 - 지금은 팔레스타인공격문제로 아무래도 좋게 보이지 않지만, 2차세계대전 즈음 그 들이 히틀러에게 당한 내용들을 보면 아무래도 마음이..근데 자신들도 그렇게 아팠으면서 똑같은 아픔을 다른 누군가에게 그대로 반복하는 것같아 씁쓸하기도 하고..- 여신같은 여주인공, 배경이 되는 그 레스토랑에, 무엇보다도 그! 문제의 그! ost까지말이다. 추리고 추려서 결론만 말하자면, 마지막 부분의 후련함이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독특한 영화도 많고, 깜놀하게 만드는 반전영화도 많지만, 아직까지 이 영화만큼 속이 후련한 영화는 없었다.
레스토랑 나뭇바닥에 그 할머니의 진주구슬이 차르르~하며 쏟아지는 순간도, 여전히 아름다운 여주인공과 대를 이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그 아들이 샴페인잔을 차랑하며 건배하는 순간에도. 흔히들 말하는 10년묵은 체증이 확 풀린다는 말을 실감할만큼 통쾌했었지.
이터널선샤인, 나비효과, 큐브시리즈, 스왈로우테일 버터플라이 등등 정말 "와아..."스러운 영화들은 많지만, 다양한 의미에서 날 소름돋게 만들었던 영화들중 최고를 뽑으라면 위의 다섯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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