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의 전문직여성, 골드미스 여주인공들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이 신조어(?) 골드미스. 20대중반을 넘어서자마자 만나는 사람마다 “결혼해야겠네~”하고, 새해가 오면 ‘올 해는 또 누가 결혼하나?’ 확인해보게 되더라. 갓 스무살때는 이 정도 나이가 되면 근사한 내 집이 있고, 차도 있고, 연봉도 어마어마하고, 당연히! 애인도 있을 줄 알았건만…

드라마 속 골드미스들은 전문직여성의 빵빵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연애를 못하거나 하더라도 이리저리 꼬이는 건 나랑 비슷하지만 :) 드라마 방영연도순으로 아예 연대기를 뽑아볼까했으나, 귀찮으니 순서는 드라마제목으로 가나다순!

결혼못하는남자 – 내과의사 (엄정화)

일드를 리메이크한 국내 드라마중 꽤 괜찮게 기억하는 작품. 도대체 어떤 배우가 아베 히로시의 그 독특한 존재감을 대신할 수 있을까했는데, 지진희의 변신은 정말이지 흡족했다. 원작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연출한 감독님과 작가님도 존경스러웠고.

엄정화, 라고 하면 왠지 화려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 작품 속의 캐릭터는 달랐지. 동네 병원에 가면 실제로 있을 것만같은 친숙한 의사선생님. 이모같고 고모같은, 우스개소리를 천연덕스럽게 늘어놓으며 능숙능란하게 진료를 휘리릭~ 끝내고 싱긋 웃을 것같은 그런 의사선생님. 실력좋고 성격까지 좋은 진짜 알짜배기 골드미스 닥터?

 

 

결혼하고 싶은 여자 – 방송국 보도기자 (명세빈)

방송국을 배경으로 하는 한국 드라마는 많지 않은 편인데.. 그 중에서도 비교적 덜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이걸 1회였나 2회까지만 보고 스쳐보냈었지. 보도기자라는 직업보다는 복잡해진 여주인공의 연애사에 더 초점이 맞춰져있었던. 그래도 중간중간 직장에서 이리 깨지고 저리 깨지는 모습은, 지금이라면 마구 공감할 수 있을 것같다.

 

 

내 이름은 김삼순 – 파티쉐 (김선아)

이제 진짜 옛날 드라마가 되버린 삼순이. 나의 사랑 너의 사랑 삼순이. 예쁘지 않은, 어리지도 않은, 그런 여주인공을 내세워서 성공한 첫 드라마가 아닐까? 그야말로 센세이션이었는데~ 시간 참 빨라.

사실 캐릭터설정이나 줄거리를 들여다보면 역시나 신데렐라 스토리인데, 여주인공을 김선아에게 맡긴 건 신의 한 수! 게다가 그 찰진 대사들과 가끔 나오던 나레이션은 몇 번을 다시 봐도 “크~!”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 참, 매 회 오프닝마다 예쁜 글자로 보여주던 짤막한 제목들도 좋았다. 다이어리에 적어두고 챙겨봤을만큼.

선아언니, 사랑해요! 김도우작가님, 사랑해요!! 10년, 20년 지나고 할머니가 되도 삼순이는 저의 외장하드에 보관되어 있을꺼예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 – 국선 변호사 (이보영)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라던데, 별 관심이 없어 안보다가 어제 키위와 수박을 안주삼아 빗소리 들으며 소주를 홀짝이다 1회를 봤다. 그리고 2회를 봤다. 그리고 3화를 보고 4화를 보다 잠들었다. 아침에 징징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면서 빨리 4화를 봐야한다고 생각하며 깼다. 이거.. 너무 재밌잖아!

‘내 딸 서영이’를 안봐서인지 다들 국민 호감녀라고 칭찬하는 이보영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존재감없는 여배우였는데 캐릭터덕분인지 단 하루만에 호감도 100% 상승!

만약 강인한 홀어머니 아래 자란 올곧은 성품의 여주인공이었다면 착해보이긴해도 참 매력없었을텐데, 누군가 말했던 ‘살짝 비트는’ 그 캐릭터 설정이 이런거구나하고 느껴지네. 마냥 착하지도, 마냥 못되지도 않은. 이기적인건지 현실적인건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국선변호사가 되면 월 3,400은 번다고 해서요”라는 대사부분에서는 ‘뭐? 3,400은??!! 그게 그렇게 쉽다는거냐!!’싶고, ‘그럼 로펌에 있거나 개인 사무소를 낸 변호사들은 도대체 얼마를 번다는거냐?!’싶어 울컥하기도 했지만.. 부럽기도 하더라.

 

 

더킹투하츠 – 북한 특수부대 교관 (하지원)

여기 있는 직업 중에서 가장 독특한 직업. 실제로도.. 있을까? 특수부대는 있을 것같은데, 여자교관은.. 정말 있다면 이 드라마를 보고 뭐라고 할까? “남조선 가스나들 꿈깨라우!” 이럴지도 모르지.

이 드라마에서는 특수부대 교관, ‘시크릿가든’에서는 스턴트우먼. 하지원이 아주 조금만 더 액션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시영처럼 국가대표로 어느 종목 선수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신사의 품격 – 고등학교 교사 (김하늘)

김하늘은 7급공무원인가 6급공무원인가 그 영화 이후로 줄곧 이런 캐릭터인듯. 아니, “넌 학생이고 난 선생님이야!” 그 드라마부터였나?

‘브라인드’에서는 잠깐 변하나싶더니 결국 다시 ‘너는펫’을 찍고 ‘신사의품격’에서도 대동소이. ‘바이준’을 너무 인상적으로 봐서, ‘피아노’도 정말 눈물콧물 쥐어짜며 봐서 기대 많이 하고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살짝 아쉽다.

그런 개인적인 감정이 섞여서인지 신품에서 여주인공 서이수보다도 프로 골프선수였던 홍세라나 도도함 속에 귀여움을 감추고 있던 박민숙이 훨씬 매력적이었지. 아, 메아리도 깜찍했고.

 

 

신의 – 성형외과 의사 (김희선)

이 드라마도 끝까지 보지는 못했는데, 원래 외과의사였다가 성형외과 의사가 된 김희선의 인물설정을 보여주는 부분은 봤다. 타임슬립하는 부분도 얼핏 봤고. 의사로서의 사명감이라던가하는 감정은 쏙 빠지고 영혼없이 돈만 밝히던 여주인공이 과거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진정한 의사’가 된다는 게 포인트아니었나싶네.

그런데 실제로도 일반 외과의에서 성형외과로 전업하는 사람들.. 많지 않을까?

 

 

연애결혼 – 커플매니저 (김민희)

커플매니저라, 듣기엔 참 그럴싸하다. 짝을 찾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었으나 실제 결혼정보회사의 그 등급표를 보고나니 입이 쩍 벌어지더라. 언제부터 결혼을 위해 집안과 재력과 외모와 나이를 두고 채점을 하게 된건지.

그런 일을 천직으로 여기며 잘~ 살다가 재혼전문 커플매니저가 되면서, 그리고 이혼전문변호사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변해가는 여주인공의 드라마. 난 꽤 재밌게 봤는데 시청률은 그닥 높지 않았던걸로 기억한다.  아쉬워.

 

 

올드미스다이어리 – 성우,라디오 DJ (예지원)

이게 아마 시트콤이었지? 2004년도 방영작이니 이것도 10년전이구나. 소소하게 웃기고 적당히 현실감도 있었던. 영화로도 개봉한걸 보면, 꽤 화제가 되긴 했었던 것같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라디오 DJ로 나오는 예지원과 같은 프로그램의 PD로 나오는 지현우의 밀당, 그리고 김영옥 할머니의 그 찰지다 못해 쫀득거렸던 욕설들.

라디오 방송부스? 거기랑 회의실, 여주인공의 집이 주 배경이었는데 멋지다기보다는 우스꽝스러웠던 느낌이 강하네. 아무래도 시트콤이라 그랬겠지.

 

 

직장의 신 – 슈퍼갑 계약직사원 (김혜수)

‘결못남’과 더불어 성공적인 리메이크작으로 남은 ‘직장의 신’ 이것도 시노하라 료코의 원작을 완전 재밌게봐서 ‘리메이크하지 말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역시나 김혜수! 다른 배우들도 모두 좋았고, 전체적인 줄거리만 가져오고 중간중간 에피들은 참신하고 우리정서에 딱 맞게 바꾼 작가님도 짝짝짝!

의사, 변호사, 선생님, 아나운서 등등 좋은 직업, 멋진 직업 참 많지만 정말 현실적으로 보자면 미스김언니의 직업이 가장 탐난다. 3개월 일하고 떠났다가 3개월 일하고.

신비주의를 표방하던 한 유명가수를 놓고 사람들이 그런 말을 했었거든. “돈 떨어지면 앨범내고 돈 벌면 놀다가 또 돈 떨어지면 앨범내고” 아마 연예계쪽이나 출판관련 쪽은 그런 사람들, 많지 않을까싶은데 솔직히, 멋지잖아? 부럽지않나?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그 일에 몰두하면서 인정도 받고 보람도 느끼고 돈도 많이 벌면야 금상첨화지만,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으니.

그나저나 혜수언니..당신은 너무 아름다워서 출연작을 볼 때마다 앓게 된답니다.

 

 

태양의 여자 – 아나운서 (김지수)

김지수라는 여배우를 보면 떠오르는 두 편의 출연작이 있는데 우선 지금은 한국드라마의 새로운 장르를 창출하고 계신 임성한 작가의 집필작 중 꽤 좋아했던 ‘보고 또 보고’가 떠오르고, 그 다음에 이 드라마 ‘태양의 여자’가 떠오른다.

전작은 워낙 어릴 때 봐서인지 동네 아는 이모같은 친숙한 느낌의 다소 평범한 캐릭터였고, 다른 작품을 봐도 그냥 줄곧 그 이미지였는데 ‘태양의 여자’에서 두 얼굴을 가진 아나운서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모습을 보고 김지수의 진가를 느꼈던. 그래서 상대적으로 당시 신인이었던 이하나가 측은해보이기도 했고.

 

보자..내과의사, 보도기자, 파티셰, 국선 변호사, 특수부대 교관, 선생님, 성형외과의사(그냥 외과의사?), 커플매니저, 성우이자 DJ, 슈퍼갑 파견사원, 아나운서까지. 대부분이 30대 초반으로 설정되어 있던데 과연 나도 그 나이가 되면 저 드라마 속 언니들처럼 어느 정도는 자리를 잡게…될까? 아까도 말했지만 아무래도 가장 끌리는 건 슈퍼갑 파견사원인데, 저렇게 되려면 자격증을 도대체 몇 개를 따야 되는건지. 미스김언니의 깊은 상처따위는 생각 못하고 그저 부러워만 하는 나는 아무래도 슈퍼갑이 되긴 힘들듯. 나도 올드미스말고 골드미스가 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