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보고나면, 흡족함에 기분이 좋다가도 풀이 죽곤한다. 도대체 저 사람들과 나는 뭐가 다른걸까하는 자괴감에.
저토록 탄탄하고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짜내는 시나리오 작가 혹은 감독이 부럽고, 그들이 쓴 텍스트 속 인물에 빙의되듯 연기해내는 배우들이 부럽고, 관객이 직접 보는 듯이 리얼한 화면을 만들어내는 카메라감독이며 여러 스텝들까지. 뭐 꼭 굳이 영화쪽이 아니더라도 부러운 재능의 소유자들은 넘쳐나지만,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이런 부작용이 가끔 나타난다.
안그래도 그렇게 배아플만큼 반짝거리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은 끼를 주체하지 못하나보다. 보란듯이 뚝딱뚝딱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까지 탐하다니. 유명인들인만큼 마케팅이 쉬워서 출판업계가 반기기도 하겠지만, 분명히 그 사람들은 뭔가를 더 가지고 있는 것같다. 끼라고 해야하나 재능이라고 해야하나.. 그 반짝거림이 넘치는 사람들이 써낸 책들.
한창 이미지가 절정으로 좋았던 그 무렵에 출간되었던 책. 그 때만 하더라도 서점가면 꼭 찾아봐야지했는데. 그랬는데..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기로. :(
워낙에 사진찍는 걸 좋아하고 잘찍는다고 소문난 배두나. 아마..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유행했던 몇 년전부터 짐작한 사람들 많을 꺼다. ‘사진집 한 권 내겠군’ 하고말이지. 그런데 웬걸, 그 첫 작품 도쿄놀이가 대박이 터졌고, 런던놀이와 서울놀이까지 출간되었다. 앵글 속 피사체로는 성에 안찼던걸까. 사진 속에서도 예쁜 그녀의 눈으로 바라본 도쿄와 런던과 서울은, 왠지 내가 보는 그 곳들보다 멋지다.
배두나의 절친이자 대표적인 개성파 여배우 공효진도 작가 타이틀을 달았다. 많은 배우들이 대개 사진집, 여행에세이를 많이 쓰던데, 역시 개성파 공효진 책도 남다르다. 이 책은 환경에 대한 책. 일상 속의 그녀가 실천하고 있는 친환경적인 습관들(?)을 팝아트마냥 독특한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그러니까… 환경에세이라고 하는 게 맞을 듯.
아.. 정말이지 짜증이 날만큼 예쁜 김희선. 와니와 준하를 보고 새삼 좋아졌던 여배우. 김희선의 인생은 전부 화보같고, 영화같고 그렇네. 출산까지의 280일동안을 기록한 책이라… 정말이지 기념삼아 만들었다는게 확 느껴진다. 복받은 딸래미. 아빠의 재력이나 엄마의 미모도 부럽지만, 나중에 커서 이 책보면 좀 으쓱해질지도. 물론 나는, 정성스레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쓴 우리엄마의 낡은 육아일기가 훨씬 좋지만.^^
배용준은 이제 영화배우라기 보다는 무슨 정치인같다. 최근에 드라마에도 출연했거늘, 그런이미지는 전혀 없고 어디에 몇 억을 기부했고, 한식레스토랑과 한국여행에세이로 국위선양하시는. 뭔가, 계몽적인 인물. 이 책도 분명 일본의 아주머니들이 많이 사셨겠지? 머물다,떠나다,버리다,사색하다 등으로 분류된 목차가 괜시리 멋지다.
정말 깜짝 놀랬던게.. 늦은밤 친구랑 맥주며 안주거리 사러 들어가던 명동 근처의 편의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 원래 책을 두는 장소가 아니라 카운터 옆에 떡하니 전시가 되어있어서 흠칫 놀랬었다. 그리고 뒤따라 들어온, 까만 피부를 한 알록달록 원피스입은 여자아이들이 소리소리를 지르며 그 책을 가지고 난리를 떨더라는. 가끔은 한류가 무섭다. 소지섭이 2010년 여름 강원도쪽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과 글들을 담은 책. 만화가 박재동, 소설가 이외수, 가수 타이거JK와의 대화내용을 읽다보면 귀엽다할만큼 솔직하고 순진한 글이 절로 웃게 만든다.
요즘도 조인성에게 보낼 게장을 만들고 계실 것만같은 김수미 선생님의 책. 짤막짤막한 기억들을 읽다보면 꼭 우리엄마와 엄마의 친구들이 고구마먹으며 하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김혜자, 송대관, 조용필, 유재석 등등 화려한 인맥들과의 에피소드도 물론 재밌지만, 그 내용들보다는 1부에 있는, 지랄맞다고 표현하신 그 이야기들이 더 좋더라.
“샤방하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꽃미남 청춘스타는 단연 송중기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성균관스캔들에서의 캐스팅이 참, 좋았다고 본다. 캐릭터도 잘 어울렸는데 게다가 실제로 성균관대 학생이라니. 오감도에서는 참 예쁘장하게 생겼구나했을 뿐인데, 트리플, 마음이2를 거쳐 산부인과에서 확실히 훈남이로세를 외쳤었지. 이렇게까지 훅 뜰줄은 몰랐지만. 그 핫한 송중기가 핫해지기 전에 쓴 남성피부지침서되시겠다. 뷰티에디터 황민영의 전문적인 팁과 송중기의 생활 속 팁들이 읽기쉽고, 보기쉽고. 얼굴,학력,작품,+ 피부… 크.. 할 말을 잃었다정말.
엄청 욕먹으면서도 시청률은 꽤 나왔던 그 드라마, 알렉스가 애 둘딸린 고시생으로 나오는 그 드라마를 보다가, 우리 어머니가 묻더라. “쟨 도대체 뭐냐?” 분명히 삼순이 주제곡을 부르는 모습을 봤는데, 드라마에 나오니 이상했던 모양이다. 대충 설명을 해드렸더니 “근데 왜 연기를 잘하냐?”하신다. 확실히, 의외로 연기를 좀 하시더라는. 그런 알렉스가 달콤로맨틱이미지로 한창 유명해졌을무렵 출간한 요리책. 들춰보고 좀 놀랬다. 원래 요리를 좀 하니 어쩌니해도 그냥 요리하는 척하며 주방에 서있는 알렉스사진과 요리사진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소소하고 담백한 이야기와 요리들이 가지런하게 적혀있다. 흰 접시에 담긴 한정식처럼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엉뚱발랄한 10대같은 30대 여배우 최강희의 에세이집. 서울에서의 일상이야기들과 아이슬란드 여행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병률의 끌림이라는 책이후에 비슷한 종류의 책들이 마구 쏟아졌는데, 그 책과 견주어볼만큼 괜찮았다. 멋드러지게 쓴 글들은 아니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을만큼 감성적이고, 뭔가.. 폭신한 기분. 물론 다양한 최강희의 모습들을 보는 재미도 있고. 덧붙이자면, 이 책을 읽고나면 누구라도 시규어로스의 음악을 찾아 듣게 된다. 그 궁금함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고.
정보석, 김명민, 김창완, 김윤석, 오만석, 이선균, 안재욱, 이정길, 엄태웅, 이범수, 이순재, 류진, 유준상, 최수종. 14명의 남자배우들과의 인터뷰를 묶어낸 책. 인터뷰내용이 꽤나 심도있는, 깊은 질문들로 가득 차 있어서 가볍게 읽어내려가는 영화잡지 속의 인터뷰를 기대한다면 첫 장의 정보석편만 읽고도 긴장하게 될지도. 다 읽고나면, ‘역시 이 사람들은 나와 다른 종족인것이냐’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힐링캠프 신애라편을 보고서야 알았다. 차인표아저씨가 소설을! 그것도 두 편이나!
남다른 감성을 가진 타블로. 한 때 블로노트 글귀를 차곡차곡 모으던 시절도 있었는데. 소설은 아직 못 읽어봤다. 유학파 출신답게 영문판으로도 출간했다는!
솔직히, 여행에세이나 레시피북같은 종류의 책들은 서점에 넘쳐나는데, 어쩌면 이 배우들이 쓴 책보다 훨씬 좋은데도 창고에 쌓여만 있는 책도 있을텐데, 단지 유명한 배우가 쓴 것이라는 그 이유 하나때문에 너무 잘 팔리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가끔은 든다. 괜히 유명한 배우나 방송인이 쓴 책을 살 때는 내가 가벼운 사람이 되는 것같기도 하고.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 속의 그 배우들이 실제로는 어떤 사람일지, 그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차 있고 그 눈으로는 어떻게 세상을 볼 지, 궁금한 마음이 드는 한은 계속 찾게될 듯. 한가지 바라자면.. 좀 다양한 장르였으면 한다는 거? 하나같이 여행에세이. 사진집. 식상하잖아. 그런 의미에서 소설을 써내려간 두 사람은 특별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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