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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44

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면허가 없다, 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그 나이가 되도록 면허도 안따고 뭐했냐고 묻는다. 멋적게 웃으며 넘어가면서도 ‘따놓고도 처박아놓는 사람이 더 많잖아..’라고 늘상 생각했었지. ‘왠만하면 걸어다니고, 바쁠땐 지하철이랑 버스타면서 사람구경도 하고. 좋잖아?’ 라고. 근데.. 이제는 면허를 따고 싶다. 멋드러진 세단은 꿈도 안꾼다. 낡고 주행거리도 많고 덜덜거리더라도 내킬 때 어디든 븅~ 떠날 수 있는, 그 ‘가능성’자체가 부러워져서. ‘당신에게’의 주인공아저씨처럼 장인정신이 깃든 캠핑카가 탐나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겠지? 당신에게저자모리사와 아키오 지음출판사샘터(샘터사) | 2013-06-30 출간카테고리소설책소개사별한 아내가 띄운 마지막 편지, 그 유서가 보관된 아내의 고향... 또 한 번 번..

STORY 2015.08.18

로스트인베이징 Lost in Beijing,迷失北京

판빙빙이라는 여배우가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배우인지 미처 몰랐다. 정말 꿈에도 몰랐다. 황제의 딸에서 조미옆을 지키던 그녀가 톱스타가 되었다기에 조금 놀라긴했어도. 소피의 연애메뉴얼에서도 영화 자체가 코믹쪽으로 흐르는지라 그저 인기가 있긴있나보구나했었는데. 로스트인베이징이라는 영화를 보고났더니 그냥 인기배우가 아니라 실력파배우구나하는 실감이 온다. 젊은 부부는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서 돈을 모은다. 아내는 큰 안마소에서 손님을 받고, 남편은 그 안마소 빌딩의 창을 닦으며. 고된 하루하루지만 사이좋게, 열심히. 사장 부부는 돈이 넘쳐난다. 아이는 없지만 그래도 넉넉한 재산덕에 멋지게, 당당하게 살아가는 지도층. 부유층.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은 행복했던 그 네사람의 결혼생활이, 인생이, 점점 망가져간다. 1..

STORY 2015.08.16

내가 고백을 하면

시작부터 끝까지, 이렇게 반가운 마음이 가득 들었던 영화는 아마 처음인 것같다.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이 생긴 이후였나? 아니면 그 전부터였던가? ‘힐링’이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티비를 틀어도, 잡지를 봐도, 라디오를 들어도 내 입에서도 자꾸만 힐링타령. 예쁘고 포근한 단어지만 그 말이 자꾸 나온다는 건 결국, 나도 다른 사람들도 모두가 치유받길 원할만큼 메마르고 각박하게 살고있나싶어 씁쓸해지기도 한다. 제목에도 시놉에도 대사에도 그 어디에도 힐링이라던가 치유라던가 하는 말은 찾아볼 수 없지만, 이 영화를 보고 ‘이런 게 힐링인가’에서 시작해 ‘아, 좋다..’하며 편안해졌다. 매일같이 딸기향섞인 가짜 딸기아이스크림만 주구장창 먹다가 딱 좋게 익은 딸기를 통째로 갈아만든 생과일쥬스를 마신.. 말..

STORY 2015.08.14

우연히 たまたま

또 한 편의 아오이유우 출연작. 드라마 ‘카무플라쥬’만큼이나 아오이유우가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영화는 아오이유우의 인터뷰형식을 빌어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만의 독백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일본영화 특유의 잔잔한 서정적인 분위기가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라면 분명 5분마다 질려버릴듯. ‘타마타마 たまたま’의 사전적인 정의까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어쩌다, 우연히’ 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일본어. 영화를 관람해본 결과, 이 영화에서 제목으로 사용된 의미도 ‘우연히’로 해석되지 싶다. 영화의 초반에는 아오이유우가 연기하는 여주인공이 만나게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상대역이 되어주는 여주인공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어떨 때는 두근거리고 기쁘고, 어떨 때는 불안하고 무섭기도 했던 여주인공. 그 과정..

STORY 2015.08.14

유명배우, 글쓴이가 되다

잘 만들어진 영화 한 편을 보고나면, 흡족함에 기분이 좋다가도 풀이 죽곤한다. 도대체 저 사람들과 나는 뭐가 다른걸까하는 자괴감에. 저토록 탄탄하고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짜내는 시나리오 작가 혹은 감독이 부럽고, 그들이 쓴 텍스트 속 인물에 빙의되듯 연기해내는 배우들이 부럽고, 관객이 직접 보는 듯이 리얼한 화면을 만들어내는 카메라감독이며 여러 스텝들까지. 뭐 꼭 굳이 영화쪽이 아니더라도 부러운 재능의 소유자들은 넘쳐나지만,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이런 부작용이 가끔 나타난다. 안그래도 그렇게 배아플만큼 반짝거리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은 끼를 주체하지 못하나보다. 보란듯이 뚝딱뚝딱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리까지 탐하다니. 유명인들인만큼 마케팅이 쉬워서 출판업계가 반기기도 하겠지만, 분명히 그 사람..

STORY 2015.08.14

만추 晚秋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난다. 조금씩 가까워져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영화가 비슷한데, 그 두사람의 결말을 어디까지 보여주느냐에 따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나아가 장르까지 바뀌는 건지도 모른다. “알콩달콩 연인이 되었습니다”라거나 “많은 이들의 축복속에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었습니다”로 영화를 끝내는 게 대부분의 로코. 재밌는 건, 기억에 남는 멜로영화는 하나같이 두 사람이 만나서 감정이 깊어지는 부분까지만 보여주고 결말에서는 두 사람이 헤어진다는 것. 이후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없을 지 절대 알려주지 않는.. 내 기억의 정통멜로는 죄다 그런 불친절한 영화였다. 이 영화, ‘만추’처럼. 개봉 당시 워낙 현빈이 ‘시크릿가든’으로 인기를 구사할 때라 그의 출연이 더 화제가 ..

STORY 2015.08.14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 ツレがうつになりまして。

내가 바퀴벌레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아니, 어쩌면 바퀴벌레보다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느꼈었다. 단 한 사람에게서, 또는 그 소수의 몇 사람에게서 그런 뉘앙스의 말을 들었을 뿐인데도 마치 세상 모두가 나에게 넌 세상에 필요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같았다. 없는 것이 더 좋은, 그런 존재.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또는 어떠한 사건으로 인해서, 그게 자주이든 어쩌다 가끔이든 적어도 한 번쯤은 ‘내 존재의 필요성’을 가지고 이런저런 결론을 내려버릴 때가 있겠지. 이 영화 ‘츠레가우울증에걸려서’는 그런 시기를 겪었던, 그리고 겪고있는 남편과 그 아내의 이야기다. 한가로운 주택가에 위치한 고풍스럽고 수수한, 그래서 정겨운 집에서 이구아나 한 마리와 함께 살고..

STORY 2015.08.13

사랑한다 사랑하지않는다

두 번 보게된 이 영화. 처음 봤을 때는.. 자꾸만 옛 남자친구와 겹쳐서 엔딩크레딧 올라가자마자 극장을 뛰쳐나와 급히 소주집을 찾았다. 분명 엔딩은 비극이 아닌데도 - 그렇다고 해피엔딩도 아니지만 - 급 우울해지는 그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거든. 영화의 남자주인공은 분명, 그 때 그 사람과 참 닮아있었다. 답답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그 남자. 영화 속 대사처럼 "참 나이스한 사람"인건 분명한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어쩌면 그래서 더 끌리는지도 모르지만. 내 과거사는 제껴두고,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있자면 내내 답답하기만 하다. 재미있는 영화가 되려면 뭔가 사건이 있어야하는데 이 영화에서 사건은 없다. 상황만 있다. 바람난 와이프와..

STORY 2015.08.13

8일째매미 그리고 주마등주식회사

한 남자와 두 여자. 한 여자는 남자와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한 여자는 그저 타인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 남자를 못 잊어서인지 그 부부를 시기해서인지 아이를 훔쳐 와 키운다. 친엄마 못지않은 강한 모성애로.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싶지만 최근 이런 설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두 편이나 봤다. 영화 '8일째매미'와 드라마 '주마등주식회사'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똑같이 태어나 점점 다른 인생을 살게되는 일란성쌍둥이같은 이야기들이다. 영화 '8일째매미'의 주인공과 드라마 '주마등주식회사'의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갓난아기일 때 같은 일을 경험했지만, 그 사건 이후의 삶은 아주 다른 두 사람. 당연히 두 작품의 엔딩도 정반대의 분위기. 영화는 휴먼드라마, 드라마는 심리스릴러. 그래서인지 '8일째매미'가 더..

STORY 2015.08.12

유레루 ゆれる

흔들거리는 다리의 추억, 흔들거리는 다리에서의 사건, 흔들거리는 기억. 나에 대한, 그에 대한, 우리에 대한, 그 사건에 대한 거짓과 진실. 유레루 ゆれる-흔들리다, 진동하다 혹은 동요하다, 갈팡질팡하다. 대부분의 영화들은-아무리 좋은영화라도- 영화 속의 중요한 대사 몇 줄이면 대충 파악이 된다. 물론, 유레루라는 이 영화도 마지막 타케루의 몇 마디를 적으면 내용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만, 이 영화는 직접 봐야한다. 관객의 눈으로, 그들의 눈을, 직접 마주해야 한다. 영화의 주제파악이라던가, 감상이라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다. 타케루와 미노루와 치에의 그 눈을 봐야만한다. 처음, 이 영화를 발견하고 막 다운받았을 때만 해도 나는 오다기리가 주인공인 로드무비쯤 된다고 짐작했었다. '빅 ..

STORY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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