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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엘리자베스타운 Elizabethtown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피아~스코!!라고 외치며 인상 구기고싶었던 순간은 나에게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런 최악의 순간에 나를 위로해주고 두근거리게 만들어줄 사랑은 아직 없었던 듯. 그런면에서 주인공 드류는 복받은 사내임에 틀림없어. 여자인 내가봐도 클레어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걸.



엘리자베스타운 Elizabethtown

감독 카메론 크로우 출연 올랜도 블룸, 커스틴 던스트, 수잔 서랜든 개봉 2005 미국



그러고보면 클레어는 비행기에서 드류를 처음 본 그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는지도 몰라. 첫눈에 반했다던가. 그렇지않고서야 아무리 승객도 없고 심심하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들이댈 수는 없잖아? 정말이지 민폐다 싶을정도로 말을 붙이니 처음에는 드류도 귀찮았을게다. 안그래도 회사에서는 잘린데다가 아버지의 부고소식까지. 처절할만큼 지친 사람한테 그리도 발랄하게 추근덕거리면, 아무리 예쁘고 아무리 잘생겼어도 싫은게 당연지사. 하지만 결국, 예쁜데다가 적극적이기까지 한 그녀는 드류를 홀려버렸지. 아주아주 사랑스러운 방법으로.


 


 



확실히 서양과 동양은 많이 다른가. 나라면.. 저렇게 멍한 상태로 바라볼 수조차 없을 것같은데. 참, 담담하다. 아니.. 아마 정신이 없는거겠지. ‘여기 누워있는 이 사람이 우리 아버지가 맞는건가’싶은거겠지. 정말이지 FIASCO한,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드류. 백만달러짜리 프로젝트의 실패와 실직, 실연 거기에 아버지까지. 최악.


그 상황들도 참 어마어마한 불행이지만, 나는 다른 부분이 절망스럽더라. 죽으려고 물건들 몽땅 내다버리고 앉았는데 그 칼이 똑, 하고 떨어지는 순간. 뭐 칼이야 다시 붙이면 되겠지만 아버지의 부고소식에 정신을 차린 그 때, 하필이면 드류가 버렸던 물건들을 가져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일때. 나라면 창문에서 뛰어내려서라도 그 물건들 다시 찾아왔을텐데.


그런 불행의 연속은 엘리자베스타운에 가는 직전까지 이어진다. 클레어가 알려줬던, 절대 놓치면 안되는 그 길을 잃어버리는 순간까지. 그리고 엘리자베스타운에 들어가면서부터, 아니 비행기에서 클레어를 만나면서부터, 서서히 불행이 행운으로 바뀌기 시작하는거다.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해봤을법한 그 패턴.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들로 밤새워 통화하다가 아침에는 결국 만나고야 마는. 가장 두근거리는 시기. 지나고나면 가장 애틋하게 남는 기억. 크.. 짠하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면서 드류는 조금이나마 편해졌겠지. 그리고 끌리기 시작했겠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그녀 클레어에게.


 



이 장면보고 처음에는 ‘저런 불효자식 같으니라고!’하며 배아파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저 병속에 계신 아버지도.. 흐뭇하게 웃고있지 않을까싶더라고. 자기가 죽었다고 인사불성이 되서 울기만 하는 모습보다는 훨씬 낫겠다싶었어. 어찌보면 드류의 아버지가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준 거니까. 죽으려던 드류를 살려냈고, 모든 의욕을 잃었던 드류가 저토록 사랑스러운 클레어를 만나게해줬고, 엘리자베스타운의 가족들에게 위로받게 해줬고. 가루가 되어서도 너무나 훌륭히 부모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미치.


 

 



그렇게 훌륭한 미치와 함께 클레어가 전해준 수공예 정성가득 여행패키지를 떠나는 드류는, 참 행복했을꺼야. 그런 드류와 함께 마지막으로 여행을 떠난 미치도 행복했을테고. 회사에서 잘렸으면 어떻고 애인한테 차였으면 어때. 언제나 날 위하고 살펴주는 엄마와 아빠, 따뜻한 형제자매들이 있는데.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 클레어처럼 ‘내겐 너무 완벽한 당신’이 나타날 지 모르는데. 확실히 인생, 힘들어도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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