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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렌타네코’라니, 제목만 들어도 고양이들이 잔뜩 나오겠구나싶어 별 생각없이 봤다. 역시나 그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종류의 고양이들이 나오고, 나오고, 계~속 나온다. 그리고, 고양이배우(?)들보다는 적은 수이지만 사람들도 나온다. 이 영화는 귀여운 고양이들에게 치유받는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


 



어릴 적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다가 2년전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혼자 살고있는 여주인공.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자연스레 찾아오는 고양이들을 데리고 산책인지 영업인 지 알 수 없는 길을 나서는 게 그녀의 하루 일과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 고양이를 빌리는 사람들. 마음 속 외로운 구멍을 하나씩 품고 있는 사람들. 가족과 함께 있든 떨어져 있든, 돈이 많든 적든 세상에 외로운 사람은 참 많은가보다. 내 가슴에도 크기는 가늠할 수 없지만 외로운 구멍이 뻥, 뚫려있겠지?


비록 영화지만 할아버지와 반려묘를 먼저 보내고 혼자 살던 할머니도, 단신부임으로 가족과 떨어져 홀아비처럼 살고있던 아저씨도, 스스로를 C등급이라 말하던 아가씨도 조금만 찾아보면 내 주변 어딘가에 있을법한 사람들. 아마 실제로 고양이나 강아지, 또는 다른 애완동물을 키우는 많은 사람들은 그 동물들을 통해 외로움을, 슬픔을 치유받곤 할꺼다. 그 동물들의 애교를 보면서 행복해지기도 할꺼고.


 



이 영화를 대충 볼 때는 몰랐다가 신경써서 봤더니 가슴에 와닿는 대사들이 참 많더라. 특히나 이 두 여자의 대화는 짤막했지만 씁쓸하게 공감했다. 아무래도 성별과 연령대가 비슷해서 더 그렇겠지.


 


 



감독이 여자라 그런지 설정도 귀엽고 화면도 동화마냥 예쁘다. 그리고 자잘한 구성들도 위트가 넘친다. 고양이를 빌려주며 만나는 사람들과 고양이대여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당당한 척하지만 살짝 쭈뼛거리면서 풀어놓는 여주인공의 다양한 직업들. 꿈인지 망상인지 알 수 없지만, 진짜 귀여웠다. 그렇게 둘러대며 천엔을 받는 여주인공도, 요런 깜찍한 설정을 집어넣은 감독도 사랑스러웠다.


 


 



고양이나 강아지같은 반려동물처럼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고 언제나 날 반겨주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함께해주는 사람을 찾는 건 참, 어렵다. 그런걸 다른 동물이 아닌 사람에게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것일지도. 일단 나부터도 내 주변사람들에게 그렇게 완벽한 다정함을 주지 못하니까.


아무튼 다른듯 보이지만 모두 똑같이 외로운 저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또 한 번 느꼈다. 인간, 정말 외로운 동물이구나,하고. 당연히 나도 외롭기에 또 ‘뭔가 키우고 싶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울 책임감은 없으니 방울토마토화분이라도 키워볼까..’하다가 참았다. 선인장화분 하나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말려죽인 나니까. 한강가서 비둘기들 간식이나 주고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