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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아래 집에서 봄을 맞는 일

룰루라니 2025. 4. 13.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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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과 함께 찾아오는 계절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햇살이 따스해지고, 산은 하루가 다르게 초록을 입는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이면에, 매년 이맘때쯤이면 우리는 불안이라는 이름의 계절을 함께 맞이하곤 한다.

올해 봄, 우리나라의 산불 피해는 유난히 컸다.
울창했던 숲은 하루아침에 검게 타버렸고,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그리고 그 중 누군가는, 불과 몇 미터 아래 산자락에 집을 두고 매일을 살아가는 나의 아버지일 수도 있었다.

불은 준비하지 않은 자를 향해 가장 먼저 달려든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불이 나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해두어야 한다.


1. 주택 주변 정비 – 불씨가 머무를 곳을 없애라

마른 낙엽과 솔방울 제거: 주택 주변 20m 이내의 마른 낙엽, 솔방울, 잡초는 모두 치워야 한다. 작은 불씨 하나가 그곳을 발화점으로 삼을 수 있다.

나뭇가지 전지: 지붕에 닿는 나뭇가지, 외벽 가까이 있는 덤불은 미리 잘라내야 한다. 불은 나무를 타고 쉽게 건물로 번진다.

연료물질 보관 위치 점검: 장작, 기름통, 부탄가스 등 인화물질은 반드시 집에서 멀리 떨어진 창고나 구조물에 보관해야 한다.


2. 방화선 확보 – 불이 지나가지 못할 선을 그려라

집 둘레에 자갈이나 모래, 불연성 구조물로 너비 1~2m 이상의 띠를 만들어라. 이 띠는 산불이 집으로 번지는 걸 막아주는 작은 방화선이다.

잔디보다는 불에 타지 않는 포장재로 마당을 정리하면 좋다. (석재, 타일 등)


3. 지붕과 외벽 점검 – 불이 붙지 않게 만들어라

지붕과 외벽 재질이 내화성(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자.
스레이트, 목재는 위험할 수 있으며, 불연 재료(금속, 석고, 내화 패널)로 교체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환기구, 처마 아래, 지붕 틈은 불씨가 들어가지 않도록 촘촘히 막거나 망을 설치한다.


4. 물 저장과 소화 장비 – 당신이 가진 가장 확실한 방어

물탱크나 빗물 저장통을 준비해두자.
화재 진압용 수도가 끊기면, 이 물이 마지막 희망이 된다.

호스, 소화기, 물 양동이를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고 사용법을 숙지해두자.
마당 한가운데, 창고 입구, 그리고 주방 근처.

가능하다면, 임시 스프링클러를 설치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붕 위에서 물을 뿌리는 시스템은 화재 초기 대응에 매우 효과적이다.


5. 정보의 민첩성 – 경보보다 먼저 움직이는 자

기상청 앱, 산불방지 상황실 알림 문자, 시군구 재난 문자 수신을 반드시 설정해두자.

산불이 발생했을 때에는 망설이지 않고 즉시 대피해야 한다.
집을 지키려는 마음보다, 삶을 지키는 판단이 우선이다.


6. 지역 공동체와의 연대 – 함께 대비할 때 살아남는다

이웃들과 산불 대비 공동 점검일을 정해 함께 낙엽을 치우고, 방화선을 점검하자.

지역 소방서, 면사무소, 산림청에 문의하면 산불 예방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정부에서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산불피해 주택 보험 지원도 시행 중이다. 꼭 확인하자.


봄은 매년 오고, 산불도 매년 온다

우리는 매해 봄, 아름다움과 재앙이 동시에 깃드는 계절을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계절의 양면을 모두 감당할 준비를 해두는 것이다.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추억,
그리고 누군가의 아버지가
타오르지 않도록.

당신의 작은 준비가, 내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돌아가신 많은 분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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