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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는 집 방바닥에 배깔고 누워있기. 겨울에는 전기장판 몸에 칭칭 감고 집구석에서 귤 까먹기. 그렇게 쿡 처박혀있다가 벚꽃이며 개나리며 예쁜 꽃들이 채 피기도 전에, 새끼손톱만한 초록잎들이 나오기 시작할 봄에는, 슬슬 동네슈퍼에서 풋고추며 오이의 가격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가을에는, 여기저기 정처없이 쏘다닌다. 


그렇게 여기저기 우리동네인냥 마실다니다가 만났던 길고양이들. 




종로. 인사동에서 안국으로 가는 길에.. 그 무슨 교회? 성당?회관? 이랑 오피스텔있는 거기. 그 쪽에 지름길이 있어서 자주 지났었는데 그 때마다 심심치않게 만났던 아이들. 특히 이 노랭이는 거의 매일같이 만났더랬다. 길고양이인데도 인사동밥집 사장님들이 사랑을 많이 준 건지 사람을 봐도 크게 경계하지 않고, 살집도 좋다. 


항상 혼자 있을 때만 만나서 온순하고 사람좋아하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이 사진찍던 날, 지보다 체구도 작고 왜소한 새끼고양이한테 하악질하면서 다다다 질하는 걸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나네.  그래도 넉살은 참 좋았는데.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녀석. 아무래도 이 곳이 이 동네 고양이들의 쉼터인 듯했다. 위의 반전있는 성격을 보여줬던 녀석과 달리 요 아이는 유난히도 자태가 곱고, 얌전하고, 섹시했다. 내 얼굴이 익숙해진건지 내 냄새가 익숙해진건지 언젠가부터는 날 만나면 달려와 반기지는 않더라도 날 바라보며 꼬리를 타~악 타~악 치면서 눈빛으로 날 꼬시더라. 그러면 내 손은 자연스레 캔을 따서, 공손하게 다가가 공양함. 아, 진짜 예뻤는데. 






경리단이었는지 신림동이었는지 인천이었는지 헷갈린다. 처음엔 죽은 것처럼 축 처져있어서 놀란 마음으로 다가가서 "나비야~" 불렀더니 정말 힙겹게 일어나더라. 겨우 사람없는 곳에서 쉬고 있는 걸 또 귀찮게 만들었나 미안했었다. 공교롭게도 줄만한 먹이며 물이며 아무것도 없어서 어쩌나하고 있는데 어느샌가 나무 밑 그늘로 자리를 옮겨서 뭔가를 먹길래 봤더니.. 나뭇잎..





언니가 키우는 아이. 어릴 때는 집에서 키우는 개를 보며 속으로 '넌 정말 팔자좋은거야, 우리 엄마한테 감사해야돼 이것아!'했는데, 요즘은 길고양이를 훨씬 자주 만나다보니 이 녀석을 볼 때마다 똑같은 생각을 했었다. 개들은 그래도 정말 충성하는 게 눈에 보이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고양이들은 아무래도.. 그저 먹이캔따주는 존재로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인간을 동정하는 것같기도 하고. 아무튼 오묘한 동물이야, 고양이는.





새~하얀 고양이, 처음 봤다. 그 새하얀 털의 색깔 탓에 험한 길거리에서의 생활이 더 처량해 보이기도. 가슴이 아프기도. 미안하기도.





우리동네에서 소월길 올라가는 계단. 그 계단 옆 지붕에서 만났던 한쌍의 얼룩이들. 까망하양이와 노랑하양이. 저 모습을 보고 식빵굽는다고 하는 것인가. 노랑하양이는 아픈건지 원래 무던한건지 눈만 꿈뻑거리면서 날 보곤 다시 잠들었는데, 까망하양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계단끝에 올라서는 그 순간까지 날 노려봤다. 도끼눈을 하고서. 








신림동에서도 끄트머리, 분명 재개발이야기가 왔다리갔다리하겠구나 싶었던 동네에서 마주친 아이. 털상태도 그렇고.. 마음이 쓰여서 슬금슬금 쫓아갔는데, 분명 내가 따라가는 걸 알았을텐데도 전혀 개의치않고 힘든 발걸음으로 갈 길을 가더라. 꿋꿋하게.






남산주공아파트였나? 경리단에 있는 아파트단지에서 세상 다 가진 듯한 부유한 자태로 널부러져 있던 아이. 늦봄의 햇살이 쫘~악 비치고, 아파트화단에 있는 이런저런 꽃향기가 확 퍼지는데 그 향이 가장 잘 나는 명소에 저렇게 누워 있었다. 지금껏 만났던 길고양이 중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고, 여유로워 보이고. 내가 사진을 찍든~ 맘대로 지 이름을 나비라며 불러대도 그저 눈길 한 번 줬다가 다시 벌러덩. 발라당아니고 벌러덩. 


다들, 잘 살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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