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맛집이 많네, 외국인이 많네, 하며 좋아라하는 우리 동네. 요즘 핫하다며 주말아니라 평일 저녁에도 바글거리는 동네.
근데 나는 이 동네에 동물이 많아서 좋다. 워낙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서 저녁이면 크고 작은 견공들의 산책행렬이 줄을 잇고, 가끔은 커~다란 앵무새를 어깨에 올리고 지나가는 멋쟁이 아저씨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길고양이들도 아주아주 많다.
우리집 한 블럭 위에 있는 골목에 가면, 어느 집 담장 위에 줄줄이 앉아 식빵굽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즘은 추운 날씨 탓인지 위에는 안 올라가고 그저 왔다갔다만 해서 아쉽지만..
이 집 대문 앞과 그 윗쪽의 공사장에는 거의 항상 고양이들이 있다. 정말이지 항상.
공사중인건지 멈춘건지 가뜩이나 황량한 곳에 얼음까지 얼어서 살풍경함에도 고양이들에게는 그저 놀이터. 궁금해서 올라갔더니 공사장 더 깊숙한 곳으로 숨어버리더라.
대문 앞에서 눈치보던 아이. 깜장과 누렁. 오묘한 털색이다.
뒤이어 나타난 깜장과 하양. 친구겠지? 털 색이 달라도 가족일 수는.. 있나?
새로 산 고양이간식을 맛보여 주려 간 것이기에 조금 잘라서 던져줬다. 자주 보는 데도 절대 곁을 주지는 않기에 최대한 나에게서 멀~리 던져줬더니 살금살금 오면서도 시선은 나에게로 고정.
아직도 날 못 믿는건지 간식이 맛이 없었던 건지 킁킁거리기만 하고 먹질 않길래 하나 더 옆으로 던져줬더니,
까망하양이는 새로 던져 준 뒷 쪽으로 가고, 안 쪽에서 멀뚱이 지켜보던 까망누렁이가 나온다.
그리고, 먹는다. 여전히 눈빛은, 나에게로. 의심은, 그대로. ㅠㅡㅠ
까망하양이는 유난히 자태가 곱다. 몸도 다른 애들보다 조금 더 길쭉한 것같아. 날씬하다고 해야하나. 볕 좋은 날에 담벼락위에 애들이 줄지어 앉아있을 때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인형같은 아이.
숨어있다가,
두마리가 되고,
세마리가 된다.
짐작으로는, 이 집 주인분이 키우는 개념이라기 보다는 길고양이들이 모여드는 장소가 아닐까싶다. 아마도 밥도 주고 물도 주고 다정하게 대해주니 하나 둘 모여들었으리라. 내가 본 것만해도 족히 다섯마리는 넘었으니 어쩌면 열댓마리가 이 집에 터를 잡았을지도 몰라.
이 집에 사는 분, 부럽다. 나도 고양이들이 터잡고 곁을 내주는 그런 집에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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