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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타이페이카페스토리 第36個故事

요즘은 명동이며 강남같은 번화가가 아니더라도, 우리집 구석진 골목에조차 삐까번쩍한 대형커피체인들이 들어서있다. 하나같이 세련된 인테리어에 재즈음악, 스타벅스의 감성마케팅과 한국적인 정서의 조합이라나. 확실히 편하긴하다. 별다방 콩다방은 물론이고 천사다방과 카페베네까지. 이름만 다르지 메뉴도 엇비슷, 분위기며 가격도 엇비슷. 처음 간 체인점이라도 익숙하게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주문해서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그런데, 사실 난 그런 체인점들보다 옛날 골목골목에 숨어있던, 가끔은 촌스럽고 가끔은 경박했던 그런 카페들이 더 좋았다.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인테리어도 다르고 음악도 다르고 당연히, 커피의 맛도 확연히 달랐던 그런 카페들. 이 영화, 타이페이카페스토리에 나오는 계륜미의 카페처럼.






'말할수없는 비밀'에서 교복입고 피아노치던 앳된 그녀가 카페의 여주인으로 등장하는 영화. '타이페이카페 스토리'는 사실 커피와는 별 관계가 없다. 두얼카페에서 이루어지는 물물교환이 영화의 주된 소재. 오픈선물로 받은 선물아닌 선물들이 카페를 가득 채우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애초에 물물교환은 가게를 오픈하기 전에 처음 이루어진다. 망가져버린 차의 수리비용과 수많은 카라를 맞바꾸면서. 저런 사고방식, 가능한걸까? 나라면... 저런 시들어버릴 꽃따위와 내 차의 수리비용을 바꾸자고 하면 코웃음을 치며 따지고 들었을텐데. 대만사람들은 나보다 낭만적인 구석이 있나보다. 영화의 중간중간, 자꾸만 몰입을 방해하며 걸리적거리던 '일반인에게 질문하기'식의 인터뷰장면들이 나오는데 그 사람들중에는 꽃과 바꾸겠다는 사람이 꽤 많더라고. 어쨌든 우리의 두얼은 뜻하지않게 두얼카페의 첫 물물교환을 시작한다.

 



온갖 잡동사니를 가져다줬던 두얼의 친구들과, 고물상주인이었던 손님덕택에, 두얼카페는 물물교환장터가 되버린다. 이 물건은 얼마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도 팔지않는다. 왜냐면 그 곳은, 커피외에는 팔지않는 곳이니까. 두얼이 만든 커피와 케이크. 그 외에 모든 것들은 무조건 다른 무언가와 바꿔야한다는 방침덕택에 가게는 번창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많은 물건들이 바뀌고... 그리고 그러는 사이, 두얼과 그녀의 동생도 점점 바뀌어간다.




신기했다. 두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어쩜 이런 식으로 풀어나갈 생각을 했을까. 또 한 번 창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얄미움과, 경의로움이 생긴다. 모양도 다르고 쓰임새도 다른 물건들이 물물교환되듯, 성격도 꿈도 취향도 다른 두 사람도 점점 물물교환되듯 바뀌어가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마지막즈음 택시기사의 '잘 모르겠는데요, 뭐가 바뀌었다는거죠?'하는 그 한마디가 포인트라고 해야하나. 듣는순간 '아하,'하고 깨닫게 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바뀌는게 신기했던.


변화,라고하면 왠지 긴머리를 싹둑하고 잘라야할 것같고 흰색과 검은색천지인 옷장을 싹 비우고 빨간색 노란색 원색으로 가득채워야 할 것만같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나면 이런 식으로 스르륵하고,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도 좋구나싶다. 꼭 이리저리 계산하고 의식해서 뭔가를 바꾸거나 새로 시작하지 않더라도.. 상황이 주어진대로, 마음이 가는 그대로. 편안하게.

 




일상적인 이야기들로 그런 주제를 표현한다는게 참 좋긴했는데, 몇가지 걸리적거렸던건. 전지적작가라는 존재가 자꾸만 쓸데없이 말을 건다는 것과 이런저런 제3자들의 인터뷰타임. 미드 섹스앤더시티의 시즌 2까지였던가? 거기에도 그 인터뷰타임이 나온다. 그리고 시즌이 좀 지나면서 그 부분을 뺐던데. 이 영화에서도 참 쓸데없는 시도였지싶네. 


그냥 두얼카페와 극중인물들의 이야기를 계속 보고싶은데 이런저런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통에 살짝 짜증이 났었다. 가위로 그 부분의 필름을 싹둑싹둑 잘라서 버려버리고 싶을만큼. 그 요상한 영화속 장치 몇가지를 빼고는, 기분좋고 예쁘고 산뜻한, 타이페이카페스토리.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찡하게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두근거리는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꿈과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많은 이야기들이 모두 두얼카페에서 생겨난다. 물건도 서로 바꾸고 가치관도 서로 바꾸고 인생도 서로 바꿀 수 있는 그 곳에서.


영화를 보다보면 언제나 '아.. 나도...'싶은 장면들이 있는데, 이번에는 혼자 할 수있는 게 없어서 아직도 발을 동동 구르며 부러워부러워를 연발하는 중이다. 내 이름을 건 카페를 오픈한다는 것부터가 부러웠지만 너무 스케일이 크니까 넘기더라도, 엄마랑 동생이랑 여자셋이 나란히 누워 마사지받고, 미용실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본가에서 나와 독립해 살아가는 처자들은.. 아마 다 부러운 장면이겠지? 엄마의 저 끝없는 잔소리까지도 부럽고, 그립다.



 

하지만 가장 부러웠던건, 저 맛있어보이는 티라미수를.... 저리도 양껏... 먹을 수 있는 두얼이 참, 아직도 참, 부럽네. 모든걸 훌훌 털어내고는 어딘가의 소파를 찾아 떠나던, 그 개운한 표정도 물론 부러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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