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영화로 분류되어 있더라만, 중국본토도 나오고 대만도 나오고 하니 중화권영화라고 하는게 맞으려나? 언제나 날 헷갈리게 만드는 중국, 대만, 홍콩의 복잡미묘한 관계.
네 명의 여자와 세 명의 남자가 보여주는 얽히고 섥힌 러브스토리, 이면서 동시에 ‘아이’라는 공동분모를 넣어준 훈훈한 내용의 영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살짝 유치해도 영화가 끝나면 입꼬리가 사악~ 올라가는 영화, 러브
첫번째 러브스토리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이 장면. 수많은 국내외 드라마와 영화에서 등장한 ‘임신테스트기’ 정말이지 식상했지만, 내가 감독이라도 별 수 없었을 듯. 아마도?
‘러브’에는 총 네명의 남자캐릭터가 등장한다. 내 기준으로 두 명은 ‘완전 멋져!’였고 나머지 두 명은 ‘아, 싫다 정말’이라고 할 정도로 극과 극. 그 중에서도 저 남자는 후자 중 한 명. ㅡ..ㅡ
처음에는 이 무슨 우리나라 아침드라마 뺨치는 스토리냐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있을법도 하다. 연인의 친구에게 끌렸다거나 친구의 연인에게 반했다거나하는 이야기 주변에서도 꽤 봤으니까.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라는 노래까지 있는 걸 보면 말 다했지.
그래도 역시나 우유부단하고 어정쩡하기 짝이 없는 저 남자캐릭터는 싫다. 그 남자를 받아주는 여자 둘도 이해할 수 없다. 설정은 참 좋았는데 전개가 최악인 에피. 으으..
두번째 러브스토리
중국도, 대만도, 홍콩도 가본 적이 없는지라 영화의 배경이 바뀌어도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분위기상 아마도 조미는 중국 본토에 사는 미혼모, 저 남정네는 대만과 중국을 오가는 엘리트 사업가이려니 짐작했을 뿐.
저 경찰아저씨가 없었더라면 두 사람은 어찌 되었을까나. 90년대 홍콩영화를 보면 꼭! 주연뺨치는 비중의 조연이 한 명씩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 저 경찰아저씨가 그랬다. 까칠한 두 남녀의 중매쟁이가 되버린 중국공무원.ㅋ
‘그러고보니..죄다 baby가 연관되어 있구나’라고 깨닫게 되는 부분. ‘감독이 잔머리를 좀 썼구나’ 란걸 느끼며 왠지 귀엽게 보였던.
뜬금없지만 가난함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을 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보면서, 문득 ‘안개비연가’에서의 귀여웠던 조미가 떠올랐다. 세월 참.. 빨라.ㅠ
세번째 러브스토리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빛이란.. “하아..”하면서 짜증을 내면서도 왜 난 이런 영화들을 기어이 찾아서 보고야 마는건지. 도대체 왜!
이름을 알 수 없는 두 어린 여배우들의 캐릭터는 그저 그랬는데 – 둘 다 연기는 잘했음에도- 조미와 서기가 맡은 캐릭터는 내가 그 나이 또래의 여배우라면 참 탐냈을만한, 괜찮은 역할이었던 것같다.
자기 아버지뻘의 남자와 동거하며 호위호식하는 여배우이자, 호텔에서 일하는 그 말더듬는 남자의 옥탑방에서 자신을 ‘남자에게 빌붙어 사는 걸레’라고 말하는 초라한 여자. 왠지 서기에게 그 배역이 어울렸다. 연기를 잘한걸까, 아님 내 머리 속 어딘가에 편견이 있는걸까.
두 사람이 잡히는 모~든 장면에서 끊임없~이 보여주는 하트뿅뿅 눈빛. ‘그만해! 그만하라고!’ 하면서도 발그레해진 볼을 감싸며 저 여인네에 빙의한 내가 싫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기센 미혼모와 폴링인러브하는 남자, 그리고 작은 동네 음식점의 장남이자 호텔에서 서빙을 하는, 임신한 동생을 감싸주는 책임감 강한 남자. 이 두남자가 참 멋있게 그려지는데 특히나 이 두번째남자가 정말 너무너무 순수하게 좋게 그려져서 감탄까지 할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조금은 까칠한 전자에게 더 끌리는 건.. 음.. 설명할 수 없네. 옴므파탈의 매력이란..;;
참, 남자 인물이 한 명 빠졌다. 스무살남짓의 딸을 둔 아주아주 부자. 그 덕분인지 딸 또래의 여배우와 동거하는 남자캐릭터가 한 명있다. 처음에는 눈살찌푸리게 만들지만 끝으로 갈수록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남자이자 아버지인 한 사람.
그 사람과 딸이 보여주는, 대사 하나없는 이 장면이 참 절묘했다. 너무 과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딱 좋을만큼의 훈훈함.
감독님이 귀엽게 숨겨놓은 영화 속 진짜 메세지는 이 그림으로 표현된 것같다. 누군가의 딸이고 아들인 사람들, 딸을 가진 아버지, 아들을 둔 어머니, 그리고 앞으로 한 아이의 엄마와 아빠가 될 사람들. 그런 이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생명의 소중함’이라고 하면 그건 좀 과장이지만, 아기, 부모와 자식 같은 훈훈한 소재를 예쁘게 감싸고 있는 로맨스. 다른 사람들의 평은 어떨 지 모르겠는데 이 정도면 중국판 ‘러브액츄얼리’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싶다. 적당한 감동, 딱 좋은 달콤함, 기분좋은 엔딩까지.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갖지못한 것은 그리워하지 말아라”라는 차디찬 한마디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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