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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너를 기억해

드디어 볼만한 월화드라마가 시작했다. 이름하여 '너를 기억해' 작년에 떡방아 찧으며 큰 웃음을 주신 나라언니와, 응답 이후 차곡차곡 필모 쌓고 있는 잉구기가 나온다. 이천희를 비롯한 남정네들이 나라언니와 함께 우루루 몰려다니고, 몹시 인상적인 세 명의 인물들이 과거 회상 장면으로 등장한다. 아주 임팩트있게! 사실 처음에는 주연배우 두 명만 보고 가벼운 로코를 예상했다가, 1회의 여러가지 신선함에 깜짝 놀라고 2회의 스토리가 뿜어내는 흡수력에 마구 몰입되버렸다. 


방영 전 누군가는 한국판 셜록이라며 홍보를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지성과 황정음의 '비밀'에다가 일드 '갈릴레오'를 덧씌운 느낌. 두 편 모두 '너를 기억해'와 아주 다르지만, 분명 똑닮은 요소들이 군데군데 보여서. 아끼는 작품과 비슷한 줄거리 또는 유사한 형식을 발견하고 나면 보는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도 있는데, 왠걸 매 회, 매 장면마다 감탄을 연발하는 중. 


요 근래 초반에는 웰메이드 기대작이었다가 후반부로 가면서 의심을 낳고 결말에는 똥을 안겨준 드라마들이 꽤 있었다. 이 드라마도 이제 막 출발선인지라 섣불리 빠져들면 안되거늘. 냉정함을 유지하기에는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 과거와 현실사건에 깔린 밑밥, 주인공들의 트라우마와 앞으로 밝혀질 새로운 면모에 대한 궁금함, 인테리어 잡지 한 장을 옮겨놓은 듯한 배경, 그림같은 구도 등등 날 홀리는 요소가 지나치게 많다. 곤란하다;;




처음부터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들기 시작한 이유는 다름아닌 배경. 가장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던 남주인공의 옛날 집, 살인사건의 사건현장으로 등장하기엔 너무 예쁜 피해자들의 자택, 열혈형사로 발바닥에 불나게 뛰어다니는 여주인공의 집, 게다가 경찰서며 교도소의 접견실까지도 지금껏 보아 온 국내 드라마 세트 중에 단연 최고라고 본다. 미술감독님의 능력에 감명받아 이건 따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합성인듯 합성아닌 합성같은 배경들. '커피프린스' 이후로 가장 나를 설레이게 만드는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드라마. 실제 장소도 있고 세트도 있는데, 세트배경이 더 놀라웠다. 분명 내 눈에 익은, 다른 드라마에서 나왔던 장소들인데 그걸 정말이지 내 마음에 쏙 들게 바꿔놓으셨더라고.





그리고 그 배경에 있는 인물들을 담는 카메라 구도? 화면의 배치? 그런 것도 감탄이 나올 때가 종종 있더라는.  





첫 회 오프닝컷. 이 한 장의 사진으로 감동했다 정말.


장나라의 연기는 입아프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서인국은.. 정말 자연스럽긴 한데... 아직은 캐릭터의 '멋짐'을 '연기'하고 있다는 게 종종 눈에 보인다. 아직도 내 머릿속에는 응답 잉구기가 남아있어서 일런지도. 대본에 있는건지 독자적인 설정인지 손동작을 많이 활용하려고 하던데 특정 제스쳐가 나올 때마다 부자연스러움이 더 강조되기도 하고. 뭐, 그래도 전작들에서 무난하게 잘했으니까 회차 진행되면 내 눈에도 '멋진' 잉구기가 익숙해지겠지.





분명 타이틀롤은 장나라, 서인국. 근데 극이 진행될수록 궁금해지고, 더 보고 싶어지고, 언제 나오나 기다려지는건 과거의 3인이란 말이지. 아직 전개의 설명이 필요한 드라마 초반이기도 하고, 워낙 비중있는 인물들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이 연기를 저엉~말 잘한다! 전광렬 아저씨는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연기를 잘하셨을테니 그저 감사히 빨려들어갈 뿐이고, 엑소 디오도 작년에 괜사에서 충분히 충격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원래 연기잘하는 아이돌로 인지되서 크게 놀랍지는 않은데 꼬마 아역이 내 심금을 울린다





등장장면마다 안쓰럽게 만들더니 결국 2회만에 얼음에 베인 것같이 쓰라리게 만들어 버렸다. 겨우 마음 추스리고 날 울린 그 아역의 이름을 찾아봤더니 홍현택이란다. 동생역의 이름은 홍은택이란다. 아마도 형제인듯 한데, 묻고 싶다 진정. 어머님이 누구니? 어쩜 너희들을 그렇게 낳으셨니?






아쉽지만 아마도 점점 회상장면이 줄어들고 현재에서 이야기가 진행될꺼다. 계속해서 살인사건이 벌어져 두 남녀 주인공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얽히고 섥히고. 그러면서 조금씩 주인공 아버지, 연기신 전광렬아저씨를 정말 그 놈이 죽인건지, 아니라면 누가 왜 어떻게 죽였는지를 궁금해서 팔짝 뛰게 만들겠지. 동생은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주변인 중 한 명이라면 그 우루루 형사들 중 누구인건지, 그리고 사건현장의 그림은 누가 그렸으며 현재의 살인범은 누구인지 등등. 이제 고작 2화 끝났는데 욕심많은 작가님과 감독님은 여기저기 온갖 포인트들을 다 던져놔서... 좋아죽겠어요! 오랜만에 눈이 즐겁고 심장이 쫄깃한 드라마를 만나서 기쁘다. 매우 기쁘다. 배경보는 눈 따로, 스토리 따라 갈 머리 따로 아주 바쁘지만, 그래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