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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OR

실제 리모델링사례부터 공사과정,비용견적,후기까지-대개조극적비포애프터

한 때 우리나라에서 착한 프로그램이 유행한 시절이 있었다. MBC의 일밤이 그 대표적인 방송으로 경규아저씨의 차선지키면 양심냉장고를 주는 코너도 있었고, 공지영작가의 유명세에 크게 한 몫했던 '책을 읽자'도 큰 반향을 일으켰었지. 그러한 성격의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가정의 집을 리모델링해주던 '러브하우스'다. 무조건 본방사수하며 낡고 살기 힘든 집이 예쁘고 편리한 생활공간으로 바뀌는 과정에 신기해하면서 마지막엔 화면 속의 가족들이랑 같이 펑펑 울기도 했다.



일본에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다. '대개조 극적 비포애프터'라는 제목의 이 방송이 '러브하우스'와 다른 점은 공사비용을 방송국이 지불하지 않고, 사연을 보내 공사신청을 의뢰한 사람들이 직접 지불한다는 것. 간혹 규모가 크고 예산도 엄청 많이 들어가는 케이스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개선하고 싶어하는 사연들이 훨씬 많다.


기본적으로는 한시간짜리 방송으로 모든 과정을 보여주는데 공사과정이 길어지거나 규모가 크거나하면 두 편으로 나눠서 방송을 하는데, 이번주가 그랬다. 워낙 적은 비용으로 진행한 산 속의 작은 구옥 리모델링인지라 다른 편들보다 멋지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공사가 끝난 집을 둘러보며 우는 주인공들의 사연과 훈훈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해버렸다는. 




항상 방송 회차와 함께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할 집 주인들의 사진이 저렇게 나온다. 매 회의 제목도 이번 방송의 '장작에 받쳐진 집'처럼 그 집의 문제점을 확 느낄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아서 알기 쉽게 해주고. 





사연을 소개하면서 문제의 집을 살짝 보여준 뒤 전문가가 등장해서 카메라 뒤의 스텝이랑 간단한 인터뷰를 하면서 그 집으로 탐방(?)을 나선다. 이른바 사전조사.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 지를 보다 자세하게 비춰주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짚어주고 전문가의 포부도 듣고. 그리고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다.


이번 사연의 주인공은 아까 그 사진 속 남매 중 장녀. 지금은 65세였던가.. 열여덟 손주도 있는 분인데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두 동생과 함께 남겨진 걸 할머니 할아버지가 이번에 리모델링공사를 진행하는 그 집에서 키워주셨다. 근데 이 집은 지은 지 50년이 넘었고, 첩첩산중에 이웃집도 없이 자리잡고 있다. 낡은 벽 틈으로 뱀이 집안에 들어가는 것까지 찍어서 보여주는데 정말 입이 떡 벌어졌다.


공사과정도 재밌고, 건축가 아저씨가 만든 가구들도 좋았고, 적은 비용을 충당하려고 모인 가족들, 폐교에서 가져 온 물건들 모두 흥미로웠지만 방송 전체를 캡쳐할 수는 없기에 생략했다. 


고생스러운 공사과정이 끝나고, 이제 리모델링 전후의 모습!




산 중턱에 홀연히 자리잡은 구옥.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왼편에 보이는 다리 아래로 화장실과 욕실도 따로 떨어져 있다. 위태위태했던 다리는 철판을 덧대서 확장시키고, 집 뒤에 있던 돌을 앞 쪽으로 옮겨 쌓아서 테라스를 만들고, 나무를 재단하고 생긴 자투리들로 집 외벽을 감쌌다. 비용이 적어서인지 지붕은 손을 대지 못한 모양.





이 집의 아주머니가 사연을 보낸 가장 큰 이유. 경사진 산등성이에 집이 있다보니 윗 쪽에 쌓여있던 돌들이 굴러 떨어져서 얇은 집의 외벽을 밀어서 무너지기 직전까지 되버렸다. 그래서 공사도 집 입구 다리를 넓히고는 바로 저 돌무더기부터 다시 쌓았다. 그 아래로 빗물이 흐를 수 있는 수로도 만들었음.






예산이 정말 부족했지만, 다행히도 남동생 아저씨가 나무를 자르는 장인이라 집 옆의 커다란 나무를 직접 잘라서 공사 자재로 쓸 수 있었다. 알맹이는 내부공사에 쓰고, 본래는 사용하지 않는 외피와 자투리들은 이렇게 외벽으로 알뜰하게 활용.






이전 방송의 다른 집들에 비해 근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전 모습에 비하면 훨씬 말끔해진 정면. 원래 출입문이 있던 자리인데, 급한 경사에 걸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좁았는데, 공사를 하면서 그 길도 넓혔다.





오랜 세월 비에 부식되고 흰 개미가 갉아서 부서졌던 외벽의 지지대도 아까 남동생 아저씨가 잘랐다는 나무로 튼튼하게 다시 넣어줌. 






이 싱크대는 마을의 폐교에서 가져온 것. 가정실습실이라고 해야하나? 그 곳에서 가져와 가구공방에서 깨끗하게 닦아내고, 검은색 페인트칠도 해서 재활용한다. 가스렌지도 리사이클센터에서 저렴하게 구입함. 이 싱크대 말고도 미닫이문, 수납장, 세면대, 변기까지 가져오는 걸 보면서 나도 같이 안심함. 물론 비용을 지불하고 가져왔다지만 그 폐교덕에 비용절감 많이 했을거다. 


가스렌지 뒤로 살짝 보이는 원목 테이블과 의자도 남동생 아저씨가 직접 자른 나무로, 직접 다듬어서 만든 것. 세 남매가 저 의자에 앉아서 연신 눈물을 닦는데 어찌나 시큰하던지.. 





싱크대를 마루로 옮겼으니, 주방을 없애고 그 자리에 본래는 없던 욕실겸 화장실을 넣었다. 저 세면대와 변기가 폐교에 있던 것. 특이한 모양의 욕조는 나무로 기본틀을 만들고, 방수처리를 해서 직접 만든 것. 만드는 과정이 신기하더라. 





일본주택에서 쓰는 다다미. 그것도 폐교에서 가져왔다. 몇 십년동안 깔려있었던 다다미는 뜯어서 진흙이랑 섞어서 외벽을 만드는 데 사용함. 뱀이 들어왔던 그 구멍들을 막아줌. 저 서랍장도 가구공방에 가져가서 먼지 다 털어내고, 뒤틀린 나무들 다시 조합하고, 칠도 다시 해서 가져왔다.


항상 공사 시작하기전 이사짐을 쌀 때부터 공사를 진행하는 전문가가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직업과 취향, 가족들의 추억까지 최대한 확인해서, 집의 모습이 바뀌어도 그것만은 -가구라던가 간판, 기모노 등- 깨끗한 형태로 남겨두는 게 참 좋다. 훈훈해.





오른쪽 수납장은 폐교 과학실에 있던 것. 일본 가정집에 흔히 있는 불단. 돌아가신 조상님이나 먼저 떠난 가족들의 영을 기리는 곳. 아침마다 새 밥을 떠놓기도 하고, 생전에 좋아하는 음식을 올리기도 하던데 이 집은 차를 올린다. 10개는 족히 넘을 것같은 크고 작은 찻잔에 정성스럽게. 윗 벽에 걸린 사진 중 왼 편의 두 분이 세 남매를 거두고 키워주신 분들.


이렇게 리모델링 전후의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준 다음, 집주인들이 등장한다. 이렇게 바뀐 집의 구석구석을 카메라 뒤의 스텝이 설명해주며 함께 돌아보는데.. 주인공들도 울고, 나도 울고. 이 방송을 서른 편 정도는 본 것같은데 두 세번 빼고는 다 울었다.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주택이나 아파트 또는 미용실이나 식당같은 건축물의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 방송을 통해 건축가를 만나 생활공간을, 업무공간을 바꿈으로서 얼마나 행복해하는 지까지 그려내는 스토리텔링이 정말 잘 그려진다. 처음에는 공사하는 과정들, 전문가들이 만들어내는 아이디어 가구들과 공간배치 같은 게 흥미로워서 보다가 마지막에는 훌쩍거리면서'아줌마 아저씨 울지마요.. 행복하세요!' 이런 마음이 되고 만다.


마지막으로 예산과 총 공사비용 확인.



100만엔이면 대충 천만원정도. 문외한인 나도 정말 비용이 부족하겠다 싶었다. 매 번 예산은 각각 다르지만 도시에 있는 콘크리트집들도 1000만엔정도 였으니까. 산 속 오지에 있는 저 집까지 공사자재들을 옮기는 비용만 해도 원재료비보다 많이 들 것같아서 처음에 예산 듣고 갸우뚱했다. 예산을 초과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 정도 금액으로 이만큼의 리모델링이 가능했다는 게 어딘가.  


지역예산의 도움을 받은 것과 폐교에 있는 물건들을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던 게 천만다행. 무엇보다 건축공사일을 하는 아들, 나무를 직접 구할 수 있는 환경, 나무를 잘 다루는 남동생, 친구들까지 데려와 일손을 도운 손자까지 가족들이 돕는 게 가장 큰 감동.




방송의 마지막은 항상 이렇게 행복한 가족들의 모습이다. 골치아픈 문제가 해결되서 안전하고 멋져진 집에서 활짝 웃으며 도란도란 함께 하는 걸 보여주니 아까 감격해 하는 주인공과 함께 울던 시청자도 방긋 웃으면서 끝내는.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진짜 방송구성 잘 짰다. 스토리텔링의 진수. 더불어 방송마케팅의 진수.


해외방송이라 비용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 이런 쪽으로 관심있다면 강추한다. 한 편을 보고나면 구글에 열심히 동영상을 검색하게 될꺼라 장담한다. 리모델링 되는 과정도 재밌지만 전문가들이 직접 구상해서 만들어내는 가구나 장치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개조 극적 비포애프터'로 검색하면 판도라티비나 유투브에 올라온 동영상이 꽤 많음. 大改造 劇的ビフォーアフター 으로 검색하면 중국웹의 동영상도 많은데 화질이 안 좋거나 한국에서는 못 보게 막아놓은 경우가 종종 있으니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