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와 두 여자. 한 여자는 남자와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고, 한 여자는 그저 타인으로 남는다. 하지만 그 남자를 못 잊어서인지 그 부부를 시기해서인지 아이를 훔쳐 와 키운다. 친엄마 못지않은 강한 모성애로.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싶지만 최근 이런 설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두 편이나 봤다. 영화 '8일째매미'와 드라마 '주마등주식회사'의 첫번째 에피소드는 똑같이 태어나 점점 다른 인생을 살게되는 일란성쌍둥이같은 이야기들이다.
영화 '8일째매미'의 주인공과 드라마 '주마등주식회사'의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갓난아기일 때 같은 일을 경험했지만, 그 사건 이후의 삶은 아주 다른 두 사람. 당연히 두 작품의 엔딩도 정반대의 분위기.
영화는 휴먼드라마, 드라마는 심리스릴러. 그래서인지 '8일째매미'가 더 현실감있게 보였고, 감정몰입이 잘 되었다. 영화를 먼저 보고 드라마를 봐서 일 수도 있지만..
두 주인공을 과거의 그 사건으로 이끌고가는 두 명의 묘한 여자들. '주마등주식회사'의 경우는 같은 설정으로 여러 단편을 보여주는 옴니버스인 듯한데 카시이 유우가 주연이다. 비중은 적지만 매 회 등장해서 극을 전개시키는 여주인공.
'8일째매미'의 코이케 에이코도 역시나 주인공을 과거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는데, 초반에는 등장할 때마다 짜증이 날 정도로 밉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나까지 그녀에게 고마워졌다. 어찌보면 주인공보다 불쌍하기도 했고.
결말이 다르기에 같은 역할을 맡은 두 인물인데도 한 명은 착해보이고, 한 명은 오싹하고, 그렇네.
불쌍하다고 해야할지, 못났다고 해야할지, 무섭다고 해야할지.. 이 두 명의 여자들은 남의 배에서 태어난 갓난아기를 키우면서 사랑했던 남자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기대하는 걸까? 대리만족? 아니면 그저 여자라서 가진 모성애라는 감정 자체만으로 아이들을 사랑한 걸까?
당연하게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그녀들의 상황이면 어떨까 상상을 해봤는데.. 나라면 그 남자와 다른 여자의 아기를 보는 것도 싫지만, 불가피하게 봤다면 그저 눈물만 쏟아졌을 것같단 말이지.
두 이야기 모두 나름 재밌고 신선하게 봤기에 -영화쪽이 훨씬 좋았지만- 작가의 머릿 속에 나타나 준 저 인물들이 좋으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답답할 지경.
아, 쓰다보니.. 그래서 주인공이 저 여자들이 아니라 '아기'쪽 인걸지도. 내 의사와는 관계없이 그런 일을 겪었던, 그 일을 지우거나 묻어두고 살아 온, 어른이 된 '아기'라서 몰입이 된 걸지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왜인지 완전 몰입해서 봤던 영화. 나가사쿠 히로미는 원래 아이돌가수 출신이라는데.. 이만큼만 연기한다면 아이돌이 연기한다고 해도 눈살찌푸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솔직히 난 화면 속의 아기가 너무 예뻐서 오히려 무서웠다. 오래된 성당에 들어갔을 때 느끼는 왠지 모를 소름끼침. 나.. 모성애가 없는걸까? 결혼하면 생기나? 연애하면 생기나?
'주마등주식회사'라는 드라마는 '기묘한이야기'와 비슷하게 흘러가겠구나 싶었던 장면.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알겠으나 그닥 놀랍지는 않았다. 총 세 번정도 저 종이인형들이 등장하는데 처음 화면에 잡힐 때부터 '아하..!'했을 뿐. 마지막에 가서는 미안하게도 '풉,'하고 웃어버렸을 정도.
일드'주마등주식회사'는 옴니버스형식이라 시간때우며 한 편씩 보기에는 좋을 것같고, 이노우에 마오와 나가사쿠 히로미의 '8일째매미'는 초반에 살짝 스릴러가 느껴지는 휴먼드라마? 성장영화? 라서 보면서도, 보고나서도 이것저것 생각하게 만든다.
알고 본 건 아니었지만 가끔 우연히 이렇게 닮은 이야기들을 만나면 꽤 흥미롭다. 사실 '8일째매미'만 봤을 때는 결말에서 너무 모성애로 모든 걸 미화시키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었는데 '주마등주식회사'를 보고났더니 영화내용도 조금 달라 보이고.
나처럼 이 영화를 흥미롭게 봤다면 위의 드라마도 보기를 추천! 단, 큰 기대는 금물!
드라마 '주마등 주식회사'를 봤다면 영화'8일째매미'는 꼭 한 번 보길 추천.
두 편 모두 안 봤다면.. 나랑 취향이 비슷한 분만 보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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